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공포의 단발머리’를 선보인 남자 배우들

장발 스타일로 소름끼치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남자 배우들

사랑 노래에 등장하는 ‘단발머리’는 첫사랑에 대한 순수한 감정과 설렘을 담은 단어로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영화 속 악역 캐릭터가 단발머리를 하고 나올 때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잊지 못할 서늘함을 전달하곤 한다. 영화에서 ‘공포의 단발머리’를 선보인 남자 배우들을 알아보자.

 

이범수 – 태양은 없다

 

사진 출처: 우노필름

 

이범수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한 후, 단역을 거쳐 [태양은 없다]의 악역 캐릭터를 맡아 괴물 신인으로 떠올랐다. 영화에서 공포의 ‘칼 단발’ 스타일을 선보인 이범수는 이미 오디션 때부터 단발머리였다. 그를 본 김성수 감독은 배우 이정재에게 “너를 괴롭힐 인간 하나 찾았다”라며 반색을 표했다. 그의 오디션 영상을 본 이정재 또한 ‘괴기하게 생긴 사람을 만났다’라고 느낄 만큼 당시 이범수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이런 모습은 과거 이범수가 택시를 탔던 일화에서 탄생했다. 노량진에서 단발머리의 택시 운전기사를 마주친 그는 이 범상치 않은 스타일을 ‘꼭 한번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당시 스포츠머리로 통하던 악역 캐릭터에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 칼 단발 스타일을 선보인 것이었다. 극중 5:5 가르마의 단발머리로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했던 이범수는 최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을 보고 나서야 [태양은 없다] 때 자신을 본 이들의 느낌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야노 고 – 크로우즈 제로 2

 

사진 출처 : (주)케이알씨지

 

웨이브 진 중단발을 늘어트린 아야노 고의 모습은 [크로우즈 제로 2]에 등장하는 어떤 불량학생보다 위협적이었다. 영화 내내 우산 아래 그늘에 조용히 숨어있던 그는 흡사 무용을 하는 듯한 몸짓으로 적을 박살 내는 비밀 병기 ‘료’로 등장했다. 긴 복도에서 수많은 상대를 쓰러트린 후 새침하게 “더워”라고 말하던 모습은 관객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커튼처럼 드리워진 중단발 사이로 건조하면서도 강렬한 눈빛을 내뿜는 아야노 고의 매력은 함께 출연한 배우 ‘오구리 슌’에게도 전달됐고, 영화의 쫑파티로 향하는 길에 오구리 슌이 자신의 소속사에 그를 직접 스카우트했다.

 

 

윤계상 – 범죄도시

 

사진 출처 : 메가박스㈜플러스엠 / ㈜키위미디어그룹

 

배우 윤계상은 영화 [범죄도시]에서 절대 악 ‘장첸’을 연기하며 재평가됐다. 현실감 넘치는 조선족 말투의 대사는 다양하게 변주되며 유행어로 탄생했고, 입소문을 탄 영화는 흥행가도를 달렸다. ‘장첸’ 캐릭터를 더욱 강렬하게 만든 것은 그의 외모였다. 기름진 머리를 빗어 넘겨 하나로 묶은 ‘맨 번’ 스타일을 선보인 그는 수염과 선글라스 등의 아이템을 이용해 위협적인 비주얼을 완성했다. 이 스타일은 윤계상의 연기 욕심에서 탄생했다. 그는 장첸이 등장하는 장면에 임팩트를 더하고 싶었고, 전설의 고향에서 본 귀신의 이미지를 이용해 장첸 캐릭터에 장발 스타일을 더했다. 6시간이 넘는 머리 연장술 끝에 탄생한 ‘장첸 룩’은 그의 의도대로 공포스러운 인물을 탄생시키는데 팔 할을 담당했다.

 

 

히스레저 – 다크나이트

 

사진 출처 : ㈜해리슨앤컴퍼니

 

[다크나이트] 속 히스 레저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영화적 경험을 선사했다. 극중 상대방에게 처참한 죽음을 선사하는 조커를 연기하며 캐릭터에 온전히 이입하기 위해 스스로를 방안에 고립시켰고, 조커의 입장에서 쓴 일기를 들고 다니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메소드 연기에 빛을 더한 것은 ‘존 카글리온 주니어’의 메이크업이었다. 존 카글리온은 현실성이 있는 데다, 더러운 조커를 연출하고자 했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조커 스타일은 지저분한 화장과 기름진 단발로 완성됐고, 그의 외모는 위태롭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역대급 조커를 탄생시켰다.

 

 

김성균 –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사진 출처 : (주)쇼박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별들의 전쟁이기도 했다. 하정우, 최민식, 조진웅처럼 힘주지 않아도 카리스마가 철철 흐르는 배우들이 타짜처럼 연기 대결을 펼쳤다. 그런데 이런 배우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배우가 있었다. 최형배(하정우 분)의 오른팔로 출연한 김성균이었다. 세 갈래로 갈라진 단발머리를 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던 영화 속 김성균의 모습은 늘 정갈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상야릇한 머리 스타일 덕에 한층 더 소름 끼쳤다. 단발머리는 영화 속 시대상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였다고 한다. 감독의 권유에 모든 배우들이 가발을 써봤지만, 단발이 으뜸으로 어울린 사람은 김성균이었고, 이 헤어스타일은 그의 것으로 낙점됐다. 지금은 김성균을 응답하라 시리즈의 ‘삼천포’로 기억하는 이가 많지만, [범죄와의 전쟁]이 스크린에 걸려있던 당시에는, 듣도 보도 못한 단발머리 캐릭터로 수많은 관객들에게 공포를 안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