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몇 배를 벌어? 제대로 실속 차린 2019년 블록버스터들

영화의 수익을 계산하는 데 있어 박스오피스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맞지만, 제작비나 로열티, 홍보비용, 2차 시장 수익 등 다양한 요소를 살핀 다음에야 비로소 영화의 ‘진짜 성적’을 알 수 있는 법이다. 겉으로는 ‘흥행했다’ 싶은 영화들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추거나 심지어 적자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도 이러한 어른들의 사정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멈춘 주말 박스오피스 집계를 대신할 이번 주제는 ‘영화의 수익률’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영화 제작과 상영, 결산에 다양한 금전관계가 맞물렸기에 실질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선 ‘투자한 금액보다 얼마나 더 벌었나’가 상당히 중요하다. 매체 데드라인(Deadline)에서 선정한 “2019년 블록버스터 수익 Best 25” 목록 중 지출 대비 수익률이 뛰어난, 즉 가성비가 좋았던 작품들을 소개해본다.

※ 총수익: 극장 수익(극장 사용료 제외)+2차 시장 수익 등/총지출: 제작비+홍보비+대출 이자 등

1위. 겨울왕국 2

2019년 흥행 순위: #3
전 세계 박스오피스: $1,450,026,933
총수익: $1,052,000,000
총지출: $453,000,000
총수익/총지출: 2.32

지난해 지출 대비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영화는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 [겨울왕국 2]다. 6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와 한층 성숙해진 엘사와 안나, 동료들의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의 전 세계 누적 성적은 14억 5,000만 달러. 12억 8,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던 전작 [겨울왕국]을 가뿐히 뛰어넘은 기록이다. 2019년 월드와이드 흥행은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라이온 킹]에 밀릴지 몰라도, 수익률 2.32배로 두 작품 이상의 가성비(?)를 보여주었다. 참고로 [겨울왕국 2]가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 안겨준 순수익은 5억 9,900만 달러, 한화로 약 7,339억 원이다.

2위. 조커

2019년 흥행 순위: #6
전 세계 박스오피스: $1,074,251,311
총수익: $830,000,000
총지출: $393,000,000
총수익/총지출: 2.11

R등급 흥행사를 새로 쓴 [조커]가 지출 대비 수익률 2.11배로 2위를 차지했다. [조커]의 흥행은 누구나 예상했을지 몰라도, ‘이렇게까지’ 잘 나갈 거라 생각한 사람은 적었을 테다. R등급이라는 한계에도 전 세계 10억 달러를 돌파(해당 등급 최초), 베니스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각종 시상식에서 트로피까지 거머쥐었으니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몇 안 되는 코믹스 원작 영화라 할 수 있다. 순수익 4억 3,700만 달러 중 50%는 워너브러더스가, 나머지는 공동 제작사 브론 스튜디오와 빌리지 로드쇼가 절반씩 나눴다. 제작비 분담도 동일한 비율로 했다고.

3위. 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년 흥행 순위: #1
전 세계 박스오피스: $2,797,800,564
총수익: $1,789,000,000
총지출: $899,000,000
총수익/총지출: 1.99

3위는 지출 대비 수익률 1.99배를 기록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다. 단순히 2019년뿐 아니라 역대 전 세계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품인 만큼,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지표는 스케일이 남다르다. 당장 총지출 비용만 해도 웬만한 대형 블록버스터도 벌어들일까 말까 하는 금액인 8억 9,900만 달러(제작비 3.56억 달러 포함)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성적(27.97억)과 총수익(17.89억) 편차가 10억 달러로 상당히 큰데,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해외 제작/배급사가 불리한 수익구조의 중국에서 6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게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스튜디오 1 : 중국 3). 각종 지출을 제한 순수익은 8억 9,000만 달러.

4위. 라이온 킹

2019년 흥행 순위: #2
전 세계 박스오피스: $1,656,943,394
총수익: $1,201,000,000
총지출: $621,000,000
총수익/총지출: 1.93

실사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이 4위다. 사실적인 CG와 변함없는 스토리에 호불호가 다소 갈렸음에도 월드와이드 16억 5,690만 달러로 2019년 흥행 2위를 차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 80억 달러를 최초로 기록하는 데 이바지했다. 제작비와 전 세계 홍보비용 등을 더한 총지출액은 6억 2,100만 달러로 굉장히 높은 축에 속하지만, 이에 힘입어 극장과 VOD 시장에서 12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니 ‘비싼 값’을 한 셈이다. 지출 대비 수익률은 1.93배, 순수익은 5억 8,000만 달러다.

