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을 괴롭히는 ‘다크 피닉스’의 정체는?

 

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폭스에서 제작하는 엑스맨 영화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예고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진 그레이가 다크 피닉스라는 존재가 되면서 벌어지는 좋지 않은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누가 봐도 얌전한 진 그레이에게 폭력적인 마성을 부여하는 다크 피닉스는 도대체 무엇일까? 다크 피닉스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피닉스 포스’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피닉스 포스는 엑스맨 영화 팬들에게 낯설지 않은 존재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휴 잭맨의 울버린과 팜케 얀센이 연기한 진 그레이가 이미 그 모습을 보여준 적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원작의 설정을 모두 담기엔 한계가 있어 설명이 충분치 않았던 탓에 ‘저게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지?’ 하고 넘어간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피닉스 포스는 우주가 탄생하면서 만들어진 ‘우주적인 존재’로, 창조와 파괴의 힘을 상징한다. 마블 코믹스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76년이었는데, 이후 여러 가지 설정이 추가되면서 근원적인 존재로서 전 우주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 중 하나가 되었다.

피닉스 포스는 지성과 감각을 가졌지만, 처음엔 아무런 형태가 없는 에너지 덩어리였다. 지구에 왔다가 페론이라는 마법사를 만났고, 그가 숭배하는 전설의 피닉스에 착안해서 거대한 불새의 형태를 택하게 되었다. 실제로 피닉스 포스는 죽더라도 다시 태어나는 성질을 가진 불멸의 존재였으므로 이는 꽤나 적절한 형태였다.

피닉스 포스는 때때로 생명체를 아바타로 삼아 이용하거나 직접 결합해서 활동하기도 한다. 100만 년 전에는 원시인 여성을 아바타로 삼아 지구를 지키기도 했다. 이 여성은 아스가르드의 주신 오딘과 마법사 아가모토(닥터 스트레인지가 갖고 다니는 ‘아가모토의 눈’의 그 아가모토), 원시시대의 블랙 팬서, 고스트 라이더, 아이언 피스트 등과 함께 석기시대의 어벤저스로 활동했다.

 

 

피닉스 포스는 우주를 누비며 여러 아바타를 이용했는데, 지구에 자주 오게 된 이유는 진 그레이라는 가장 완벽한 아바타를 찾았기 때문이다. 우주의 모든 정신능력과 연결될 수 있는 피닉스 포스는 뮤턴트 소녀 진 그레이가 굉장한 정신능력을 발휘했을 때 이를 알아차렸다. 이후 진 그레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피닉스 포스는 우주에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에 쪼여 죽어가는 진의 앞에 나타났다. 도움을 청하는 진에게 자신을 받아들이면 진을 비롯한 엑스맨 전원을 구해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욕망’를 들어주겠다고 제안했는데, 진 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피닉스 포스와 하나가 되었다.

 

 

당시 진은 부상이 너무나 심한 상태였기에 피닉스 포스는 진을 고치 상태로 만들어 뉴욕시에 있는 자메이카만 바닥에 가라앉혀 두고, 의식과 영혼 일부를 흡수해서 직접 진으로 변신한 뒤 그 역할을 대신했다. 엑스맨 동료들은 아무도 진이 진짜가 아니라 피닉스 포스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전에도 인간을 아바타로 이용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기억과 성격을 그대로 흡수해서 직접 체험한 적은 없었던 피닉스 포스는 사이클롭스에 대한 사랑과 엑스맨과의 우정과 존경, 연민 등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겪게 되었다.

인간의 감정은 피닉스 포스를 종종 혼란스럽게 했는데, 이것을 더욱 부채질한 것은 마스터마인드라는 정신 능력자였다. 스칼렛 위치, 퀵실버와 함께 매그니토의 팀에서 속해 있었던 뮤턴트 마스터마인드는 헬파이어 클럽이라는 셀럽들의 사교클럽(실제로는 권력자들의 불건전한 모임)에서 한 자리를 얻고 싶어 했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강력한 정신 능력자인 진 그레이를 조종하여 함께 가입하려 했는데, 물론 진짜 진 그레이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마스터마인드에게 조금씩 세뇌당하기 시작한 피닉스 포스는 때때로 자신이 18세기의 인물이며 마스터마인드의 애인이라는 망상을 하게 되었고,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제정신을 잃어갔다. 피닉스 포스는 결국 헬파이어 클럽에 가입하여 쾌락을 즐기게 되었지만, 그를 구하러 온 사이클롭스가 쓰러지자 자제력을 잃고 충동으로 가득한 다크 피닉스가 되어버렸다.

