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 독특한 세계관으로 무장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히어로 영화

[블랙 위도우]가 개봉일을 2021년으로 옮김으로써 올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는 단 한 편도 극장에서 보지 못하게 되었다. DC의 [원더 우먼 1984]가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이 또한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개봉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행히 안방극장에서는 히어로 관련 작품들이 꾸준히 나와 아쉬움을 달래준다. 넷플릭스만 해도 마블, DC 세계관의 작품을 서비스하고, [엄브렐러 아카데미], [워리어 넌: 신의 뜻대로]와 같은 오리지널 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다. 영화 역시 마블과 DC는 아니어도 독특한 개성과 세계관을 가진 작품들을 공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웅들의 활약이 그리운 요즘, 가볍게 볼만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히어로 영화들을 살펴본다.

올드 가드

이미지: 넷플릭스

[올드 가드]는 그레그 러카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불멸의 전사들이 세상의 어둠과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불멸의 존재인 앤디와 동료들은 역사 속 수많은 전쟁에서 인류의 평화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들의 능력을 악용하려는 세력이 나타나면서 위험에 처하고, 새로운 동료 나일이 팀에 합류하면서 반격을 준비한다. 영화는 주인공의 능력에 관한 독특한 설정으로 눈길을 끈다. 절대 죽지 않는 엄청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인물들의 고독을 비중 있게 다루며, 운명에 따라 갑자기 죽을 수도 있는 법칙으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화려한 액션도 볼거리다. 특히 샤를리즈 테론은 자신의 주무기인 도끼로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믿음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악당의 역할이 약하고 이야기 구성이 올드한 면도 있지만, 판타지 세계관에 스며든 팀 히어로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충분하다.

프로젝트 파워

이미지: 넷플릭스

[프로젝트 파워]는 일시적으로 슈퍼 파워가 생기는 알약이 번지면서 범죄가 늘어나자 경찰과 전직 군인, 10대 소녀 딜러가 손을 잡고 이를 소탕하는 이야기다. 알약을 먹으면 엄청난 파워가 생긴다는 설정은 히어로 영화의 익숙한 구성을 떠올리지만, 실상 이야기는 마약 범죄를 수사하는 버디 무비에 더 가깝다. 제이미 폭스와 조셉 고든 래빗, 신예 도미니크 피시백이 영화를 힘 있게 이끌고, 신선한 설정에서 기대되는 슈퍼 파워들의 대결도 다채로운 볼거리와 함께 펼쳐진다. 특히 사람에 따라 알약의 능력이 다르게 나타나 몸을 투명하게 숨기거나, 총알을 머리로 막는 등 상식을 뒤집는 상황이 재미를 더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의 힘으로 팝콘 무비의 역할을 다한다.

히어로는 없다

이미지: 넷플릭스

슈퍼히어로의 기원과 관련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코믹북 마니아와 신입 형사가 파트너가 되어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방식과 게임의 퍼즐을 맞춰가듯 수사하는 모습에서 영화 [세븐]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세븐]처럼 시종일관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 대신, 두 주인공의 수사 케미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의외의 웃음을 전한다. 장르와 형식은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에 가깝지만, 곳곳에 슈퍼히어로와 코믹북 팬들을 위한 패러디와 관련 요소들이 등장해 흥미를 더한다. 범죄자의 살인 행각이 꽤 잔인하고, 표현 수위가 높아서 관람 시 주의가 필요하다.

프릭스: 원 오브 어스

이미지: 넷플릭스

평범한 삶을 뒤흔든 슈퍼파워는 축복일까, 저주일까? [프릭스: 원 오브 어스]는 워킹맘 벤디가 자신도 몰랐던 초능력을 발견하면서 벌이지는 이야기를 기존의 히어로 영화 문법과 다르게 그린 영화다. 초능력이 생긴 후 세상과 정의를 지키는 거대한 목표를 다루기보다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가 생기면서 달라지는 주인공의 모습에 집중한다. 벤디는 초능력으로 일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얻지만, 그 여파로 무고한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히고, 남편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벤디의 초능력자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혹은 자신의 힘에 취해 나쁜 길로 향한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슈퍼 파워를 축복받은 힘으로 그리지 않고 능력이 가져온 변화와 부작용을 현실적으로 담아내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아이보이

이미지: 넷플릭스

스마트폰 전성시대에 어울리는 히어로가 하이틴 로맨스와 만났다. 10대 소년 톰은 어느 날 짝사랑하는 이웃집 소녀 루시 집에 들이닥친 강도에게서 도망치다 머리에 총상을 입는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사고의 여파로 휴대폰 파편이 뇌 속에 들어가면서 그의 일상이 달라진다. [아이보이]에서 주목할 점은 어떠한 터치 없이 단순히 상대방의 전자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안에 담긴 정보를 빼낼 수 있는 톰의 능력이다. 특히 악당의 스마트폰이나 PC를 해킹하고 골려주면서 웃음과 잔재미를 전하는데, 10대가 주인공인만큼 하이틴 로맨스의 풋풋함도 있다. 루시를 좋아하면서도 말 한마디 쉽게 건네지 못했던 톰이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감을 갖고 관계를 진전시키는 모습은 영화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