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 원더 우먼부터 호크아이까지, 히어로들의 어두운 선택

날짜: 9월 15, 2020 에디터: 에그테일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이미지: DC 코믹스

슈퍼히어로는 상대가 아무리 악인일지라도 법질서와 윤리에 따라 살인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불문율로 한다. 따라서 폭력과 살인을 행하는 퍼니셔나 데드풀 같은 인물들은 다른 히어로들에게 비난을 받고 안티히어로로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슈퍼히어로도 자제력을 잃거나 더 많은 이들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뜻하지 않게 살인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심지어 동료를 죽여야 하는 순간도 있다. 이처럼 히어로들이 큰 각오를 하고 누군가를 죽인 경우를 살펴본다.

원더 우먼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원더 우먼 1984]에 등장하는 맥스웰 로드는 좀 복잡한 인물이다. 코믹스에서는 한때 저스티스 리그 팀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천성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운이 좋게도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을 갖게 되자 본색을 드러냈다. 맥스웰은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바꾸기 위해 잔인하게도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는데, 슈퍼맨의 마음까지 건드리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맥스웰의 정신 조종에 당한 슈퍼맨은 원더 우먼과 배트맨을 적으로 오해하고 마구 공격하기 시작했고, 두 히어로는 이 강철의 사나이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이미지: DC 코믹스

원더 우먼이 진실을 말하게 하는 자신의 올가미로 맥스웰을 묶고 슈퍼맨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을 때, 그는 자신이 죽지 않는 한 멈추게 할 방법은 없다고 대답했다. 결국 슈퍼맨의 손에 배트맨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원더 우먼은 두 손으로 맥스웰의 목을 꺾어 죽여 버렸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 장면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바람에 세상은 원더 우먼을 불신하게 되었고, 덕분에 목숨을 건진 배트맨마저도 냉혹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원더 우먼이 다시 사랑받는 히어로가 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그린 애로우

이미지: DC 코믹스

빌런 프로메테우스는 엄청난 정보량을 저장한 컴퓨터 헬멧 덕분에 모든 히어로를 상대할 대비책을 준비하고 저스티스 리그를 표적으로 삼았다. 그가 설치한 폭탄에 의해 그린 애로우의 패밀리이자 저스티스 리그 멤버인 로이 하퍼의 어린 딸이 희생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불 같은 성미의 그린 애로우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프로메테우스를 찾아가 얼굴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사실 프로메테우스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히어로가 살인을 할 리 없다고 방심한 탓에 목숨을 잃었다.

사이클롭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엑스맨의 리더인 사이클롭스는 뮤턴트를 지키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피닉스 포스라는 우주 존재에 빙의되었다. 현실을 바꿀 수도 있는 압도적인 힘에 점점 이끌린 그는 과격하고 급진적인 자신의 방법을 반대한 프로페서 X를 충동적으로 살해하기에 이른다. 어벤저스와 엑스맨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버지처럼 돌봐준 스승을 죽인 것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피닉스 포스가 몸에서 떠나고 체포된 사이클롭스는 매그니토와 소수의 동료들의 도움을 받고 탈옥했다.

센트리

이미지: 마블 코믹스

‘마블 유니버스에서 가장 강한 인간’인 센트리는 압도적인 힘과 능력을 가진 대신 커다란 문제를 갖고 있다. 바로 그에게 사악하고 파괴적인 또 다른 인격 ‘보이드’가 있다는 것. 그의 인격이 센트리를 지배하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최악의 존재가 되고 만다. 실권을 장악한 노먼 오스본(그린 고블린)이 아스가르드 침공 지시를 내렸을 때, 전쟁의 신 아레스는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그를 막으려 했으나, 보이드에게 잠식당한 센트리는 끔찍하게도 아레스를 맨손으로 찢어버렸다. 이후 완전히 보이드가 되어버려 로키마저 죽이고, 분노한 토르에 의해 태양 속으로 내던져졌다.

호크아이

이미지: 마블 코믹스

그런가 하면, 호크아이는 브루스 배너를 죽였다. 폭력적인 헐크라면 몰라도(가능하지도 않겠지만) 브루스 배너는 분명 같은 편일 텐데 말이다. 언뜻 이해 가지 않는 일이지만 그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앞일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율리시스가 헐크가 어벤저스를 학살하는 광경을 본 데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브루스는 당시 헐크로 변신하는 능력을 잃은 상태였지만, 히어로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르르 몰려갔고, 그가 헐크로 돌아가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었음을 밝혀냈다. 히어로들의 계속된 추궁에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하던 브루스는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을 맞고 목숨을 잃었는데, 바로 호크아이가 쏜 것이었다. 모두가 망연자실해하는 가운데 호크아이는 자수를 했다. 하지만 사실 브루스로부터 자신이 변신할 기미가 엿보이면 망설이지 말고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거였다. 눈이 밝은 그는 브루스의 눈동자가 초록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을 알아차렸다고 주장했고,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속죄의 의미로 잠시 동료들의 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