 

 

다크 피닉스는 ‘파괴 그 자체’였다. 오로지 파괴만을 갈망하는 악의로 가득한 존재가 되어 먼 은하계의 한 행성을 통째로 없애버렸고 그로 인해 수십억의 생명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우주의 강력한 제국 중 하나인 시아 제국은 예부터 다크 피닉스를 두려워하고 경계해 왔다. 피닉스 포스의 파괴적인 충동에 굴복하여 미쳐버린 최초의 아바타가 바로 시아의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크 피닉스로 변해버린 그의 광란에 제국은 큰 피해를 입었고, 이후로 그들에게 피닉스 포스는 반드시 없애야 할 대상이 되었다.

여전히 진 그레이라 믿고 있는 사이클롭스는 진심을 보이며 다크 피닉스에게 청혼을 했다. 사랑과 우정의 감정을 느낀 다크 피닉스는 진정하고 맑은 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외계의 전함이 나타나 무차별적인 공습을 예고하자, 진의 모습을 한 다크 피닉스는 사이클롭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크리의 무기로 자살을 하고 말았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사가』라는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구해서 볼 수 있으며,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역시 이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되었다.

 

 

이렇듯 피닉스 포스는 제멋대로 행성을 파괴하고 난동을 부리는 이미지가 강해서 보통 엑스맨의 무시무시한 적으로 인식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피닉스 포스가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도 있는 무한한 힘을 가진, 사실상 전지전능한 존재이기 때문에 도움이 된 적도 있다.

스칼렛 위치가 그 유명한 “뮤턴트는 이제 그만.”을 외친 후로 수가 급감하여 멸종 위기에 몰린 뮤턴트는 피닉스 포스가 지구로 오고 있는 것을 반전의 기회로 여겼다. 피닉스 포스가 ‘뮤턴트 구세주’로 불리는 호프라는 소녀를 아바타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엑스맨은 이를 이용해서 스칼렛 위치가 멸종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뮤턴트 종족을 다시 번성하게 만들려 했던 것이다.

 

 

어벤져스는 호프를 격리시키고 지구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은 피닉스 포스를 없애려 했다. 그 과정에서 엑스맨과 어벤저스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고, 피닉스 포스를 막으려는 어벤저스의 모든 시도는 다 실패했다. 결국 호프를 대신해서 피닉스 포스의 아바타가 된 사이클롭스는 그 막강한 힘에 취해 다크 피닉스가 되어버렸으나, 스칼렛 위치와 호프가 합심하여 피닉스 포스는 사라지고 지구상에 뮤턴트가 다시 번성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진 그레이가 죽어 있는 동안에 피닉스 포스는 다른 이들을 아바타로 삼았다. 진의 클론인 매들린 프라이어나 진과 사이클롭스의 미래에서 온 딸인 레이첼 역시 피닉스 포스를 받아들인 대표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피닉스 포스에게 진 그레이만이 진정한 아바타이자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존재였으므로, 진이 회복되어 깨어나자 곧장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 진이 사망을 해도 매번 부활시켜서 소유하려 들었다. 그 정도로 피닉스 포스의 집착은 대단했다. 때에 따라서 사이클롭스에게도 집착할 정도였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진을 사랑하는 울버린이 고통스러워하는 진을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직접 찔러 죽인 적도 있었는데, 이 슬픈 사랑의 결말은 영화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도 재현되었다. 최근 코믹스에서 진이 부활한 것 역시 아바타로 이용하려는 피닉스 포스의 행동이었다. 피닉스 포스는 진의 완강한 저항 의사를 받아들여 결국 포기하고 떠나갔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피닉스 포스와 진 그레이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