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박스오피스 돌아보기: 미국에서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한 작품은?

코로나19 여파로 북미 박스오피스가 말 그대로 ‘올 스톱’ 상태다. 현지 극장 프랜차이즈들이 전국 상영관을 폐쇄해 신작, 구작 할 것 없이 상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극장당 좌석수를 50%로 제한한 지 사흘만의 일이다. 이에 Box Office Mojo, The-Numbers 등의 박스오피스 전문 매체와 대형 스튜디오에서 성적 집계가 무의미하다고 판단, 일시적으로 집계 및 발표를 중단한다 전했다.

극장가와 영화계가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북미 박스오피스의 흥미로운 기록들을 살펴볼까 한다. 첫 번째 주제는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관련된 기록이다. 2000년대 들어서 보기 힘들어졌지만, 1980~90년대에는 수개월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거나 상위권에 머물렀던 작품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했다. 과연 북미 극장가에서 정상을 여러 번, 혹은 오랜 기간 차지했던 작품들은 무엇이었을까?
(Box Office Mojo 주말 박스오피스 기준, 재개봉 수익 제외, 타 집계와 상이할 경우 표기)

1. E.T.(1982) – 15회

북미누적: $359,197,037
전세계누적: $663,400,925
제작비: $10,500,000

스티븐 스필버그의 1982년작 SF 영화. 지구에 홀로 남게 된 외계인과 그의 귀환을 도우려는 삼남매의 우정을 그렸다. 개봉으로부터 4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외계인과 인간이 교류하는 영화’하면 지금까지 회자되는 작품이며, 극중 엘리엇과 E.T.가 자전거를 타고 밤하늘을 나는 장면은 영화를 안 본 사람도 아는 명장면이다(스필버그가 창립한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의 로고이기도 하다). 1982년 6월 개봉해 이듬해 1월 말까지 약 33주간 주말 박스오피스 톱10을 지켰는데, 가 세운 이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제55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음향편집상, 음향상과 시각효과상 수상작. (The-Numbers 집계: 16회)

2. 타이타닉(1997) – 15회

북미누적: $600,788,188
전세계누적: $1,850,197,130
제작비: $200,000,000

제임스 카메론 연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1997년작. 1912년 실제 일어난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를 배경으로, 가상의 두 인물이 펼치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주말 박스오피스 1위는 와 마찬가지로 15번 차지, 놀라운 부분은 무려 15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는 것이다. 이후 6개월 반이 지나도록 톱10에 머무르며 역사상 최초로 ‘북미 6억 달러 영화’와 ‘전 세계 10억 달러 영화’라는 업적을 남겼다. 참고로 이 기록은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로 직접 경신하기 전까지 그 어떤 작품도 넘지 못했다.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포함 11개 부문 수상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영화 흥행과 함께 셀린 디온이 부른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3. 비버리 힐스 캅(1984) – 13회

북미누적: $234,760,478
전세계누적: $316,360,478
제작비: $13,000,000

에디 머피가 전성기 시절 이끈 액션 코미디 시리즈의 첫 작품. 친구를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디트로이트에서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로 향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액션 코미디다. [나이트메어]에 1위를 건네기 전까지 8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를 호령했으며, 이후에도 2개월 이상 톱10에 머무르며 총 2억 3,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3년 뒤 개봉한 속편도 북미 1억 5,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으나, 아쉽게도 1994년작 [비버리 힐스 캅 3]은 크게 실패하고 말았다. (The-Numbers 집계: 14회)

4. 나 홀로 집에(1990) – 11회

북미누적: $285,761,243
전세계누적: $476,684,675
제작비: $18,000,000

맥컬리 컬킨을 일약 스타덤에 올린 가족 코미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있게 된 소년이 각종 위기상황을 재치 있게 해결하는 모습을 그렸으며, ‘크리스마스 영화’ 혹은 ‘연말 영화’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1990년 11월 개봉해 10주간 정상을 지키다가 11주차에 [뉴욕 세 남자와 아기] 속편에 잠시 1위를 내어주었지만, 곧바로 정상을 탈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속편까지 흥행 대박을 쳤지만, 주인공이 바뀐 3편은 아쉽게도 외면받았다. 국내에서도 워낙 큰 인기를 끈 영화라 1997년 연말 방영된 TV 더빙판은 무려 시청률 32.7%를 기록했다(같은 시기 방영한 [나 홀로 집에 2]는 41.2%).

