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이드, 시간은 자꾸만 흐르는데, 잡을 길이 없네

 

::: 얼라이드, 시간은 자꾸만 흐르는데, 잡을 길이 없네

 

by. 필름에 빠지다

 

 

젊은 시절 액션을 했던, 로맨스를 했던, 드라마를 했던 그 모든 것을 잊고 배우는 나이가 들수록 배역을 선택하는데 있어 실수를 줄여야 한다. 실수와 실패는 다르다. 자신이 완벽히 소화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배역을 선택했고 스크린 속 연기 결과도 좋았지만, 영화가 실패했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빵형’ 브래드 피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커리어가 긴 만큼 실패한 영화도 몇몇 있지만, 배역을 고르는데는 거의 실수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얼라이드>는 북미에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브래드 피트는 여전히 실수를 하지 않았다. 영화도 좋은 편이었다. 그가 정말로 심혈을 기울여서 연기했다던 <얼라이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얼라이드>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스파이 활동을 하던 맥스(브래드 피트), 마리안(마리옹 꼬띠아르)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남녀는 서로 치명적인 매력을 느끼며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후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하지만 평생 행복할 줄로만 알았던 그들에게 그림자는 어김없이 다가온다. 맥스는 상부로부터 마리안이 독일 스파이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되고, 72시간 내에 진실을 밝혀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영화가 가진 힘이 대단하다. 시작부터 그렇다. 맥스는 높은 상공에서 낙하산을 타고 사막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흩날리는 얇은 모래바람을 뚫고 유유히, 차갑게 걸어간다. 이때부터 맥스라는 인물이 정상에서 바닥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느낌을 직감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얼라이드>는 “우리는 이렇게 간다!”며 시작부터 극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맥스와 마리안이 처음 만나는 장면, 함께 독일 장교를 암살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 그리고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장면까지 매우 빠른 전개를 통해 스토리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나서 진짜 영화가 시작된다. 앞서 오락적 재미를 줬다면, 맥스가 상부로부터 아내 마리안이 스파이인지 아닌지 조사해보라는 명령을 받는 순간부터 <얼라이드>는 차갑고 날카로운 서스펜스 영화로 변모한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을 장면들도 맥스는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한다. 그녀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전화를 하던 때,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순간까지도 그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맥스는 거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마리안을 지켜보기도 하고, 위험을 무릎 쓰고 총알이 쏟아지는 곳에 뛰어들어 그녀의 실체를 알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72시간이라는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데, 도무지 잡을 길이 없다.

 

 

맥스가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실로 놀랍다. 연출과 연기의 승리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비밀을 지키면서도 그녀를 조사해야만 되는 맥스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대단히 일반적이지만 강력한 연출법들을 사용한다. 특정 장면에서는 벽을 한가운데 배치해 두고 오른쪽에는 침대에 누워 고뇌하고 있는 맥스의 모습을, 왼쪽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 마리안을 보여준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대놓고 보여준다. 또한, 시점쇼트(POV, Point of view)를 통해 맥스가 바라보고 있는 것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카메라로 쭉 훑어낸다. 감정이 이입될 수밖에 없다. 브래드 피트 역시 “정말 맞을까?”, “그게 아니라면?” 식의 긴가민가한 감정들을 표정에 담아낸다. 그가 왜 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군림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퍼포먼스였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말이다. 앞서 두 캐릭터 간에 형성됐던 묘했던 기류는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부터 갑작스럽게 끊어진다. 팽팽했던 고무줄이 탱! 하고 끊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쉬운 비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맥스와 마리안의 복잡했던 감정들이 쉽게 정리가 되고, 이후 펼쳐지는 전개도 큰 장애물 없이 쭉쭉 진행된다. 물론, 결말은 영화 흥행과 상관없이 매우 현실적인 장면으로 맺어지지만 영화 내내 끌어왔던 긴장감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얼라이드>는 관객이 어떤 관전 포인트를 가지고 들어가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화다. 스릴 넘치는 스파이물 혹은 총알이 쏟아지는 액션을 기대하고 간다면 아쉬움이 클 수도 있다. 반면 극 중 캐릭터도, 관객도 진실을 모르고, 그것을 캐릭터와 함께 호흡하며 추적하는 과정을 좋아한다면 손에 땀을 쥐고 영화를 관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