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드라마 | 비영어권 드라마, 뭐부터 볼까?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엘리트들]이 언어의 장벽을 넘고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비영어권 작품에 대한 거부감이 이전보다 낮아진듯하다. 언어가 낯설고 생소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미드나 영드 위주의 영어권 드라마와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와 캐릭터는 이질적이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언어와 문화에 열린 마음으로 비영어권 드라마를 찾는다면 장르도 국적도 다양해서 취향대로 골라 볼 수 있는 아래의 리스트를 참고해보자. (*혹시 예상했던 작품이 없다면 이 리스트를)

인스틴토: 가면 속 본능(Instinto) 시즌 1, 8부작

이미지: 캐치온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로 친숙한 스페인 배우 마리오 카사스가 에로틱 스릴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인스틴트: 가면 속 본능]은 기대보다 야하지 않아서 아쉬웠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처럼 어설픈 묘사에 그치지 않고, 초반부터 파격적인 수위로 스페인 드라마 특유의 매운맛을 한껏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공허함을 채우고자 본능만을 좇는 남자의 이야기로, 겉으로는 잘나가는 사업가지만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 쾌락만을 추구하는 마르코가 두 여자 사이에서 겪는 미묘한 갈등을 그린다. 친구이자 동업자인 디에고의 추천으로 함께 일하게 된 매혹적인 야망가 에바와 아스퍼거 증후군인 동생의 교육 심리학자 캐롤이 마르코를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하며, 이를 화끈한 29금 수위를 넘나드는 심리 서스펜스로 담아낸다. (캐치온)

리얼리티 Z(Reality Z) 시즌 1, 10부작

이미지: 넷플릭스

[블랙 미러]의 찰리 브루커가 제작과 각본을 맡은 [데드 셋(2008)]을 브라질에서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리얼리티 Z]은 원작보다 두 배 늘어난 10부작으로 구성됐으며, 자급자족이 가능한 리얼리티 쇼 세트장에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가 난입해 생지옥을 만든다는 동일한 설정으로 극이 전개된다. 5화까지는 외부와 고립된 참가자들과 가까스로 살아남은 제작진의 이야기를 원작과 같게 가져간 이후 세트장을 생존자들의 은신처로 삼아 세계관의 확장을 시도하는데, 인간의 이기심이 좀비보다 무섭다는 메시지는 변함없다. 화끈한 고어 좀비물을 보고 싶다면 추천. (넷플릭스)

어둠 속으로(Into the Night) 시즌 1~, 6부작

이미지: 넷플릭스

얼마 전 시즌 2가 확정된 [어둠 속으로]는 태양이 생명을 파괴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끄는 재난물이다. 좀비 사극 [킹덤] 시즌 2처럼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공개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폴란드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출발을 준비하던 브뤼셀발 야간 비행기가 나토 소속 장교에게 탈취당한 뒤 태양이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비행하며 안전지대를 찾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 혼란과 갈등을 빚는 인간 군상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한정된 인원으로 끌고 가는 이야기임에도 빠르게 휘몰아치는 전개가 압권이다. (넷플릭스)

라그나로크(Ragnarok) 시즌 1~, 6부작

이미지: 넷플릭스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노르웨이 판타지 드라마다. 우리가 잘 아는 토르나 로키 등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지만, 신화 속 존재들의 힘을 가진 인물들이 어두운 비밀이 있는 작은 마을에서 대립하고 갈등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름답고 웅장한 산맥에 둘러싸여 평화롭게 보이는 마을에 망네의 가족들이 돌아오고, 이어 수상한 조짐이 나타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이전까지 몰랐던 어마어마한 힘을 발견한 망네는 새 학교에 전학 와 유일하게 가깝게 지냈던 친구에게 비극이 발생한 후 마을의 수상한 비밀과 가까워진다. 드라마는 북유럽 신화에 살인 미스터리와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결합해 다소 느릿한 전개에도 신선한 흥미를 유지한다. (넷플릭스)

