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망작의 달?’ 편견 깬 꿀잼 영화들

북미 관객들에게 1월은 영화 보기에 썩 좋은 달이 아니다. 스튜디오에서 경쟁력이 다소 없다고 판단하거나 어딘가 하자(?)가 있는 영화를 버리듯이 공개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흔히 ‘덤프 먼스(Dump Month)’라 부르는 1월과 2월 사이에는 저예산 코미디나 공포 영화가 주로 개봉하는 편이다. 그러나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망작 혹은 졸작이라 불리는 작품들로 인해 연초부터 고통받았던 관객의 마음을 치유해준 보석 같은 1월 개봉작들을 소개해본다. (기준: 1월 ‘최초’ 북미 개봉작)

1. 불가사리 (1990)

이미지: 유니버설 픽쳐스

로튼토마토: 평단 88% / 관객: 75%
메타스코어: 65
북미: $16,667,084
전세계: N/A
제작비: $11,000,000

‘1990년대 최고의 컬트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케빈 베이컨, 프레드 워드 주연의 괴수 영화. 네바다 작은 마을에 거대 지렁이를 닮은 괴물 ‘그래보이드’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공포와 유머 요소의 밸런스나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인상적이며, 괴수 영화의 클리셰를 깨부순 장면들이 좋은 의미로 ‘충격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다. 극상 상영 당시에는 제작비를 살짝 웃도는 1,660만 달러로 흥행을 마무리, 그러나 2차 시장에서 이른바 대박이 나면서 다섯 편의 속편과 TV 시리즈까지 제작됐다. [불가사리]가 90년대 북미 비디오 대여점에서 가장 매출이 좋은 작품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 이 작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2. 비포 선라이즈 (1995)

이미지: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로튼토마토: 평단 100% / 관객: 93%
메타스코어: 77
북미: $5,535,405
전세계: $5,986,708
제작비: $2,500,000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 남녀가 비엔나에서 하루를 보내며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그린 로맨스 영화. 이른바 ‘비포 삼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북미 상영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적자를 면한 수준 정도인 500만 달러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후 베를린 영화제에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이 작품으로 은곰상을 수상하고, 9년 간격으로 공개된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으로 삼부작이 완성되면서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명작 로맨스 영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불리고 있다. 로튼토마토 평단 신선도 100%에 빛나는 몇 안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3. 황혼에서 새벽까지 (1996)

이미지: 신필름(주)

로튼토마토: 평단: 63% / 관객: 76%
메타스코어: 48
북미: $25,836,616
전세계: $59,336,616
제작비: $19,000,000

범죄자 형제가 몸을 숨기려 들어간 술집에서 뱀파이어들과 ‘황혼에서 새벽까지’ 맞서 싸운다는 내용의 호러 코미디. 앞서 소개한 [불가사리]와 마찬가지로 90년대를 대표하는 컬트 클래식으로 꼽힌다. 예측이 불가능한 전개와 귀가 즐거운 OST, 철저한 B급 감성으로 중무장한 작품이라 호평받았지만, 과한 폭력성이 문제가 되어 아일랜드에선 상영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TV 영화로 제작된 속편들과 더불어 지난 2014년 리메이크 TV 시리즈 [황혼에서 새벽까지: 시리즈]가 공개되기도 했는데, 역시 원작의 아성을 넘보기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연기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 혹은 셀마 헤이엑의 엄청난(?) 존재감으로 기억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4. 클로버필드 (2008)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로튼토마토: 평단: 77% / 관객: 68%
메타스코어: 64
북미: $80,048,433
전세계: $172,394,180
제작비: $25,000,000

뉴욕 한복판에 정체불명의 괴수가 나타나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내용을 담은 파운드 푸티지 괴수 영화. [클로버필드]는 개봉 전까지 모든 것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것으로 유명하다. 난해한 제목, 예고편을 보고도 예상이 안 되는 줄거리, 낯선 출연진으로 이루어진 영화가 성공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매트 리브스 연출, J.J. 에이브럼스 제작의 [클로버필드]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한 케이스다. 기대치를 한껏 낮춘 관객들이 충격적인 내용에 한 번, 거대 괴물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에 또 한 번 놀랐기 때문이다(떡밥의 제왕이 작중 풀어놓은 갖가지 힌트들을 푸는 재미는 덤). 2,500만 달러로 전 세계 1억 7,2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성공에 힘입어 예정에 없던 후속편들까지 나왔다.

