<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결핍 속에 다시 꾸는 꿈

날짜: 1월 6, 2017 에디터: Jacinta

 

여전히 되고 싶은 어른이 되지 못한 지금, 이제는 예전에 가졌던 꿈들은 빛바랜 사진처럼 한쪽 구석에 겨우 남아있을 뿐이다. 타협 아닌 타협으로 점철된 지나온 시간들이 때때로 불쑥 다가와도 그것들을 다시 펼치기엔 늦었을뿐더러 그때의 의지조차도 없다고 여겨지는 현재, 로망 뒤리스의 젊은 시절이나 보겠노라며 재개봉관을 찾아 보고 온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영화를 보고 나니 아련한 그 무언가 마음을 쓸고 지나간다.

 

 

 

영화 소개란에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 스물여덟”로 소개되는 주인공 ‘토마스’는 떳떳한 직업이라고 하기엔 찜찜한 구석도 있긴 하지만 부동산 브로커 일로 사는데 지장 없을 정도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나름의 능력자이다. 악랄하게 하면 할수록 수입은 더욱 늘 수 있겠지만 카메라가 쫓아가는 그의 삶을 지켜보면 어딘가 결핍이 느껴진다. 그래 마치, 돈을 위해 모진 구석으로 쫓기는 그의 삶은 먼 미래보다 당장의 오늘을 위해, 내일을 위해 견뎌야 하는 내가 아는 삶, 한 부분 같기도 하다.
스물여덟 토마스는 그와 함께 하는 친구들과 달리 유독 음악을 많이 듣는다. 혼자 머무는 시간 그는 헤드폰으로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그가 심취해 있는 일렉트로닉을 즐겨 듣는다. 그에게 요구되는 거친 시간들을 견디는 유일한 출구라도 되는 것처럼, 음악은 말없이 그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존재일지 모른다.

 

 

 

분명 원했던 삶은 아니었겠지만 늘 입는 옷처럼 익숙한 그 무엇의 존재가 되어버린, 그가 하는 일이라는 게, 참 그렇다. 가난한 이를 더욱 극심한 가난으로 몰아넣고 나서야 거머쥘 수 있는 돈,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한밤중에 아파트로 침입해 난동을 부려 가난한 이들을 쫓아내게끔 그를 같이 몰아세우고, 그의 아버지는 한술 더 떠 아들의 직업적 능력을 이용하려고만 한다. 헤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음악을 듣기 위해 바깥 세계를 차단하지 않는 이상, 그의 하루는 거칠고 거칠기만 하다.
지금의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해도 많지도 적지도 않은 스물여덟의 나이는 애매하다면 애매하다. 그런 생각 속에 삶은 이리저리 휘둘리고만 있다. 하지만 때때로 우연이란 작은 기회가 생기기도 하니까, 그 미세한 틈을 놓치지 않는다면 애매한 나이로만 여겨지는 지금에도 지금과 다른 삶을 위한 무언가 도전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터덜터덜 발걸음 속에 우연이란 것이 찾아왔고, 그 순간, 그동안 잊고 있었던, 마음 한구석에 쌓아두었던 꿈이란 게 느닷없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금이야 먹고살기 위해 때때로 비인간적인 선택도 휘두르는 직업을 갖고 물질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채워가며 살고 있었지만, 결코 완전하다 할 수 없던 하루하루.
우연히 찾아온 과거의 꿈을 접하고 나니, 지금까지의 삶에서 무엇이 부족했던 것인지 알 것 같다. 다시 시작한다, 도전한다는 거창한 말보다, 일단은 한때 꿈꿨던 그 소박한 시간을 다시 찾는 것, 그것부터다. 한때 꿈꿨던 시절이 당장의 행복으로 찾아오지도 않을뿐더러 당장의 하루에 작은 파열음을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내 심장이 건너뛰었던 박동을 다시 느끼면서 모질게 거칠기만 했던 하루하루가 서서히 달라져 간다.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피아노 건반, 어머니의 죽음 이후, 어머니와 전혀 다름 삶을 살았던 아버지 밑에서, 또 거친 친구들 곁에서, 거친 숨만을 몰아쉬었던 그는 피아노 앞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숨을 몰아쉰다. 건반을 두드릴 때마다, 그가 잊었던 꿈과 말하듯 몰아쉬는 숨은 ‘다시’라는 것을 마주한 두려움이 스며들어 있지만 한편으로는 ‘꿈’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이 곁에 있다. 그동안 거친 세상으로 인도하기만 했던 사람들 속에서 십수 년의 세월을 보낸 그의 곁에, 강약을 조절하며 호흡하는 법을 알려주는 이가 생겼다.

 

 

 

살아간다. 그처럼 거친 삶이 아니어도, 언젠가 꾸던 꿈을 슬며시 내려놓고, 적당한 타협과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간다. 지금의 모습이 언젠가 꿈꾸던 삶의 모습이 아닐지라도 꼭 불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헌데 그렇다. 실현시키지 못한 언젠가의 꿈은 미처 잘해주지 못 했던 옛사랑의 기억처럼 불쑥불쑥 찾아와 간질간질 마음을 어지럽힌다. 분명 갈망했던 시간들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한때의 꿈은 아련한 그 자리에 놓아두고, 다시 닥칠 내일을 생각하며 그렇게 또 오늘이 지날 것이다. 토마스와 달리 내 심장 박동은 계속 건너뛰고 건너뛰기만 한다.

 

 

에그테일 크리에이터 jacin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