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사전 , 난 무엇을 기대했던가?

날짜: 1월 4, 2017 에디터: Jacinta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 오프로 신비한 동물과 함께 뉴욕으로 건너온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마법사 역에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대니쉬 걸>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에디 레드메인이 주연을 맡았다. <해리포터>를 보고 자란 ‘해리포터 키즈’들은 아마 이 영화에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극장에 갈 것이다. 필자도 그랬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 설렘은 극장에 들고 들어간 아메리카노처럼 차갑게 식었고 바닷속에 빠진 소금인형처럼 사라져버렸다. 이 칼럼에서는 <신비한 동물사전>이 왜 좋지 않은 영화인지 말해 보려고 한다.
J.K. 롤링은 매우 훌륭한 작가다. 하지만 그녀가 처음으로 각본을 맡은 <신비한 동물사전>만 놓고 본다면 극작가로는 빵점이다. 영화의 대본은 거의 롤링이 다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세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쳤다. 그나마 나온 것이 이런 결과인가. 스캐맨더의 좌우충돌 뉴욕 여행기만 그렸어도 꽤 즐거운 오락영화가 될 수 있었지만 욕심만 많았던 롤링은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내는 무리수를 던지고 만다. 속편이 이미 기획되어 있는 영화는 보통 1편에서 세계관 소개 및 인물 관계를 풀어내는데 중점을 둔다. 총 5부작으로 기획되어 있는 <신비한 동물사전>도 그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너무 많이 쏟아내면서 어느 한 쪽에도 집중할 수 없는 재앙이 벌어지고 만다. 롤링은 어리숙하고 쭈뼛쭈뼛한 스캐맨더와 코왈스키(댄 포글러) 콤비의 모습을 미소를 머금으며 보고 있게 만들다가도, 분위기가 급격히 어두워지는 그레이브스(콜린 파렐)의 이야기로, 그러다가도 갑자기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고 있는 크레덴스(에즈라 밀러)의 이야기로 넘기는 신기한 흑마법을 부린다. 극 중반부부터는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스토리 파악은 포기하고 마법으로 신나게 날아다니는 접시만 구경하게 되었다.

 

각본이 안 좋으면 편집과 연출로 어떻게든 해결해보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편집자와 감독은 롤링을 힘껏 도와 영화를 함께 던져버렸다. 물론 각본에 문제가 많긴 했지만 40분짜리 드라마에서 20분, 20분으로 나누어 두 인물의 이야기를 전개 시키는 방법을 영화에 그대로 적용시킨다. 한 인물의 이야기가 나온 후, 한참을 기다려야 그다음 스토리를 볼 수 있다. 툭툭 끊기는 전개에 앞선 내용을 까먹을 정도다. 연출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를 멘붕에 빠트렸던 <맨 오브 스틸>의 악몽이 영화를 보던 도중 잠시 생각이 났다.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기억하는가. 스케일만 늘려 보자며 시도 때도 없이 건물을 부숴대서 끝날 때쯤에는 무감각해지기까지 했다. <신비한 동물사전>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이러다가 뉴욕이라는 도시가 없어지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물들을 부숴버린다. 감독은 스토리와 오락성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실패했고 정도를 조절하지 못 했다. <맨 오브 스틸: 마법사 편> 이라고 하면 적당할까.

다음으로는 너무나도 긴 러닝타임이다. 감독은 ‘해리포터 키즈’들에게 추억을 선사해주길 원했을 것이다. 그래서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인기를 끌었던 설정과 마법들을 마구마구 보여준다. 하지만 이 과정으로 인해 영화는 쓸 때 없이 길어진다. 끝날 듯 말 듯, 끝날 듯 말듯한 어처구니없는 전개에 고구마를 수천 개 먹은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찾을 수 있는 위안이라면 아마 배우들의 연기가 아닐까. 연기 천재 에디 레드메인의 퍼포먼스는 역시나 돋보였고 콜린 파렐의 압도적인 비주얼과 악역 연기는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판타지 마법 영화는 배우들이 연기를 못하면 자칫 유치해질 수 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또 한번 인생 연기를 펼쳤던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면 그가 손을 휙휙 저어 만들어내는 가상의 방패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마치 다이소에서 팔고 있는 것처럼. 그 결과 <닥터 스트레인지>는 전 세계적으로 박스오피스 독주 체제를 보이고 있다. <신비한 동물사전>도 출연 배우들이 워낙 연기들을 잘해 영화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을 뿐이다.

영화가 제발 빨리 끝나길 바랐던 것은 아마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이 철저하게 망가지고 있는 것을 바로 눈 앞에서 지켜봤기 때문이 아닐까.

에그테일 크레에이터: 필름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