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행 부담 NO! 장르 마니아에게 더 반가운 앤솔로지 드라마

 

by. Jacinta

 

 

소재도 장르도 다채로운 미드의 세계에서 앤솔로지 형식의 드라마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앤솔로지(Anthology)는 특정 테마를 기준으로 연속성이 없는 이야기들이 모인 작품을 뜻한다. 최근 들어 앤솔로지 드라마 제작이 늘고 있는데 기존 시즌제 드라마보다 화제성을 얻기 쉽고, 장르적 쾌감을 더욱 강렬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는 앤솔로지 드라마가 주로 공포, 스릴러, SF 등 특정 장르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장르 마니아를 만족시키며 방영 중이거나 종영한 앤솔로지 드라마는 어떤 게 있을까.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American Horror Story)

 

이미지: FX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는 대표적인 앤솔로지 드라마다. 2011년 첫 선을 보인 이래 최근까지 일곱 개의 시즌이 방영됐으며, 이미 시즌 9까지 확정됐다. 그동안 정신병원, 마녀, 서커스, 호텔 등 매 시즌 다른 주제의 공포를 선보였으며, 원년 멤버 사라 폴슨과 에반 피터스가 드라마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어 매 시즌 출연하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하게 하는 포스터와 예고편에 비해서는 무서움의 강도는 생각보다 덜하지만, 화려한 출연진과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연출 스타일은 빠져들게 하는 중독성이 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라는 범죄 실화를 테마로 한 스핀오프도 나왔다.

 

 

 

마스터즈 오브 호러(Masters of Horror)

 

이미지: Showtime

 

공포영화 마니아들을 술렁이게 했던 드라마다. 거장부터 주목받는 신예까지 공포영화 감독들이 개별 에피소드 연출을 맡아, 2005년 할로윈을 앞두고 공개해 화제가 됐다. 성공적인 반응에 힘입어 두 번째 시즌까지 나왔으며, 의미심장하게도 각 시즌은 1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공포는 약하지만, 높은 완성도의 잘 짜인 서스펜스와 심장 쫄깃하게 하는 수위 높은 고어 장면이 만족스럽다는 후문이다.

 

 

 

룸 104(Room 104)

 

이미지: HBO

 

모텔 104호에는 매회 색다른 상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여름 HBO에서 방영한 [룸 104]는 104호를 찾는 손님들이 겪는 기묘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어떤 이유로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는데 무섭다기보다 미스터리한 판타지에 가깝다. 다소 모호한 전개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지도.

 

 

 

채널 제로(Channel Zero)

 

이미지: syfy

 

‘크리피파스타(Creepypastas)’라고 불리는 인기 괴담을 영상화한 드라마다. 첫 번째 시즌 ‘Candle Cove’는 유년 시절의 악몽 같은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며, 두 번째 시즌 ‘The No-End House’는 한 젊은 여성과 친구들이 기괴한 집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올해 방영될 세 번째 시즌 ‘Butcher’s Block’은 연이어 실종사건이 발생하는 도시로 이사한 여성의 이야기다. 2019년 네 번째 시즌까지 확정됐으며, 깜짝 놀라는 공포보다는 스토리텔링과 분위기에 더 중점을 둔 드라마다.

 

 

 

블랙 미러(Black Mirror)

 

이미지: 넷플릭스

 

2011년 영국 Channel 4에서 첫 방영된 SF 옴니버스 드라마다. (넷플릭스가 잘 주어온(?) 드라마 중 하나로 꼽힌다) [블랙 미러]는 첨단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에 따른 부작용과 인간의 욕망을 불안과 공포의 어두운 상상력으로 담아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암울한 미래가 현재와 멀지 않았다는 점에서 참담하고 섬뜩한 기분을 안긴다. 첨단 기술이 미칠 수 있는 공포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면 [블랙 미러]를 놓치지 말자.

 

 

 

필립 K. 딕의 일렉트릭 드림(Electric Dreams)

 

이미지: Channel4 / 아마존

 

넷플릭스에 [블랙 미러]가 있다면, 아마존에는 [일렉트릭 드림]이 있다. [일렉트릭 드림]은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토탈 리콜]로 유명한 SF 거장 필립 K. 딕의 단편소설을 옮긴 옴니버스 드라마다. 역시 필립 K. 딕의 작품답게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담고 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전체주의 성향의 사회에 속해 정체성을 고민하며, 자신의 삶에 의문을 던진다. 가상의 미래를 다루되 [블랙 미러]와 다른 결의 음울한 미래 세계를 보고 싶다면 [일렉트릭 드림]을 권한다.

 

 

 

파고(Fargo)

 

이미지: FX

 

[파고]는 1996년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해 매 시즌 개성 있는 범죄 스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마틴 프리먼, 커스틴 던스트, 이완 맥그리거 등 시즌마다 쟁쟁한 출연진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우연이 빚어낸 황당한 사건과 파국이 흠뻑 몰입하게 한다. 인물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어이없게 꼬여가는 사건은 때론 실소를 자아내며, 한편으로는 사건의 중심에 놓인 주인공들이 뚜렷한 악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흥미를 부여하며 집중하게 한다. 인물들의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담은 [파고] 시즌 4는 현재 크리에이터 노아 할리가 너무 바쁜 관계로 2019년에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트루 디텍티브(True Detective)

 

이미지: HBO

 

한동안 ‘참형사’라 불리며 미드 팬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은 드라마다. 매튜 매커너히와 우디 해럴슨의 명불허전 연기에 긴 호흡의 건조하고 사실적인 연출이 만나 가벼운 수사물에 질린 시청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덕분에 콜린 파렐, 레이첼 맥아담스가 합류한 시즌 2가 호기롭게 나왔으나 전작의 우월한 명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렇게 잊히던 드라마는 지난해부터 다음 시즌에 대한 논의가 나오더니 마침내 2019년 안방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 시즌은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와 [셀마]의 카르멘 에조고가 출연한다.

 

 

 

 

이지(Easy)

 

이미지: 넷플릭스

 

앤솔로지 드라마라고 SF와 공포만 있는 게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지]는 현대인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낸 드라마다. 누구나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30여 분의 에피소드에 알차게 담아냈다. 올랜도 블룸, 데이브 프랭코, 오브리 플라자를 비롯해 미드 마니아들에게 친숙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

 

이미지: CBS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최근 TV 시리즈에 손을 뻗히기 시작한 애플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환상특급] 리부트 시리즈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추억의 미드라 불리는 [환상특급]은 오늘날 [블랙 미러], [기묘한 이야기]의 원조 드라마라 할 수 있다. 1959년 첫 선을 보인 후 1985년과 2002년 두 차례 리부트 됐으며, 국내에는 1985년 시리즈가 가장 많이 알려졌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과거 컬트 팬을 사로잡았던 드라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법 아래에서 어떻게 다시 태어날까. [환상특급]이 어떤 드라마였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면 새롭게 나올 시리즈를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