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진출한 영화감독 누가 있을까?

 

드라마로 진출한 영화감독 누가 있을까?

 

by. Jacinta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며 25년 만에 돌아온 <트윈 픽스>는 전설로 남았던 드라마의 부활로 관심을 모았다. 컬트 영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계속해서 연출을 맡은 데다 2006년 <인랜드 엠파이어> 이후로 장편 영화 연출을 하지 않았기에 다시 돌아올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 Showtime>

 

과거 인기 시리즈의 리바이벌로 다시 TV 시리즈로 돌아온 데이비드 린치 감독을 포함해 최근 여러 영화감독들의 TV 시리즈 작업이 눈에 띈다.

특히 기존 방송사와 경쟁에 나선 넷플릭스, 아마존 등 인터넷 스트리밍 기반 서비스 등장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드라이브>, <네온 데몬> 등에서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을 확보한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위플래쉬>의 마일즈 텔러와 범죄 드라마를 준비 중이며, <더 랍스터>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드러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콜린 파렐과 1985년 일어난 이란-콘트라 사건을 드라마로 준비 중이다. 두 감독의 드라마는 모두 아마존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얼마 전에는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파리를 배경으로 한 음악 드라마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감독들의 드라마 진출이 점차 늘어나면서 드라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드라마에 진출한 영화감독들을 소개해본다.

 

 

장 마크 발레: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

<이미지: HBO>

 

올초 HBO에서 방영된 <빅 리틀 라이즈>는 지난해 같은 시기 방영된 <바이닐>보다 50%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드라마 왕국 HBO의 저력을 드러낸 작품이다. 리안 모리아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쉐일린 우들리,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등 호화 캐스팅으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쟁쟁한 출연진에 가려지긴 했지만 이 드라마의 연출자는 영화로 꾸준히 명성을 쌓아온 장 마크 발레 감독이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은 1995년 <블랙 리스트>로 비평가들의 좋은 평을 받으며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크.레.이.지>, <영 빅토리아>, <카페 드 플로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등의 영화로 꾸준한 반응을 얻었다. 특징적인 연출 스타일보다 이야기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집중력이 탁월하며 작품마다 센스 있는 음악 선곡과 세련된 편집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연출한다.
<빅 리틀 라이즈>로 성공적인 드라마 나들이를 한 마크 발레 감독은 이번엔 에이미 아담스와 스릴러 드라마 <Sharp Objects>를 준비 중이다. 역시 소설 원작 드라마로 질리언 플린의 데뷔 소설을 모티브로 하며 HBO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파올로 소렌티노: 영 포프(The Young Pope)

<이미지: Sky Atlantic>

 

파올로 소렌티노는 마테오 가로네(<고모라>, <리얼리티: 꿈의 미로>)와 더불어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2001년 <엑스트라 맨>으로 데뷔한 후 7번의 총리직과 25번의 장관을 지낸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생애를 담은 <일 디보>로 칸 영화제(2008)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음악이 돋보이는 감각적인 편집, 모호한 내러티브로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구축한 소렌티노 감독의 대표작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레이트 뷰티>를 비롯해 <아버지를 위한 노래>, <유스> 등이 있다.

지난해 가을 베니스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TV 시리즈 <영 포프>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과 주드 로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 포프>는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출된 젊은 교황과 바티칸 교구의 갈등 및 신앙의 의미를 되짚은 드라마이다. 주드 로는 독단적인 성격의 젊은 교황으로 출연해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또한 다이앤 키튼, 실비아 올란도, 하비에르 카마라, 루디빈 사니에 등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배우가 출연한다. 이탈리아 드라마 역사상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 포프>는 성공적인 반응에 힘입어 다음 시즌이 확정됐으며 앤솔로지 형식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다음 시즌 타이틀은<The New Pope>로 어떤 배우가 출연할지는 미정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더 닉(The Knick)

<이미지: Cinemax>

 

1989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데뷔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부지런한 활동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연출 및 제작, 편집, 촬영 등 다방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에 상관없이 꾸준한 다작을 이어오고 있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트래픽>과 <오션스> 시리즈는 소더버그 감독의 연출력과 대중적인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2012년 <사이드 이펙트> 이후 감독 은퇴 선언을 했던 소더버그는 초호화 캐스팅이 눈에 띄는 코미디 영화 <로건 럭키>로 다시 감독에 복귀했다.

소더버그 감독은 은퇴 기간 드라마 두 시즌을 연출했다. 클리브 오웬과 안드레 홀랜드 등 출연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더 닉>은 1900년대 초 뉴욕에 있는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이다. <더 닉>은 등장인물만 의료진일 뿐 여타 의학드라마와 다르다. 각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욕망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는 제법 어둡고 음침하며 건조하다. 소더버그 작품에 꾸준히 참여한 클리프 마르티네스가 음악을 담당해 소더버그 스타일을 완성했다. 한편 소더버그 감독은 <더 닉> 외에 다른 드라마 제작에도 참여했다. 2009년 자신의 동명 연출작을 드라마로 옮긴 <더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와 오는 하반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신작 <갓레스>, 아마존 드라마 <레드 옥스>에 참여해 은퇴 선언과 무관한 바쁜 시간을 보냈다.

