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드라마 | 미드 속 최애 커플의 키스 장면,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했을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야기 중 ‘한국 미니시리즈 제작 법칙’이라는 게 있다. 16부작 드라마는 반환점을 도는 8화 엔딩에 주인공들의 키스 장면이 들어간다는 것. 키스신이 그동안 공들여 쌓은 감정선의 클라이맥스인 셈이다. 미국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다만 인기가 있으면 한없이 연장되는 특성상 두 캐릭터가 키스하는 데 짧게는 에피소드 몇 편, 길게는 몇 시즌이 소요된다. 이 글에서는 몇몇 인기 드라마에서 커플의 첫 키스 장면을 보려고 팬들이 얼마나 기다려야 했는지 알아본다. 참고로 최장 기록은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의 테드와 트레이시(남매의 어머니)의 키스로, 시리즈 종영까지 세 편이 남은 205번째 에피소드에 나왔다.

루트 & 쇼,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이미지: CBS

첫 키스: 4×11 If-Then-Else
기다린 시간: 에피소드 41편 (쇼는 시즌 2 16회에 첫 등장)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는 감시 사회와 인공지능에 대한 영리한 SF 시리즈이자 주요 캐릭터 간 관계성 맛집으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서로를 위해 목숨은 내놓지만 연애는 안 하는 이들 사이에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암살자 쇼와 머신에 집착하는 해커 루트는 유일한 ‘공식’ 커플이다. 처음 만났을 때 서로를 죽이려 했던 두 사람은 루트가 플러팅하면 쇼가 질색하는 관계로 발전했고, 팬들은 ‘슈트(Shoot)’라는 커플 이름을 붙이며 열광했다. 시즌 4 중반, 작전 수행 중 쇼가 루트에게 입을 맞추며 감정이 양방 통행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 뒤로 둘은 오랫동안 떨어져 만나지 못한다. 쇼가 자신을 희생해 루트와 다른 팀원들을 탈출시키고 기계와 팀을 노리는 자들의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팸 & 짐, 오피스

이미지: NBC

첫 키스: 2×22 Casino Night
기다린 시간: 에피소드 28편

팸과 짐의 러브라인은 [더 오피스]의 주요 스토리 중 하나다. 두 사람은 시리즈 초반부터 핑크빛 기운을 마구 뿜어낸다. 다만 팸에게는 3년째 만난 약혼자 로이가 있어 짐이 섣불리 진심을 전할 수가 없는 상황. 마음을 억누르던 짐은 결국 두 번째 시즌 22화에서 팸에게 ‘친구 이상의 관계가 되고 싶다’고 진심을 고백했으나, 팸은 로이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어 거절한다. 짐의 진심이 묻어나는 고백과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걸 알면서도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은 언제 봐도 가슴이 아픈 명장면이다. 엄밀히 따지면 두 사람은 시즌 2 첫 에피소드에서 키스를 하긴 했는데, 이때 팸은 얼큰하게(?) 취했기에 논외로 하자. 팬들의 바람대로 둘의 러브라인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두 사람에게 허무하게 차인 연인들에 이입해 ‘짐팸 커플’을 싫어한 이들도 꽤나 있었다고.

피츠 & 시먼스, 에이전트 오브 쉴드

이미지: ABC

첫 키스: 3×08 Many Heads, One Tale
기다린 시간: 에피소드 52편

[에이전트 오브 쉴드]의 과학자 커플 ‘피츠시먼스’는 쉴드 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나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다. 시즌 1에 서로를 향한 감정이 친구 이상인 걸 자각했지만, 진짜 연인이 되기까지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첫 키스를 나누는 시즌 3 8화까지 위험한 작전들을 수행한 건 기본이다. 시먼스는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살아났다. 워드의 배신으로 바다에 가라앉았을 때 피츠는 시먼스에게 산소를 양보했고,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오랫동안 후유증에 시달린다. 시먼스는 크리 종족의 유물 때문에 먼 행성에 떨어졌고, 피츠는 우주에 구멍을 내서 시먼스를 데려왔다. 이쯤 되면 둘 사이가 저주받았다는 피츠의 말은 빈말이 아니다. 팬들을 더 안타깝게 한 건 연인인 된 둘의 고생길이 더 활짝 열렸다는 점이다.

엘리너 & 치디, 굿 플레이스

이미지: NBC

첫 키스: 2×12 Somewhere Else
기다린 시간: 에피소드 26편

[굿 플레이스]의 엘리너와 치디는 말 그대로 ‘소울메이트’다. 그런데 ‘영혼의 짝’ 혹은 ‘천생연분’이라는 본래의 뜻과 달리, 두 사람의 관계는 소울메이트와 거리가 멀었다. 엘리너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치디에게 온갖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윤리학 교수였던 치디 입장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게 고역이었을 터. 동서양 철학과 윤리를 총동원한 가르침에도 엘리너에게 큰 변화가 없던 것도 큰 스트레스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엘리너가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시즌 2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엘리너가 모두를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하자 치디는 진심이 담긴 키스를 한다. 극도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배드 플레이스에 갇힌 치디가 박력 있게 엘리너에게 다가가는 모습에 환호성을 내지른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을 듯하다.

하비 & 도나, 슈츠

이미지: USA Network

첫 키스: 7×10 Donna
기다린 시간: 에피소드 102편

[슈츠]에서 하비와 마이크는 브로맨스를, 마이크와 레이철은 로맨스를 담당했지만 팬들이 가장 사랑한 커플은 하비와 도나였다. 유능한 변호사와 그만큼 유능한 비서였던 두 사람은 직장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너무 완벽해서 이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결국 시즌 7 10화에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키스 장면이 나왔다. 물론 과거에 함께 밤을 보낸 적이 있고, 꿈속에서 키스도 했지만, 정식으로 키스를 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키스 후에도 한 시즌이 지나고 로펌이 또 위기를 겪고 나서야 두 사람은 정식 연인이 되었고,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었다.

제이미 & 브리엔, 왕좌의 게임

이미지: HBO

첫 키스: 8×4 The Last of Starks
기다린 시간: 에피소드 55편 (브리엔과 제이미와의 첫 대면은 시즌 2 7화)

[왕좌의 게임]에서 ‘제이브리’ 커플은 가장 큰 팬덤을 가졌지만, 원작 팬을 제외하면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발전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테다. 첫 만남부터 틈만 나면 서로 죽일 듯이 으르렁거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용병 전우회에 붙잡혀 오른손을 잃고 심한 학대를 받던 제이미를 브리엔은 끝까지 격려했고, 그런 모습을 통해 제이미는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국왕 시해자’라는 오명의 진실을 브리엔에게만 털어놓는 것만 봐도 제이미가 브리엔을 어떻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이후 수많은 역경을 함께 헤쳐낸 둘은 시즌 8 4화가 되어서야 키스는 물론, 함께 잠자리에도 들지만… 이 장면은 ‘제이브리’ 커플을 응원하던 팬들조차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는 불만이 쇄도할 만큼 각본과 연출이 아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