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 마마!’ 미소 뒤에 슬픔을 따뜻하게 다루는 법

날짜: 3월 22, 2020 에디터: 홍선
이미지: tvN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흔한(?) 일이다. [하이바이, 마마!]의 줄거리를 듣고 새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흔한’ 이야기 속에 ‘특별한’ 연출이 드라마에 푹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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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바이, 마마!]는 사고로 죽은 차유리(김태희)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 조강화(이규형)와 딸아이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살아있는 영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은 보통 이승에서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일을 향해 달려갈 때가 많다. 세상에 다시 내려가 못다 한 일을 해결하고 감동적으로 끝맺는다.

그런데 [하이바이, 마마!]는 이런 플롯을 중심으로 하되 삶의 소중함도 함께 보여준다. 식사를 하거나, 캠핑을 가거나, 가족과 함께 TV를 보는 등 보통의 일들을 아련하게 그려낸다. 대단한 이벤트나 기념일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함께 있는 별거 없는 시간이라도 행복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슬픔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잔잔하게 그린다. 차유리가 죽은 지 5년이란 시간이 지났기에 주변 인물 대부분 슬픔에만 빠지지 않는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 아픔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가끔 유리의 흔적을 만날 때 슬픔이 채 아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가족들에게 강한 척하지만 혼자 흐느끼는 유리 엄마, 딸의 생일과 아내의 기일이 같아 일부러 집에 늦게 들어오는 강화의 모습은 이런 감정을 대변한다. 신파 코드를 절제하고 미소 뒤에 감춰진 슬픔을 자연스럽게 보여줘 마음을 울린다.

섬세한 감성터치는 드라마 구성에서 더 돋보인다. [하이바이, 마마!]는 인트로와 에필로그를 활용한다. 인트로에서는 드라마의 주요 인물인 유리, 강화, 현정, 근상의 과거를 보여준다. 유리가 있을 때에 모두가 느꼈던 즐거움과 사고로 떠난 뒤 슬픔에 빠진 모습을 교차해서 비춘다. 거기에 이번 화에서 중요하게 다룰 내용을 ASMR급 내레이션이 알려줘 애틋한 감정을 전한다. 에필로그는 이번 화에서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짤막하게 보여준다. 대부분 웃고 넘어가는 에피소드가 많은데, 이런 모습 또한 삶의 소중한 순간이라는 점을 넌지시 던져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낸다. [하이바이, 마마!]가 다루는 이야기 대부분이 산 사람을 걱정하는 죽은 영혼의 시점으로 그린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눈물은 예상했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섬세하고 사려 깊어 더 큰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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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정서와 감동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다만 차유리의 귀신 동료들을 활용하는 에피소드나 코미디는 썩 매끄럽지 못하다. [하이바이, 마마!]는 두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하나는 환생한 차유리가 남편과 딸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며, 드라마의 실질적인 메인 스토리다. 다른 하나는 귀신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부분이며 드라마의 살을 더하는 서브 스토리다.

귀신들의 소원을 들어오는 에피소드는 소소한 웃음을 주고 생각지 못한 이야기로 연결되는 전환점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서브 스토리를 해결하기 위해 메인 스토리가 지체될 때가 많고, 대부분 귀신 캐릭터가 너무 과장해서 행동해 극의 분위기를 흐트러지게 할 때가 많다. 드라마는 노골적으로 이들 캐릭터를 활용한 코미디를 구사하는데 타율이 그리 높지 못한 점도 아쉽다.

그래도 서브 스토리가 빛날 때가 있다. 귀신들 소원 대부분이 남은 가족과 관련되어 있다. 혼자 남은 아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전하고 싶은 엄마 귀신이나 결혼을 앞둔 딸을 바라만 보는 아빠 귀신 등 서로를 향한 애틋한 시점을 감동과 눈물로 잘 그려낸다. 서브 스토리가 계륵 같은 구성이어도 계속 보고 싶은 건 이 때문이다. 억지스러운 코미디를 줄이고 보다 드라마에 집중한다면 메인 못지않게 다음이 기대되는 스토리로 다가올 듯하다.

[하이바이, 마마!]는 전환점을 돌아 끝을 향하고 있다. 지금 차유리는 죽기 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것인지, 이대로 가족의 행복을 바라며 떠날 것인지 고민에 빠져있다. 미안하게도 차유리의 고민이 더욱더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다음을 기대한다. 허나 차유리의 선택이 무엇이든 [하이바이, 마마!]가 전한 삶과 가족의 소중함은 드라마가 끝나도 따뜻하게 간직될 듯 하다. 다음 화를 보기 전에 미리 손수건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