 

 

릴리 & 라나 워쇼스키: 센스8(Sense8)

<이미지: 넷플릭스>

 

최근 온라인에서 거센 청원운동이 있었던 드라마 <센스8>은 더 워쇼스키스 작품이다. 성전환 수술과 매트릭스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더 워쇼스키스는 1996년 <바운드>로 감독에 데뷔했다. 두 여성의 아찔한 관계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심지어 그들 작품 중 가장 재밌다는 평이 많다. 이후 말이 필요 없는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지만 뒤이어 내놓은 작품마다 실패했다. <스피드 레이서>, <닌자 어쌔신>, <클라우드 아틀라스>, <주피터 어센딩>은 호평보다 혹평이 더 많을뿐더러 흥행 성적도 엉망이었다.

영화감독으로서 하락세를 걷고 있던 그들에게 넷플릭스 <센스8>은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드라마 전개가 느리다는 평도 있지만 전반적인 평은 무척 호의적이다. 두 감독의 배경 때문인지 등장인물 구성은 어느 드라마보다 다채롭다. 히스패닉, 아시아, 아프리카 등 유색인종과 성소수자가 전 세계에 흩어진 8명의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시즌 1에서는 각 인물의 배경을, 시즌 2에서는 센세이트를 위협하는 위스퍼스와의 대결을 드러내며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아쉽게도 캔슬되고 말았다. 세계 각 지역을 오가는 촬영은 높은 제작비와 긴 제작기간이 필요한데 반해 시청률이 따라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워낙 팬층이 두터워 SNS에서 청원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예르모 델 토로: 스트레인(The Strain)

<이미지: FX Networks>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기괴하고 독특한 비주얼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판타지 연출로 유명하다. 델 토로 감독의 독보적인 영화 세계는 뱀파이어의 이야기를 그린 첫 연출작 <크로노스>부터 분명하다. 이어 <악마의 등뼈>, <헬보이> 등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담아온 감독은 그의 역량이 제대로 폭발한 영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여러 영화에 제작과 각본으로 참여하며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 시즌 방영을 앞둔 <더 스트레인>은 동명소설을 드라마로 옮긴 작품이다. (2009년 소설가 척 호건과 공동 집필한 뱀파이어 소설을 발표) 알 수 없는 이유로 뱀파이어에 점령당한 뉴욕을 지키기 위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스트리고이’로 불리는 뱀파이어는 충분히 흉측하고 기괴한데 반해 주요 인물들의 고구마 사연에 충실한 전개는 살짝 답답한 편이다. 특히 지난 시즌 마지막 결말은 시청자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드라마보다 포스터가 더 공포스럽다.

 

 

바즈 루어만: 겟 다운(The Get Down)

<이미지: 넷플릭스>

 

호주에서 뮤지컬과 오페라로 경력을 쌓은 바즈 루어만은 1992년 <댄싱 히어로>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다. 이후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 루즈>, <오스트레일리아>, <위대한 개츠비>를 연출했다. 루어만 감독의 작품은 무난한 스토리를 돋보이게 하는 강렬하고 화려한 영상미가 두드러진 연출 방식이 특징이다. 연출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화려하고 감각적인 연출 방식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겟 다운>은 보는 순간부터 루어만 감독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1970년대 뉴욕 사우스 브롱크스에서 음악을 매개로 청춘의 꿈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 당시 유행했던 팝 음악과 현대적인 음악, 화려한 퍼포먼스가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안타깝게도 다음 시즌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준수한 평가에도 막대한 제작비는 부담으로 작용되어 넷플릭스 최초로 한 시즌 만에 캔슬된 드라마가 된 것이다.

 

 

배리 젠킨스 :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Dear White People)

<이미지: 넷플릭스>

 

지난 2월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이후 한국에서 어렵다는 흑인 배우 주인공 예술 영화로 17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배리 젠킨스 감독의 차기작은 드라마이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마존 TV 시리즈 <Underground Railroad>를 맡을 예정이다. 원작은 농장에서 노예로 일하는 소녀(코라)가 자유를 찾아 ‘지하철도’를 찾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19세기 노예제도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재현해 호평을 받았다.
젠킨스 감독은 본격적인 시리즈 제작에 앞서 지난 4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에 참여했다. 대학 내 인종차별 현실을 가벼운 풍자 소동극으로 그려낸 드라마는 일부 극단적인 성향의 사용자들로부터 IMDB 평점 테러를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젠킨스 감독이 연출한 에피소드는 유일하게 평점 테러를 피했다.

 

 

우디 앨런: 크라이시스 인 식스 씬(Crisis in Six Scene)

<이미지: 아마존>

 

우디 앨런 감독은 1969년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한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 앨런 감독의 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신경질적이고 불안정한 캐릭터와 수다스러운 농담, 어긋난 로맨스는 전매특허로 자리 잡으며 특유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왔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지친 기색 없이 끊임없는 창작 활동에 매진하는 앨런 감독은 지난해 최초로 드라마를 연출했다.

<크라이시스 인 식스 씬>은 마일리 사이런스, 존 마가로, 일레인 메이와 앨런 감독이 직접 출연한 아마존 드라마이다. 1960년대 교외 중산층 가족의 믿음을 흔들리게 할 손님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로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다음 시즌 제작 소식이 없는 걸로 봐서 오랜 시간 영화 작업만 해왔던 앨런 감독에게 드라마는 낯선 도전이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