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 11년의 역사가 이룬 성과

 

글. 레드써니

 

 

 

[어벤져스: 엔드게임] 열풍이 장난 아니다. 개봉 N일 수만큼 N백만의 기록을 깨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흥행 속도는 없었다. 평점 역시 ‘인피니티 사가’의 마지막 작품답게 열광적인 환호와 마블 스튜디오 11년을 집대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이런 흥행과 영화 내용적인 측면을 떠나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니 마블 스튜디오의 11년의 성과 역시 빛나고 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열풍을 통해 마블 스튜디오 11년의 성과를 살펴본다.

 

 

 

  1. 유명세보다 가능성을 믿은 감독들

안소니 루소 & 조 루소

마블 작품을 맡은 감독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다. 마블 신작이 발표될 때, 영웅들의 이름은 알겠지만 감독 소개는 다소 생소할 때가 많다. 대부분 처음 듣는 이름이거나 그들의 작품 필모그래피를 유심히 살펴봐야 고개를 끄덕일 정도. 그도 그럴 것이 마블 영화감독들 대부분이 미국 인디 영화나 작은 규모의 작품에서 활약상을 보여준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마블 스튜디오는 당장의 유명세보다는 가능성을 믿고 1억 달러가 넘는 작품을 맡기고 있다.

마블 페이즈1만 해도 이런 시도는 적었다. [아이언맨]의 존 파브로 감독은 [엘프], [자투라] 등으로 상업영화에서 성과를 내고 있었고, [퍼스트 어벤져]를 맡았던 조 존스톤 감독 역시 [쥬만지], [쥬라기 공원3], [인간 로켓티어] 등 가족 모험 물에 거장이었으며 [토르: 천둥의 신] 케네스 브래너는 감독 겸 배우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어벤져스]의 조스 웨든 감독을 시작으로, 루소 형제(‘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시빌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엔드게임’, 제임스 건(‘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타이카 와이티티(‘토르: 라그나로크’) 등은 대부분 미국 인디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감독이었다. 하지만 마블은 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작품에 연출을 맡겼고, 결과적으로 드라마와 스케일 모두 기대 이상을 보여줬다.

개별 작품은 물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큰 그림의 일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작사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몇몇 감독과는 의견 차이로 중간에 틀어지긴 했지만, 거대 프랜차이즈에서도 감독의 개성과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 좋은 작품을 만들고, 마블 이후에 그들이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게 서포트를 한다는 점에서는 ‘발굴’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2. 당장의 인기보다 캐릭터와의 적합성을 고려한 캐스팅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지금은 믿지 못하겠지만 [아이언맨]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캐스팅되었을 때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미스 캐스팅”이었다. 당시만 해도 마약 중독, 사고뭉치인 한 물 간 배우에게 1억 달러가 넘는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을 맡겼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존 파브로 감독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믿었고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이제 [아이언맨]에서 로다주가 아닌 “만약?”의 생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재능 있는 감독의 발굴만큼 배우 캐스팅 역시 마블은 남달랐다. 당장의 인기 스타보다 해당 캐릭터와의 싱크로율과 시리즈의 10년을 이끌어 갈 미래를 먼저 바라봤다.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햄스워스 등 당시의 인지도보다 이들이 이끌어 갈 캐릭터에 더 중점을 두었고, 이제는 배우 이름보다 배역의 이름이 더욱 떠오를 정도로 완벽한 하모니를 보여줬다. 특히 이들이 마블 영화에 출연하면서 인지도가 상승함에 따라 [어벤져스] 같은 팀-업 무비에서는 상대적으로 화려한 캐스팅, 멀티 캐스팅이 가능했고 마블과 배우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캐스팅으로 발전해갔다.

