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제작비가 든 해외 드라마 15

TV는 영화보다 저렴하면서 효율성이 높은 시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뛰어든 이래 TV 시장은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제작비 경쟁에 나서며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ER], [프렌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보드워크 엠파이어]와 같은 한 편당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작품이 있었지만, 비싼 TV 시리즈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지금과는 좀 다르다. 갈수록 시청자의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전통적인 TV 쇼의 시대가 지나고, 영화 한 편 제작비에 맞먹는 한 시즌에 1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드는 시대를 맞이했다. 스타 제작진과 배우를 기용하고 수준 높은 프로덕션을 갖추어 완성도 높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비싼 TV 시리즈들이 끊임없이 시청자를 유혹한다. 결과가 성공적이든 실망스럽든 호화로운 제작비를 자랑하는 드라마를 살펴본다.

이미지: 아마존

더 틱(The Tick, 2017~2019) – 회당 500만 달러

아마존에서 새롭게 부활한 유쾌하고 마음씨 좋은 히어로 [더 틱]은 아쉽게도 시즌 2만에 종영됐다. 30분짜리 에피소드마다 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음에도 아마존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계속할 만큼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시트콤 같은 엉뚱한 이야기에 값비싼 시각효과를 선보였지만, 컬트적인 인기를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제작비만 보면, 회당 한 시간 분량의 <보드워크 엠파이어>와 동일한데, 이후 [더 틱]의 공동 제작자 수잔 허비츠 아네슨은 그만큼의 예산을 들이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출연 배우 그리핀 뉴먼도 많은 제작비를 인정하면서도 HBO의 쇼만큼 비싸지 않아도 옹호했다. 어쨌든 [더 틱]은 2001년 FOX에서 선보여 좋은 평가에도 저조한 시청률로 한 시즌만에 끝났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 운명을 피해 가지 못했다. 하지만 코믹스 원작자 벤 에드런드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히어로 ‘더 틱’이 다시 돌아올 거라 믿고 있을지 모른다.

이미지: FX Networks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American Crime Story, 2016~) – 회당 650만 달러

라이언 머피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잘 아는 제작자다. 성형외과 의사 두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닙턱], 뮤지컬 하이틴 드라마 [글리], 호러 드라마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등 그의 손길을 거친 드라마는 자극적이고 통속적인 서사와 호화로운 볼거리가 특징이다. 이를 위해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스타 배우들을 내세울 때가 많다. 2016년 첫 선을 보인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는 미국 사회에 논란을 일으킨 실제 사건을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처럼 앤솔로지 형식으로 그린 작품으로, 1994년 살인 혐의로 기소된 O.J. 심슨 사건을 다룬 시즌 1은 회당 제작비가 650만 달러로 알려졌다. 쿠바 구딩 주니어, 존 트라볼타, 그리고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주역 사라 폴슨 등 쟁쟁한 출연진이 비싼 제작비를 뒷받침한다. 지아니 베르사체 살인사건을 다룬 시즌 2 역시 페넬로페 크루즈, 에드가 라미레즈, 리키 마틴, 대런 크리스 등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배우진으로 포진했다.

이미지: 넷플릭스

얼터드 카본(Altered Carbon, 2018~) – 회당 600만~700만 달러

사이버펑크 누아르 [얼터드 카본]은 넷플릭스의 비싼 드라마 명단에 올라있다. 인간의 의식을 저장하고 육체를 교환하는 300년 후의 최첨단 미래 세계(흡사 TV 버전의 ‘블레이드 러너’를 보는 듯한)를 구현하려면 화려한 시각효과는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총괄 제작자 레이타 칼로그리디스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 인터뷰에서 총 1억 5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예산이 들었다고 밝혔다. 막대한 예산이 든 만큼 넷플릭스는 쇼를 홍보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는데, 시즌 공개를 앞두고 출연 배우 조엘 킨나만, 마사 히가레다, 디첸 라크맨이 한국을 찾아 홍보 일정을 소화했다.

