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완성하지 못한 슈퍼히어로 영화 10편

엄청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 뒤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제작조차 못한 영화가 많다. 슈퍼히어로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중에는 제작이 엎어져 다행인 작품도 있고, 끝까지 추진했다면 좋은 결과를 내놓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작품도 있다. 이에 제작이 취소된 슈퍼히어로 영화 10편을 살펴보고, 무엇 때문에 제작이 무산됐는지 비하인드를 알아본다.

팀 버튼의 ‘슈퍼맨 리브스’

이미지: Showtime Networks

90년대 중반, 팀 버튼과 니콜라스 케이지가 손을 잡고 슈퍼맨의 부활을 준비했다. 슈퍼맨의 인간적인 고뇌를 비중 있게 다루며 둠스데이와 맞서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었지만, 스튜디오의 마음에 들지 않아 폐기되고 말았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미완성 프로젝트 [슈퍼맨 리브스]는 2000년 후반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슈퍼맨 슈트를 입은 테스트용 촬영 모습이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어 [슈퍼맨 리브스]가 좌초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The Death of ‘Superman Lives’: What Happened?]가 공개돼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의 생생한 증언과 의상 컨셉 등의 이야기를 전했다.

제임스 카메론의 ‘스파이더맨’

이미지: 콜럼비아트라이스타

1990년 캐롤코 픽처스는 스파이더맨 판권을 구입해 본격적인 영화화에 들어갔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스파이더맨] 영화화에 큰 관심을 표했고, 샌드맨이 빌런으로 출연하는 40페이지 분량의 시나리오를 썼다. 하지만 1996년 마블과 캐롤코 픽처스가 파산하자 [스파이더맨] 판권을 둘러싼 여러 스튜디오의 관계가 얽히면서 카메론 감독은 결국 연출을 포기했다. 기나긴 소송 끝에 소니가 판권을 소유하면서 무산됐던 [스파이더맨]의 영화화는 샘 레이미에게 맡겨졌다. 여담으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피터 파커 역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닥터 옥터퍼스 역에는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생각했다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4’

이미지: 커밍순넷

[스파이더맨 3] 제작 당시 샘 레이미 감독은 소니의 지나친 간섭에 힘들어 다음 시리즈 연출을 포기했지만, 4편에 꽤 많은 부분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런은 벌처와 블랙캣으로 설정하고, 연기파 배우 존 말코비치와 앤 해서웨이를 캐스팅하길 바랐다. 전편에서 딜란 베이커가 연기한 커트 코너스 박사가 리자드로 변화하는 모습을 다루고, 카메오로 나왔던 브루스 캠벨이 좀 더 비중 있는 역할을 맡는 등의 큰 그림을 그렸다. 최근 샘 레이미는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 (이하 [닥터 스트레인지 2]) 연출을 맡아 마블 히어로 영화에 복귀했다. [스파이더맨 2]에서 흑화된 닥터 옥타비우스의 별명을 지으려고 할 때 닥터 스트레인지를 언급하는데, 마치 16년 후 자신의 미래를 예측한 것 같아 신기하다.

웨스 크레이븐의 ‘닥터 스트레인지’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닥터 스트레인지 2]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최초의 공포영화로 제작된다. 그래서일까? 알고 보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취소된 작품부터 공포 영화와 인연을 맺어왔다. 먼저 [스크림], [나이트 메어]로 유명한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1992년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제작사 Savoy Pictures가 파산하면서 프로젝트는 물 건너갔다. 이후 2001년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디멘션 필름이 데이빗 S. 고이어를 고용해 제작 의지를 불태웠지만, 이 또한 무산됐다. 의외로 많은 이들의 눈에 들었지만 쉽게 만들지 못했던 [닥터 스트레인지]는 결국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탄탄한 세계관과 기획력으로 2016년 영화화됐다.

볼프강 페테젠의 ‘배트맨 대 슈퍼맨’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배트맨 대 슈퍼맨]은 2004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을 준비 중이었다. [에어포스 원], [퍼펙트 스톰], [트로이] 같은 블록버스터를 주로 만든 볼프강 페테젠이 연출을 맡고, [세븐]의 앤드큐 케빈 워커가 각본에 참여했다. 배트맨에는 콜린 파렐이, 슈퍼맨에는 주드 로가 캐스팅돼 기대감은 더욱 높았다. 이들의 영화는 조커가 브루스 웨인의 새 연인을 죽이고, 분노한 브루스 웨인이 다시 배트맨으로 돌아오면서 슈퍼맨과 얽히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에 스튜디오는 난색을 표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트맨 포에버]와 [배트맨과 로빈]의 각본가 아키바 골즈먼을 불러들여 보다 대중적인 영화로 만들려고 했으나, 이 또한 쉽지 않아 결국 제작이 취소되고 말았다. 당시 [배트맨] 시리즈가 몰락하고 [슈퍼맨]의 신작이 뜸한 상황에서 워너는 두 히어로를 하나로 묶어 부활을 꿈꿨지만, 작품이 취소되면서 따로 개발해 내놓기로 했다.