5. 빽 투 더 퓨처(1985) – 11회

북미누적: $210,609,762
전세계누적: $381,109,762
제작비: $19,000,000

‘시간여행 장르’를 대표하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연출작. 타임머신 ‘들로리안’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브라운 박사와 마티가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24주간 주말 박스오피스 톱10을 지킬 동안 11번 정상을 차지했으며, 북미 누적 2억 1,000만 달러로 1985년 최고 흥행작으로 남게 됐다. 2편과 3편은 첫 영화에 비해 평가에서 뒤처졌으나, 도합 제작비 8,000만 달러로 5억 8,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만큼 흥행 면에선 성공했다 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한 설문조사에서 ‘속편이 가장 보고 싶은 영화 시리즈’로 꼽힐 정도로 4편 제작을 바라는 팬들이 많지만, 최근 제작자 밥 게일이 [빽 투 더 퓨처] 시리즈는 3편으로 끝났다며 못을 박았다. 무리한 리부트로 팬들이 실망한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6. 투씨(1982) – 10회

북미누적: $177,200,000
전세계누적: $177,200,000
제작비: $21,000,000

더스틴 호프만이 여장 남자로 분한 로맨틱 코미디. 고집스러운 무명배우가 여장을 한 채 오디션을 봤다가 합격해 배우로 큰 인기를 끌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개봉 당시 2위로 데뷔했지만, 입소문을 타 이후 6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앉았으며, 6개월 가까이(23주) 상위권을 지키며 꾸준히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다. 제5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9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당시 벤 킹슬리 주연 [간디]가 주요 부문 대부분을 휩쓸면서 제시카 랭의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아카데미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The-Numbers 집계: 14회)

7. 크로커다일 던디(1986) – 9회

북미누적: $174,803,506
전세계누적: $328,203,506
제작비: A$8,800,000

호주의 악어 사냥꾼 던디와 그를 취재하러 미국에서 온 기자 수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 1986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 ‘호주 영화 최고 흥행작(현지 & 전 세계 박스오피스)’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으며, 북미에서도 9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1억 7,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성공을 거두었다. 2년 뒤 개봉한 속편도 흥행에 성공했지만 3편은… 2018년 크리스 & 리암 헴스워스, 휴 잭맨, 러셀 크로우, 마고 로비, 루비 로즈 등 호주 출신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한 [던디] 예고편이 공개되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알고 보니 호주 정부에서 제작한 2018 슈퍼볼 광고 영상이었다고. 올해 [크로커다일 던디] 폴 호건이 주연을 맡은 [더 베리 엑설런트 미스터 던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8. 굿모닝 베트남(1987) – 8회

북미누적: $123,922,370
전세계누적: $123,922,370
제작비: $13,000,000

[레인 맨] 배리 레빈슨이 연출한 전쟁/드라마 영화. 베트남 전쟁 당시 사이공 현지의 미군 방송국 라디오 DJ를 맡았던 애드리언 크로나워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로빈 윌리엄스가 크로나워로 분해 극찬을 받았다. 확대상영을 시작한 개봉 4주차부터 11주차까지 8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이후 개봉 16주차까지 톱10을 지키며 1억 2,300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으나, 오스카 트로피는 [월 스트리트] 마이클 더글라스가 거머쥐었다.

9. 위험한 정사(1987) – 8회

북미누적: $156,645,693
전세계누적: $320,145,693
제작비: $14,000,000

마이클 더글라스, 글렌 클로즈 주연의 에로틱 스릴러. 단편 영화 [다이버전]을 각색한 작품으로, 하룻밤을 함께 했던 상대의 광기 어린 집착에 평화롭던 삶이 공포로 뒤덮이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8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1,400만 달러 제작비로 북미와 전 세계 극장가에서 각각 1억 5,600만 달러와 3억 2,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1987년 북미 흥행 2위, 전 세계 흥행 1위 기록이다. 제60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수상에 실패했는데, 재미있게도 마이클 더글라스는 이 작품 대신 [월 스트리트]로 당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글렌 클로즈가 연기한 알렉스 포레스트는 한 정신 의학계 논문에서 당시 알렉스 포레스트를 ‘경계선 성격장애’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을 정도로 잘 짜인 캐릭터로 평가받는다.

10. 아바타(2009) – 7회

북미누적: $749,766,139
전세계누적: $2,744,336,793
제작비: $237,000,000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명작 SF 영화. 해당 부문에 이름을 올린 제임스 카메론의 두 번째 작품이자 유일한 21세기 개봉작이기도 하다. 2150년을 배경으로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려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 인류와 그곳의 원주민 나비족의 대립을 그린다. 북미 개봉 후 주말 박스오피스 7주 연속 1위, 15주간 톱10을 지키며 [타이타닉]의 흥행 기록을 전부 새로이 쓰는 데 성공했다(북미 7억 4,900만 달러/전 세계 27억 4,400만 달러). 성적이 워낙 엄청났기에 ‘과연 누가 [아바타]를 넘을 수 있을까?’ 싶었으나, 이후 2015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게 각각 북미, 전 세계 흥행 1위 자리를 넘겨주었다. 2021년 12월 [아바타 2]가 개봉하며, 이후 2년 간격으로 세 편의 영화가 공개될 예정이다.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 촬영상, 미술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