5. 테이큰 (2009)

이미지: (주)스튜디오이쩜영

로튼토마토: 평단: 58% / 관객: 85%
메타스코어: 51
북미: $145,000,989
전세계: $226,837,760
제작비: $25,000,000

‘대드스플로이테이션(Dad+exploitation)’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작품. 전직 특수요원이 파리에서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을 그린 액션 스릴러다. 다소 뻔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액션과 연출, 여기에 리암 니슨의 카리스마까지 더해져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약 50여초 동안 이어지는 주인공과 납치범의 통화 장면은 단연 영화의 하이라이트. 해외 성적 8,000만 달러 중 한국에서 벌어들인 금액이 약 1,550만 달러(236만 관객), 이는 북미를 제외한 상영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적이다. 속편들은 혹평에도 불구하고 각각 전 세계 3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는데, 이때 리암 니슨의 이미지가 굳어진 탓인지 이후 ‘해결사 캐릭터’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콜드 체이싱], [커뮤터], [런 올 나이트]와 [언노운]이 대표적인 사례.

6. 마마 (2013)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로튼토마토: 평단: 64% / 관객: 55%
메타스코어: 57
북미: $71,628,180
전세계: $146,428,180
제작비: $15,000,000

안드레 무시에티의 장편 연출 데뷔작. 2008년 무시에티가 연출한 단편 영화를 토대로,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자매와 ‘마마’라 불리는 원혼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 영화다. 공포 영화에 대체로 박한 평단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반대로 관객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작품이다. 점프 스케어 등 기존 공포 영화의 흥행 공식을 따르면서도 결말을 비롯한 몇몇 장면에서 클리셰를 비튼 것이 양날의 검이 된 듯한데, 불호하는 이들도 ‘마마’의 기괴한 비주얼과 배우들의 연기력만큼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제작비 1,500만 달러로 전 세계 1억 4,600만 달러 이상을 거둬들인 흥행 이후, 안드레 무시에티는 [그것] 시리즈로 연타석 홈런을 치면서 ‘공포 영화계의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7. 23 아이덴티티 (2017)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로튼토마토: 평단: 77% / 관객: 79%
메타스코어: 62
북미: $138,291,365
전세계: $278,454,358
제작비: $9,000,000

3명의 소녀가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에게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스릴러.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특유의 서스펜스와 홀로 수많은 인격을 소화해낸 제임스 맥어보이의 퍼포먼스만으로도 호평받아 마땅한 작품이지만, 관객들이 열광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데이빗 던이 영화 결말부에 등장하면서 [23 아이덴티티]가 M. 나이트 샤말란의 저주받은 명작,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반전은 곧바로 흥행으로 이어졌고, 900만 달러로 2억 7,8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2년 뒤 개봉한 속편 [글래스]가 호불호는 갈렸지만 마찬가지로 흥행하면서 M. 나이트 샤말란이 17년 동안 설계한 ‘이스트레일 177’ 삼부작의 대미를 장식했다.

8. 패딩턴 & 패딩턴 2 (2015, 2018)

이미지: (주)이수C&E

로튼토마토: 평단: 100% / 관객: 88%
메타스코어: 88
북미: $40,891,591
전세계: $227,978,523
제작비: $40,000,000

똑똑한 어린 곰 패딩턴의 모험을 담은 가족 코미디 시리즈. 각각 2015년과 2018년에 개봉한 [패딩턴]과 [패딩턴 2]는 ‘1월의 명작’이라 부를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마이클 본드의 원작 문학 시리즈를 존중하는 동시에,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는 게 대다수 평단과 관객의 의견이다. 특히 속편은 로튼토마토 평론가 리뷰가 200개가 훌쩍 넘어갔음에도 100%라는 경이적인 점수를 기록 중인데, 로튼토마토에서 100개 이상의 평론가 리뷰를 받은 작품이 만점을 받은 사례가 이번이 네 번째라고. 다만 극찬에 가까운 평가에 비해 북미에서의 흥행 성적은 다소 저조한 편인데, 아무래도 캐릭터 인지도가 영국에 비해 높지 않은 게 이유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