이미지: TNT

에일리어니스트(The Alienist, 2018~) – 회당 750만 달러

1994년 발표한 칼렙 카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에일리어니스트]는 19세기 말 10대 남자아이만 살해하는 희대의 연쇄살인마와 그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니엘 브릴, 루크 에반스, 다코타 패닝이 각각 정신과 박사와 삽화가, 여성 경찰로 출연해 영화 못지않은 캐스팅을 자랑한다. 어둡고 잔혹한 미스터리와 탄탄한 출연진은 2012년 이후 TNT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는데, 회당 750만 달러의 제작비가 제 몫을 다한듯하다. 특히 막대한 제작비는 19세기 말 뉴욕의 풍경을 사실적이면서도 음산하게 담아내는 데도 성공적이었다. 내년 시즌 2 방영을 앞두고 있으며, TNT는 또 다른 대작 드라마 [설국열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지: HBO

바이닐(Vinyl, 2016) – 회당 750만 달러

아무리 좋은 제작자와 배우가 참여하고 엄청난 예산을 들인다고 해도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HBO에 가장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긴 [바이닐]이 그렇다. 재기를 꿈꾸는 음반회사 대표를 통해 1970년대 음반 산업의 변화하는 풍경을 호사스러운 볼거리로 담아냈지만, 한 시즌만에 씁쓸하게 퇴장했다. 최근 [아이리시맨]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가 참여했음에도 철퇴를 맞았는데, 후속 시즌이 결정됐다가 번복됐기에 더 뼈아프다. 아무래도 1억 달러의 예산을 가지고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2시간 분량의 파일럿 에피소드는 30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고 한다.

이미지: 넷플릭스

디펜더스(The Defenders, 2017) – 회당 800만 달러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넷플릭스-마블 히어로들의 크로스오버 시리즈 [디펜더스]의 회당 예산은 800만 달러로 알려졌다.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와 같은 단독 시리즈가 한 시즌에 4000만 달 러, 회당 약 300만 달러의 예산이 책정된 것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다. 이는 처음에 총 2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받아 시리즈마다 균등하게 배분했기 때문인데, 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디펜더스]는 8부작으로 13부작으로 구성된 단독 시리즈보다 에피소드가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작비가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이미지: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2016~) – 회당 600만~800만 달러

넷플릭스를 대표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제작비가 상승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유료 가입자 수를 확보하는 역할을 하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198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를 떠올리게 했던 8부작 첫 시즌은 회당 600만 달러(총 4800만)의 제작비가 들었고, 9부작으로 늘어난 시즌 2는 회당 800만 달러(총 7200만)의 예산이 책정됐다. 시즌 3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출연료 인상과 그 외 제작비를 고려하면 회당 10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아마존

잭 라이언(Jack Ryan, 2018~) – 회당 800만 달러

지난 10월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된 [잭 라이언]은 비싼 TV 시리즈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톰 클랜시의 첩보 소설을 원작으로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존 크래신스키가 주연을 맡아 테러 사건에 뛰어든 CIA 분석가 잭 라이언의 활약을 그린다. 아마존은 해외 로케이션과 실감 나는 액션에 회당 800만 달러(많게는 1000만 달러까지)의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잭 라이언]의 성과에 만족한 아마존은 시즌 2 공개 몇 달 전 일찌감치 세 번째 시즌을 주문했는데, 두 번째 시즌도 만족했을지 궁금하다.

이미지: Starz

아메리칸 갓(American Gods, 2017~) – 회당 800만~1000만 달러

시즌마다 잡음 많은 드라마로 알려진 [아메리칸 갓]도 막대한 예산이 드는 시리즈 중 하나다. 닐 게이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니발]의 브라이언 퓰러가 쇼러너로 참여해 8부작 첫 시즌에 회당 8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비평과 시청률 모두 성공적인 반응을 얻었다. 시즌 2는 이전보다 늘어난 회당 100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됐했데, 쇼러너 브라이언 퓰러와 마이클 그린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시즌 2의 각본이 절반가량 완성된 상태에서 두 사람은 하차했고, [워킹 데드] 작가 출신 찰스 ‘칙’ 에글리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지난한 제작 과정 때문일까, 시즌 2는 이전보다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내년 공개 예정인 시즌 3가 이 모든 잡음을 해소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미지: CBS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 2007~2019) – 회당 900만 달러

시즌 초창기만 해도 평범했던 시트콤 [빅뱅이론]이 CBS의 효자가 될지 누가 알았을까.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일하는 너드들의 코믹한 일상이 점차 많은 북미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예산도 늘어났다. 특히 시즌 8부터 올해 종영한 마지막 시즌 12까지, 시리즈의 인기를 견인한 배우들이 재계약 협상에 따라 출연료가 75만 달러~100만 달러로 인상되면서 25분짜리 에피소드의 회당 제작비는 900만 달러로 상승했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고, 2013-2014년 드라마 시청률 1위도 차지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제 [빅뱅이론]은 끝났지만, 셸든 쿠퍼의 어린 시절을 담은 스핀오프 [영 셸든] 방영 중이다.