스캄 프랑스(Skam France) 시즌 6, 63부작

이미지: Gétévé Productions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비주얼 맛집’이라 불리는 핫한 하이틴 드라마로, 노르웨이에서 제작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스캄]을 리메이크했다. 주요 출연진(엠마, 마농, 다프네, 이만, 알렉시아 등)은 크게 변동 없지만 시즌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인물이 바뀌고, 극중 캐릭터별로 가상 SNS를 운영해 친밀감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또 국내에는 20여 분의 에피소드가 시즌 단위로 묶여 공개됐지만,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에 리메이크될 만큼 빠르게 인기를 끌고 확산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에 먼저 클립 영상 형태로 공개했기 때문이라고.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된 신선한 제작 방식에 10대들이 겪는 사랑과 우정, 더 나아가 성 정체성, 인종(종교) 등의 고민을 개성 있는 인물들을 통해 허물없이 그려내 시즌마다 편차는 있어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재미를 보장한다. (왓챠, 네이버 시리즈온, 웨이브, 카카오페이지, 시즌 / 넷플릭스 예정)

나의 눈부신 친구(My Brilliant Friend) 시즌 2~, 16부작

이미지: 왓챠

엘레나 페란테의 4부작 소설을 원작으로,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가 서로를 동경하고 질투하며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의 흐름대로 진행되며, 어느 날 불현듯 릴라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중년의 레누가 60여 년 동안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던 두 사람의 관계를 회상하며 시작된다. 이탈리아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후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가난과 폭력이 일상이었던 시대에, 타고난 재능에도 가정환경 때문에 진학이 좌절된 릴라와 그에게 묘한 경쟁의식을 느끼는 노력형 수재 레누의 삶은 중학교 진학을 기점으로 엇갈리지만, 요동치는 감정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며 특별한 우정을 지속한다. [빨간 머리 앤]과 같은 여성 우정+성장 서사를 좋아한다면 추천. 시즌 3이 확정됐다. (왓챠)

스파이 퀸(Queen Sono) 시즌 1~, 6부작

이미지: 넷플릭스

[스파이 퀸]은 넷플릭스의 첫 아프리카 오리지널 시리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배경으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첩보 요원 퀸 소노가 러시아 조직과 반정부 세력이 개입해 자국에 잠재적인 위협을 몰고 올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에 정치 투사였던 엄마를 잃은 비극을 겪었음에도 아프리카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퀸 소노는 매력적이고,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역사적 비극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인상적이다. 지난 4월, 공개 두 달 만에 시즌 2가 확정됐다. (넷플릭스)

델리 크라임(Delhi Crime) 시즌 1, 7부작

이미지: 넷플릭스

[델리 크라임]은 ‘니르바야 사건’으로 알려진 인도의 집단 성폭행 사건을 극화한 시리즈다. 잔혹한 범죄 실화를 옮겼음에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은 그동안 많이 봐왔던 수사물과 다르다. 여성 부청창 바르티카 차투르베디가 신속하고 단호한 태도로 사건을 지휘하며 사건 발생 6일 만에 용의자 6명을 검거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수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자극적인 묘사는 배제하고, 집단 강간 사건을 촉발했고 수사의 걸림돌이 되기도 했던 인도의 열악한 현실과 여성의 낮은 인권을 사실적으로 부각해 상당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앤솔로지 형태의 시즌 2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나왔었는데, 현재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넷플릭스)

숲(The Woods) 시즌 1, 6부작

이미지: 넷플릭스

올 초 할런 코벤의 소설을 각색한 리차드 아미티지 주연의 [스트레인저]를 공개했던 넷플릭스는 지난 6월 그의 또 다른 소설을 원작으로 한 폴란드 오리지널 시리즈를 공개했다. 1994년과 현재의 두 시점을 오가며 전개되는 [숲]은 25년 전 여름캠프 중에 실종됐던 여동생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검사가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유럽 특유의 우울하고 슬픈 정서가 더해져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서 비롯된 충격적인 진실로 향하는 과정은 마냥 편하게 볼 수 없지만, 차곡차곡 쌓아가는 서사의 힘이 탄탄하고, 특히 두 시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촬영이 인상적이다. (넷플릭스)

마드리드 모던걸(Cable Girls) 시즌 5, 44부작

이미지: 넷플릭스

얼마 전 시즌 5 파트 2가 공개되면서 종영한 [마드리드 모던걸]도 인기 스페인 드라마 중 하나다.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었던 1920년대부터 시작해 마드리드의 전화국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의 사랑과 우정, 연대를 그린다. 형사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신분을 속이고 전화국에 취업한 리디아(알바)가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카를로타, 앙헬레스, 마르가와 동료 이상의 우정을 나누며 남성 중심 사회에서 자유와 주체적인 삶을 찾기 위해 맞서는 이야기가 스페인 특유의 막장스러운 전개로 펼쳐진다. 시기와 배신, 성공과 우정, 사랑이 소용돌이치는 전개에도 여성 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끝까지 끌고 간다.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