 

 

 

  3. 유니버스 개념 도입

마블 스튜디오의 성과 중 가장 큰 점은 ‘유니버스(세계관)’의 도입이다. 마블 이전에도 유명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속편과 프리퀄, 심지어 스핀 오프까지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영화가 하나의 세계관에서 결속해 다음 이야기를 온전히 이끌어갈 정도의 큰 그림은 없었다.

그러나 마블 스튜디오는 2008년 [아이언맨]에서부터 ‘닉 퓨리’가 등장하는 쿠키 영상으로 야심을 드러냈다. 지금 [아이언맨]을 보면 [어벤져스]까지 계산해 소름 돋는 힌트들이 한가득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토니 스타크’가 행성 간의 이동을 염두하고 슈트를 업그레이드한다든지 등등) 물론 [아이언맨]을 제외하고 마블 페이즈1 솔로 무비의 흥행과 평가는 지금처럼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너무 큰 그림을 그리려다가 솔로 무비가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걱정이 컸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이들이 뭉치는 [어벤져스]까지 무사히 도착해 팀-업 히어로 무비의 파워를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 [어벤져스]가 거둔 높은 성취는 박스오피스 초토화보다 팀-업 무비의 성공으로 솔로 영화에도 긍정적인 파급력을 보여줬다는 점이 더 크다.

[어벤져스] 이후 [토르],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모두 1편을 능가하는 속편 흥행과 완성도를 보여줬으며, 다음 [어벤져스] 시리즈를 위해 나올 새로운 영웅들의 기대는 점점 커져갔다. 개별 솔로 영화를 보면서도 다음 스토리가 이어지는 한 편의 거대한 시즌제 드라마를 보는 듯한 유니버스의 효과의 시너지는 놀라웠다. 마블 유니버스의 성공으로 이제 각 스튜디오의 프랜차이즈는 속편으로 끝나는 정도가 아닌 하나의 세계관으로 결속해 더욱 넓은 기획과 아이디어를 선보이게 됐다.

 

 

이미지: 소니 픽쳐스

‘유니버스’의 파워를 보여준 건 [어벤져스] 시리즈뿐만이 아니다. 같은 세계관으로 속하기 위해 소니에게 판권이 있는 [스파이더맨]마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편입하게 만들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아쉬운 흥행으로 고민이 컸던 소니에게 다시 한번 대표 프랜차이즈의 흥행을 부활시켰고, 마블은 자사의 인기 캐릭터 ‘스파이더맨’을 MCU에 끌어들여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이름 하에 소니와 디즈니가 같이 공존하게 되는 전무후무한 비즈니스적인 성과도 거뒀다.

 

 

 

  4. ‘포텐’ 터트린 만화 원작 영화의 위용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마블 영화의 성공에 ‘슈퍼 히어로’ 장르의 인기를 우선적으로 들지만, 오히려 그 보다 본질적인 것은 만화(코믹스) 원작의 성공적인 영화화다. 마블 슈퍼히어로 이전에도 분명 성공한 슈퍼히어로 영화는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에 원작 코믹스의 레이블 이름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던 건 원작의 컨셉과 캐릭터만 빌려와 독립적인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몇몇 슈퍼히어로 무비를 제외하고는 만화 원작 영화의 성공을 점치기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마블 스튜디오는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도입해 단순히 원작을 재창조하는 것을 넘어 원작 만화의 굵직한 사건을 영화로도 반드시 재현하겠다는 의지로 시작했다. 그로 인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슈퍼히어로 팀-업 무비 [어벤져스]가 만들어졌고, ‘타노스’의 인피니티 스톤 수집과 거대 결투는 거짓말 같았던 원작 만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며 원작 팬들에게도 벅찬 순간을 선사했다. 마블 영화의 성공으로 슈퍼히어로는 물론 유명 원작 만화의 영화화는 가속화되었고, 소재 고갈을 보여주고 있던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도 이제는 만화 원작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다음 이야기에 돌입하는 마블은 지금까지 보여준 11년처럼 다음에는 무엇을 보여줄지 여전히 기대되는 스튜디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