또 다른 기회가 된 ‘매그니토’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엑스맨]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폭스(현, 20세기 스튜디오)는 인기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스핀오프를 작품을 기획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울버린] 시리즈였고, [매그니토] 역시 준비 중이었다. 쉘든 터너가 각본에 참여한 [매그니토]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에릭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짓밟은 이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그린다. 2007년 데이빗 S. 고이어가 연출을 맡아 구체적인 영화화를 준비했으나 여러 가지 문제로 무산되고 말았다. 대신 [매그니토]의 스토리를 대폭 수정해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했는데, 그 작품이 바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다. 버릴 뻔한 아이템을 그냥 두지 않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낸 좋은 예였다.

조지 밀러의 ‘저스티스 리그: 모탈’

이미지: 코믹북무비닷컴

잭 스나이더, 조스 웨던 이전에 [매드 맥스]의 조지 밀러가 DC 영웅들을 먼저 모집할 뻔했다. 워너와 DC는 2009년 여름 시즌 개봉을 목표로 [저스티스 리그: 모탈]을 계획하고 2007년부터 제작에 착수했다. 조지 밀러가 메가폰을 잡고 약 2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로 준비했다. 캐스팅도 순조롭게 흘러갔다. 배트맨 역에 아미 해머, 슈퍼맨 역에 D.J. 코트로나, 원더우먼 역에 메간 게일, 그린 랜턴 역에 존 스튜어트, 아쿠아맨 역에 산티아고 카브레라가 낙점됐다. 하지만 2007년 할리우드 작가 파업으로 제작이 전면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맞았다. 2008년에 다시 시작하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 결국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그러던 중 2008년 [다크 나이트]의 성공에 고무된 워너는 [저스티스 리그: 모탈] 같은 팀업 무비가 아닌 솔로 무비에 더 포커스를 맞추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배트맨: 이어 원’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배트맨과 로빈]의 처참한 실패 이후 2000년 초반, 워너는 배트맨 시리즈를 원점에서 다시 만들기로 했다.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배트맨: 이어 원]을 바탕으로, [파이], [레퀘임]을 통해 천재적인 실력을 보여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겼다. 대런은 원작의 설정을 대부분 버리고 R등급을 목표로 우울하고 폭력적인 작품을 만들려고 했지만, 스튜디오는 너무 심각하고 어둡다는 이유로 제작을 취소했다. 대신 놀란 감독에게 연출을 맡겨 [배트맨 비긴즈]를 완성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런은 배트맨 역에 호아킨 피닉스를 마음에 두었다고 밝혔는데, 그랬다면 지난해 전 세계가 열광했던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연기를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웨슬리 스나입스의 ‘블랙 팬서’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계획대로 되었다면, 웨슬리 스나입스의 와칸다 전사를 볼 뻔했다. 1992년 마블은 [블랙 팬서]를 영화화하려 했고, 웨슬리 스나입스 역시 출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슈퍼히어로 영화가 흔하지 않았고, 각본 역시 지금의 [블랙 팬서]처럼 메시지와 재미를 동시에 갖추지는 못했다고 한다. 결국 제작은 취소됐고 웨슬리 스나입스는 [블랙 팬서] 프로젝트를 떠났다. 대신 1998년 [블레이드]에 출연해 그때의 아쉬움을 해소했다.  

스튜어튼 고든의 ‘아이언맨’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최첨단 기술과 화려한 볼거리가 자랑인 [아이언맨]이 저예산 B급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마블 원작 영화가 크게 흥하지 못한 90년대에 실제로 만들어질 뻔했다. 당시 [아이언맨]의 판권을 가진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지옥 인간], [좀비오] 등 B급 호러 영화를 주로 만든 스튜어트 고든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고 제작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제작이 취소됐고 [아이언맨]의 판권은 여러 스튜디오를 거치면서 제작 루머가 나돌았다. 이중에는 20세기 폭스에서 톰 크루즈를 토니 스타크로 캐스팅해 만들려 했다는 계획도 있었다. 결국 [아이언맨]의 영화 판권은 돌고 돌아 마블 스튜디오가 가져가고, 2008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으로 세상에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