5위. 캡틴 마블

2019년 흥행 순위: #5
전 세계 박스오피스: $1,128,274,794
총수익: $865,000,000
총지출: $451,000,000
총수익/총지출: 1.92

5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21번째 영화 [캡틴 마블]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징검다리이자 MCU 최초의 여성 히어로 단독 영화라는 의의를 지닌 만큼 [캡틴 마블]은 여러모로 중요한 작품이었다. 부담감이 컸을 법도 한데, 영화는 주어진 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와 함께 MCU 단독 영화 중 세 번째로 좋은 월드와이드 성적 11억 2,800만 달러로 기분 좋게 흥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수익률은 1.92배, 순수익은 4억 1,400만 달러이며 페이즈 5의 두 번째 작품인 속편은 2022년 7월 8일 개봉 예정이다.

6위. 알라딘

2019년 흥행 순위: #9
전 세계 박스오피스: $1,050,693,953
총수익: $811,000,000
총지출: $455,000,000
총수익/총지출: 1.78

개봉 전까지만 해도 [알라딘]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에 가까웠다. 예고편에서의 충격적인(?) 지니 비주얼과 평단의 혹평에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와 [덤보]에 이어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의 실패작’이라 여긴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알라딘]은 북미뿐 아니라 해외 관객까지 열광시키며 장기 흥행에 들어서 북미 3억 5,550만 달러, 전 세계 10억 5,000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 지출 대비 수익률은 1.78배, 순수익은 3억 5,600만 달러이며 지난 2월 속편 제작이 확정됐다.

공동 7위. 어스

2019년 흥행 순위: #30
전 세계 박스오피스: $255,184,580
총수익: $276,000,000
총지출: $157,000,000
총수익/총지출: 1.76

[겟 아웃]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조던 필의 신작 [어스]가 공동 7위에 올랐다. 휴가를 떠난 가족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이들과 마주한다는 내용으로, 북미 1억 7,490만 달러, 전 세계 2억 5,51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소재가 참신하다는 점에서 호평받은 반면 지나치게 은유적이고 ‘미국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는데, 실제 성적만 봐도 해외에서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재미있게도 총수익이 박스오피스 성적보다 오히려 높다는 건데, 이는 VOD 등의 2차 시장 수익이 상당했다는 의미다. 순수익은 1억 1,900만 달러, 지출의 1.76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동 7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2019년 흥행 순위: #4
전 세계 박스오피스: $1,131,927,996
총수익: $787,000,000
총지출: $448,000,000
총수익/총지출: 1.76

MCU 페이즈 3을 마무리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역시 수익률 1.76배로 7위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후폭풍으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등장한 ‘시기적절한 가벼운 영화’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비해 영상미와 액션이 좋아졌다는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 11억 3,19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참고로 역대 [스파이더맨] 영화 중 가장 적은 제작비(1억 6,000만 달러)로 [스파이더맨] 타이틀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작품이자, 소니 픽쳐스 최고 흥행작기도 하다.

9위. 토이 스토리 4

2019년 흥행 순위: #8
전 세계 박스오피스: $1,073,394,593
총수익: $871,000,000
총지출: $503,000,000
총수익/총지출: 1.73

9위에 오른 [토이 스토리 4]가 제작된다는 소식에 반신반의한 팬들도 있었다. 당시 9년 만에 속편이 나와 기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편의 결말이 완벽했기에 ‘디즈니가 돈 때문에 억지로 영화를 만든다’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사실 3편 개봉 전부터 각본 작업 중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려졌다). 그러나 역시 [토이 스토리]는 [토이 스토리]였다. 전작들에 비해 조금 아쉽지만 “여전히 명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전 세계 10억 7,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시리즈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수익률은 1.73배로 알려졌으며, 순수익은 3억 6,800만 달러다. 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작.

10위. 다운튼 애비

2019년 흥행 순위: #43
전 세계 박스오피스: $192,094,429
총수익: $217,000,000
총지출: $129,000,000
총수익/총지출: 1.68

2015년 종영한 드라마의 뒷이야기를 다룬 [다운튼 애비]가 수익률 1.68배로 10위를 차지했다. 인기 TV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는 철저히 ‘팬만을 위한 작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지난 9월 개봉한 [다운튼 애비]는 [엘 카미노: 브레이킹 배드 무비]와 더불어 ‘누가 봐도 재미있는 영화’라는 호평을 받으며 이러한 고정관념을 깼다. 기존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키는 데 성공해 극장과 VOD 시장에서 2억 1,7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이 중 8,800만 달러가 온전히 포커스 피쳐스의 주머니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