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살린 드라마들

아무리 열심히 챙겨보더라도, 여전히 볼 것이 너무나도 많은 시대다. 이런 ‘콘텐츠 범람 시대’ 속에서 대중에게 이름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사라진 영화나 드라마들이 수도 없이 많다. 다른 작품에 밀려서, 편성시간이 안 좋아서, 혹은 홍보가 제대로 안 되어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작품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플랫폼이 있었으니,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다. 언제나 어디서나 마음 편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만큼, TV에서 제대로 빛을 받지 못하다가 스트리밍 플랫폼에 공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작품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넷플릭스 덕분에 큰 사랑을 받게 된 작품들을 살펴보자.

 

1.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

 

말기 암 판정을 고등학교 화학 교사가 마약 제조에 손을 대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작품. 일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역대 최고의 드라마 시리즈’라 평가되기도 한다. 2회 연속 에미상 최우수 작품상(드라마), 2014년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믿기 어렵겠지만 넷플릭스 진출 이전까지 평단의 극찬과 달리 ‘아는 사람만 아는’ TV 시리즈였다. 그러나 마지막 시즌 방영을 앞두고 넷플릭스에 시즌 1부터 4까지 공개되면서 신규 시청자들이 대거 유입,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시즌 후반기의 첫 에피소드 시청자 수가 무려 6,000만 명이었다고 하는데, 이는 이전 시즌 첫 회 시청자 수의 두 배라고 한다.

 

 

2. 너의 모든 것 (You)

 

짝사랑에 빠진 남자의 집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들을 그린 심리 스릴러.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가십걸]의 ‘댄 험프리’로 유명한 펜 배즐리가 주인공을 맡았다. [브레이킹 배드]와 마찬가지로 호평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팬들만 아는 시리즈였으나 시즌 1 종영 이후 한 달이 지난 2018년 12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TV 방영 당시 회당 평균 시청자 수가 6,5000명이었던 것에 비해 넷플릭스로 넘어가면서 한 달간 총 4,0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인기에 힘입어 차기 시즌은 아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다고 한다.

 

 

3. 지정생존자 (Designated Survivor)

 

미국 행정부의 ‘지정생존자’ 제도를 소재로 한 작품.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이 테러로 사망하자, 내각 각료 최하위의 주인공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참신한 소재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호평받았지만 시즌 2가 각종 무리수와 밋밋한 전개로 시청률과 평가가 저조해지며 제작이 취소됐다. 결국 넷플릭스 품에 안기면서 시즌 3 제작을 확정, 국내에서는 지진희 주연의 [60일, 지정생존자]로 리메이크되어 올해 방영 예정이다.

 

 

4. 루시퍼 (Lucifer)

 

지옥에서 가출(?)한 악마가 미국 로스엔잴레스에서 겪는 사건들을 그린 작품. DC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다. 미적지근한 평단의 반응과 달리, 대중에게는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갈수록 신규 시청자의 유입이 줄어들고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FOX에서 시즌 4 제작 취소를 선언하는데, 문제는 시즌 3의 마지막 화에서 엄청난 비밀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SaveLucifer 운동을 진행, 넷플릭스가 바통을 이어받아 차기 시즌을 제작하게 됐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떡밥으로 남아 고구마만 먹을 뻔한 시청자들에게 넷플릭스가 사이다 한 모금을 준 셈이다.

 

 

5. 쉐임리스 (Shameless)

 

알코올 중독자 아빠와 그에 못지않은 ‘막장 인생’을 사는 여섯 자녀가 시카고 빈민가에서 생활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영국의 동명 2004년 드라마 시리즈를 리메이크했다. 올해 열 번째 시즌 방영을 앞두고 있는 쇼타임 채널의 [쉐임리스]는 회당 평균 시청자 수가 약 200만 명 정도였던 ‘중박’ 시리즈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청률에 비해 평론가들의 평가는 상당히 우수했다. 그러나 시즌 6 즈음부터 넷플릭스에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플랫폼 도합 시청자 수가 3배 가까이 증가했고, 시즌 8에 다다라서는 더욱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 관계자가 밝혔다.

 

 

6. 더티 존 (Dirty John)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의사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이 그의 충격적인 비밀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 실제 있었던 사이코패스 범죄자 존 미한을 다루면서 6주간 1,0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동명 팟캐스트가 원작이다.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 준수한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2019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하며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TV 방영 당시의 평균 시청자 수는 약 150만 명, 넷플릭스가 자세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외 평론 매체 로튼토마토에 의하면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더티 존]의 검색 빈도가 382% 증가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