이미지: HBO

웨스트월드(Westworld) – 회당 1000만 달러

1973년 영화 [이색지대]에 뿌리를 둔 [웨스트월드]는 같은 해 봄 흐지부지 종영된 [바이닐]에 버금가는 제작비가 들었다. 10부작 첫 번째 시즌에 들어간 예산만 1억 달러에 달하는데, [웨스트월드] 역시 [바이닐]처럼 파일럿 에피소드에 2500만 달러를 쏟아부었고, 나머지 에피소드는 800~10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였다. 다행히도 독특한 웨스턴 SF [웨스트월드]는 [바이닐]과 달리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2018년 두 번째 시즌을 선보일 수 있었다. 현재 세 번째 시즌이 내년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미지: 넷플릭스

더 크라운(The Crown, 2016~) – 회당 650만~1300만 달러

첫 회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드레스를 위해 3만 5천 달러를 지불한 [더 크라운]은 넷플릭스에서 가장 값비싼 드라마로 꼽힌다. 우아하고 호화로운 영국 왕실과 시대를 정교하게 재현하려면 당연한 비용일지 모른다. 이 야심 찬 시리즈는 에피소드마다 화려한 의상과 실제 버킹엄 궁에 온 것 같은 놀라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더 크라운]은 누구나 알지만 깊은 내막까지 알기 힘든 왕실 이야기를 눈요기에 그치지 않고 섬세하고 깊이 있게 담아내 호평을 받았는데, 내밀한 왕실을 위해 편당 13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쇼러너 피터 모건은 2018년 BAFTA 행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한 시즌당 제작비가 1억 3000만 달러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두 시즌을 제작하는 비용에 가깝다며 생각하는 것만큼 비싼 드라마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미지: 애플 TV

더 모닝 쇼(The Morning Show, 2019~) – 회당 1500만 달러

아직까지 눈에 띄는 반응은 없지만 애플 TV가 드디어 포문을 열었다. 애플 TV를 서비스하면서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리즈 위더스푼과 제니퍼 애니스톤, 스티브 카렐을 내세운 [더 모닝 쇼]다. 아침 방송 진행자들의 치열한 일상을 그린 드라마로 총 20부작 두 시즌으로 제작되고, 시즌당 제작비는 1억 5000만 달러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리즈 위더스푼과 제니퍼 애니스톤은 출연료로 회당 125만 달러를 받을 것이라고 하니 할리우드 톱배우들이 스몰 스크린으로 가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이미지: 디즈니플러스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 2019~) – 회당 1500만 달러

넷플릭스의 새로운 경쟁상대로 애플 TV만 있는 게 아니다. 막강한 라이브러리를 갖춘 디즈니플러스도 있다. 북미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는 첫 오리지널 작품으로 [스타워즈] 스핀오프 TV 시리즈를 공개했다. [라이온 킹]의 존 파브로가 쇼러너로 참여하고, [나르코스]와 [왕좌의 게임]의 페드로 파스칼이 주연을 맡은 [만달로리안]이다. 디즈니는 현상금 사냥꾼 만달로리안의 이야기를 위해 회당 1500만 달러라는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제작비를 투입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비싼 시리즈가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마블 시리즈의 경우 편당 2500만 달러, 총 1억 5000만 달러~2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되는데, 할리우드 리포트에 따르면 디즈니는 2020년 오리지널 프로그램 예산을 약 1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고.

이미지: HBO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 회당 1500만 달러

[왕좌의 게임]이 대작 드라마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안다. 이국적인 로케이션, 드래곤을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한 컴퓨터그래픽, 이제는 스타가 된 배우들의 출연료. [왕좌의 게임]은 마지막 시즌을 위해 회당 1500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했다. 2010년 첫 시즌에 7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던 것과 비교하면 껑충 뛰어올랐는데, 그만큼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니 그저 터무니없는 예산은 아니다. 비록 가상의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현대의 문물인 스타벅스 컵이 잠시간 잘못된 곳에 나타나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시청률 신기록을 세우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제 시청률도 제작비도 ‘포스트 왕좌의 게임’ 쟁탈전이 치열해질듯하다. 덧붙여 이 자리를 가장 노리고 있는 곳은 아마존인데, 최소 제작비 10억 달러(판권 비용만 2억 5000만 달러)가 투입된 [반지의 제왕] TV 시리즈를 제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