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말말말] ‘돌이킬 수 없는’ 가스파 노에, “나는 ‘블랙 팬서’가 싫어요.”

71회 칸 영화제가 성대한 막을 내렸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현지에서 극찬을 받으며 수상에 기대를 품었지만, 황금종려상의 영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에 돌아갔다. 영화제는 초반 넷플릭스의 참가 보이콧, 폐막작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의 상영권 송사 등 골치 아픈 일이 많았으나, 본 행사에서 큰 사건 사고는 없었고 ‘여성 영화인 행진’ 등 의미 있는 이벤트가 열리며 영화제를 장식했다. 많은 영화인과 언론이 모인 만큼 시선을 모은 사건과 발언도 많았다. 프랑스에서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화제가 된 한 주의 말들을 모아 봤다.

 

마치 ‘네가 얼마나 하찮은지 알려주겠다’라고 하는 것 같았다.
– 에반젤린 릴리

출처: 월트디즈니코리아

에반젤린 릴리가 드라마 [로스트]에서 스턴트 감독의 고의로 촬영 중 팔뚝을 다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릴리는 17일(현지시각) 열린 한 패널 행사에서 나무의 굵은 가지를 잡고 매달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피부를 보호하는 장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촬영했다고 밝혔다. 릴리는 피부 찰과상을 보호하는 몰스킨을 붙여달라고 직접 요구했지만, 스턴트 감독은 “그러면 카메라에 다 잡힌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릴리는 액체 붕대만 뿌린 상태로 수없이 나무에 매달리는 장면을 찍어야 했고, 그때마다 팔뚝 찰과상을 더욱 커지고 고통은 더해갔다. 릴리는 스턴트 감독이 대역을 쓰자는 제안을 거절하고 본인이 직접 연기를 했는데, 그것이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 같다고 짐작했다. ‘남성 우월주의적’이었던 그가 당시 보인 태도는 마치 릴리가 자신보다 얼마나 하찮은지 알려주겠다는 의도 같았다고 말했다.

 

출처: Deadline

 

 

내 인생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 토퍼 그레이스

출처: HBO

작년 칸 영화제에서 가장 바쁜 배우가 니콜 키드먼이었다면, 올해는 [70년대 쇼]에 출연한 배우 토퍼 그레이스다. 올해 경쟁 부문에 진출한 미국 영화는 데이빗 로버트 미첼의 [언더 더 실버 레이크]와 스파이크 리의 [블랙클랜스맨] 단 2편인데, 그레이스는 2편 모두에 출연한 것이다. 토퍼 그레이스는 한 인터뷰에서 작품 선택의 비결을 밝혔다. 그는 지난 5~6년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고, 인생에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리고 9년간 시트콤에 출연하는 행운도 누렸기 때문에 “이제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덧붙였다. 이 깨달음은 ‘로맨틱 코미디의 순박한 남자주인공’, 또는 [스파이더맨 3]의 ‘에디 브록/베놈’으로 유명했던 토퍼 그레이스의 커리어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그레이스는 지난 몇 년간 [인터스텔라], [워 머신], [트루스] 등 영화에 작은 배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자신은 이제 작가주의 감독들과 일하고 싶으며, [스파이더맨]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에는 출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프랜차이즈 영화가 필요하고 그걸로 잘 된 배우들이 있지만, 자신에겐 그런 영화는 경제적 동기가 전부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출처: Indiewire

 

 

나와 민디 켈링, 쿠메일 난지아니가
언제부터 대본 작업에 들어가면 될까요?
– 리즈 아메드

출처: Marvel

내년 2월 개봉을 앞둔 [캡틴 마블]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최초로 여성 히어로가 원톱인 영화다. 많은 팬은 [캡틴 마블]을 시작으로 MCU에 더 많은 여성 히어로가 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에 부응하듯 마블 스튜디오 사장 케빈 파이기는 최근 인터뷰에서 또 다른 여성 히어로 ‘미즈 마블’을 MCU에 소개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즈 마블/카말라 칸은 슈퍼히어로를 동경하는 평범한 파키스탄계 무슬림 소녀에서 그 자신이 직접 슈퍼히어로가 된 캐릭터로, 등장 이후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21세기 마블을 이끄는 대표 슈퍼히어로로 꼽힌다. 특히 마블 역사상 최초로 남아시아계 캐릭터이자 무슬림 슈퍼히어로이기에, 백인/남성 히어로 일색인 MCU 구성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카말라 칸의 MCU 출연 가능성에 할리우드 내 인도/파키스탄계 스타들도 기대와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파키스탄계 영국인인 리즈 아메드는 트위터로 자신이 [미즈 마블] 영화 대본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민디 켈링 또한 미즈 마블을 너무나 사랑한다고 밝혔다. 물론 아메드나 켈링이 직접 대본을 쓸 가능성은 작지만, 이들이 발벗고 나설 만큼 자신들을 대표할 슈퍼히어로 캐릭터에 대한 요구가 충분함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출처: EW

 

 

마케팅 목적으로 벌인 헤테로와싱이다.
– 브라이언 퓰러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80년대 영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 ‘퀸’의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티저 트레일러가 공개됐다. 퀸의 성공과 프레디 머큐리의 방황과 추락, 그리고 밴드의 전설이 된 라이브 에이드 공연까지의 시간을 그린다. 유튜브에 트레일러 공개 후 7시간도 되지 않아 조회 수 1백만을 넘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작품인 만큼 영화의 마케팅 방식에 대한 불만 의견도 있다. [한니발] 제작자 브라이언 퓰러는 트위터로 “[보헤미안 랩소디] 트레일러에서 동성애/양성애자 슈퍼스타 프레디 머큐리가 여자와 추근대는데 남자와는 그런 장면이 없는 게 짜증 나지 않는가?”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퓰러는 또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시놉시스에도 프레디 머큐리의 AIDS를 ‘목숨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돌려 말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위터 이용자 중 한 사람이 프레디 머큐리는 본인이 양성애자라 말했고, 모두가 궁금해하는 머큐리의 여자친구를 다루는 건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하자, 퓰러는 그에 동의하지 않으며 영화사가 마케팅 목적으로 벌인 헤테로와싱이라 반박했다.

 

출처: Indiewire

 

 

난 ‘블랙팬서’가 싫어요.
– 가스파 노에

출처: 월트디즈니코리아

가스파 노에 감독은 [돌이킬 수 없는], [러브]로 파격적이고 감성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신작 [클라이맥스]는 이번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감독 주간 최고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칸 영화에서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그의 말도 화제가 됐는데, 특히 [블랙 팬서]를 싫어한다는 발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스파 노에는 [블랙 팬서]를 보려고 했다가 20분 만에 극장에서 나왔으며, 영화가 [스타워즈]만큼이나 싫었다고 고백했다. 노에는 [블랙 팬서]를 싫어하는 이유를 ‘음악’ 때문이라고 밝혔으며, 자신이 특히 R&B 음악을 싫어하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에는 자신이 다큐멘터리 DVD를 사 모으며 [블랙 팬서]나 [스타워즈]뿐 아니라 코미디, 액션, SF 같은 ‘예측 가능한’ 영화에 지겨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결국 [블랙 팬서]를 싫어하는 것도 취향의 반영일 뿐이다.

 

출처: Var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