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말말말] 사무엘 L. 잭슨 “내가 시끄러운 캐릭터만 연기하는 건 아니다.”

말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는 일주일이었다. 할리우드에서 단 이틀간 두 사람이 ‘말’로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은 오래전 트위터에 소아성애와 강간을 옹호하는 글을 쓴 것이 드러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 감독직에서 잘렸다. 파라마운트 텔레비전 사장 에이미 파월은 인종 차별적 발언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 어느 때보다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발언에 민감한 시대다. 두 사람의 해고는 과거 발언이든 현재의 일이든 추구하는 가치와 반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 보여준다.

한편 19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 코믹콘(이하 SDCC)이 개최됐다. SDCC는 긱 컬처를 대표하는 행사이자 할리우드 영화/드라마를 알리는 미디어 이벤트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아쿠아맨], [신비한 동물사전 2] 등 하반기 및 내년 상반기 개봉을 앞둔 작품들이 전면적인 홍보 활동을 펼쳤다. 배우들과 팬들이 직접 만나는 행사이니만큼 인상적인 말들도 많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그때의 제 발언을 전적으로 책임지겠습니다.
– 제임스 건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임스 건 감독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감독직에서 해고된 건 10년 전 작성한 트위터 포스트 때문이었다. 그가 쓴 글 중에는 “남자애들이 내 거길 만지는 게 좋더라.”, “강간을 당했을 때 좋은 건 끝나고 나서 ‘강간 안 당해서 기분 참 좋네!’라고 느끼는 것이다.” 등이 있다. 월트 디즈니 픽쳐스 CEO 앨런 혼은 “제임스 건의 트위터 포스트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제임스 건은 공식 입장을 통해 자신이 오래전 그런 글을 쓴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발언 이후 많이 후회했으며, 그 내용이 “현재, 그리고 최근의 나 자신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달라.”라고 말했다. 건은 디즈니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히며 “지금은 진심을 다해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뿐 아니라 “수용하고, 이해하며, 평등에 헌신하며, 공적인 발언과 대중의 논의에 좀 더 신중할 것”이라 밝혔다.

제임스 건의 10년 전 트윗이 부상한 것은 한 우파 선동가의 온라인 캠페인 때문이었다. 마이클 세노비치는 온라인을 통해 건 뿐 아니라 할리우드의 유명 인물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세노비치는 건의 과거 발언이 부상하기 몇 시간 전에도 USA투데이 칼럼니스트 체리 자코버스의 과거 포스팅을 폭로해 결국 해고되게 만들었다. 세노비치는 매체 더 랩과의 인터뷰에서 “하비 와인스틴 사건이 증명했듯이 할리우드는 뿌리까지 썩었다.”라고 말하며 소위 할리우드 엘리트 집단의 행위를 계속 조사할 것이라 밝혔다. 일부 매체는 제임스 건이 특별히 타깃이 된 건 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건의 해고 소식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배우들의 반응은 차이를 보인다. ‘드랙스’ 역의 데이브 바티스타는 트위터를 통해 건을 옹호했다. “제임스 건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착하고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실수한 것이다. 사람들은 다 그런다. 그가 져야 할 결과에 대해 난 괜찮지 않다.”라고 말했다. 동생인 배우 션 건은 “형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만들며 자신의 ‘엣지’가 유용한 도구가 아님을 깨달았으며, 더욱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아끼는 사람으로 변했다.”라고 말하며 그를 언제나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 샐다나는 “큰 충격을 받았으며, 더 많은 정보를 알기 전까진 공식적인 발언은 삼가겠다.”라고 말했고, 크리스 프랫도 특별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출처: Variety

 

 

임원진에 다양한 인종, 성별 구성이 필요한 이유를 깨달았다.
– 트레이시 Y. 올리버 (작가)

출처: Paramount Television

파라마운트 텔레비전 사장 에이미 파월 또한 ‘말’ 때문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파월의 상사인 파라마운트 픽쳐스 짐 지아노풀로스 회장은 전 직원에 메모를 보내 파월의 해고 사실을 알렸다. 그는 최근 몇몇 사람들이 파월이 공식 석상에서 한 ‘발언’에 불만과 우려를 제기했고, 며칠간 조사한 결과 그 발언이 회사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라마운트 TV는 문제가 된 발언의 정확한 워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인종 차별 여지가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파월에 대한 조치도 애초에 정직으로 마무리하려 했으나 파월이 끝내 부인하며 결국 해고로 결정됐다고 한다. 파월은 현재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매체 데드라인의 보도에 따르면, 파월이 문제 발언을 한 자리는 최근 준비 중인 [조강지처 클럽] 리부트 시리즈 관련 회의인 것으로 보인다. 원작은 1997년 개봉한 코미디 영화로 골디 혼, 다이앤 키튼 등이 출연했는데, 리부트 작품은 [걸스 트립] 대본을 쓴 아프리카계 작가 트레이시 Y. 올리버가 집필하고, 아프리카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는 것이 계획이었다. 트레이시 Y. 올리버는 지난달 말 자신의 트위터에 “임원진 내 다양한 인종, 성별 구성이 필요한 이유를 깨달았다.”라는 트위터 포스트를 작성한 적이 있다. 파월의 발언은 이 내용에 대한 반박과 흑인 여성의 부정적 고전관념에 관련한 내용이었다고 전해진다.

 

출처: Deadline

 

 

지금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잘 맞을 것 같아요.
– 니콜 메인스

출처: IMDB

드라마 시리즈 [슈퍼걸]은 10월 방영될 시즌 4를 앞두고 새로운 역사를 썼다. 미국 TV 시리즈 최초로 트랜스젠더 슈퍼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할 것이다. 시즌 4부터 합류하는 니아 날/드리머 역에는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 배우를 캐스팅하였으며, 그 행운의 주인공은 니콜 메인스가 되었다. 니콜 메인스는 배우이며 또한 트랜스젠더인 권리 운동에 앞장선 운동가이기도 하다. 2013년 6월 메인 주 대법원에서 트랜스젠더인들이 자신이 선택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이끌어내 주목받았다. 메인스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아직은 얼떨떨하다. 잘 해낼 수 있을지 긴장된다.”라고 캐스팅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동안 TV에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여러 명 등장했지만 제대로 표현된 적은 거의 없었으며, TV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제 제대로 된 재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Variety

 

 

내가 항상 똑같은 XX만 연기하는 건 아니에요.
– 사무엘 L. 잭슨

출처: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글래스]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으로, 그의 작품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를 잇는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제목 ‘글래스’는 [언브레이커블]의 캐릭터 일라이자 프라이스의 별명 ‘미스터 글래스’에서 가져온 것이다. 브루스 윌리스, 사무엘 L. 잭슨, 제임스 맥어보이 등 [글래스] 출연진은 올해 SDCC에서 첫 트레일러를 공개하고 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잭슨은 ‘일라이자 프라이스’의 매력은 그의 복잡한 면모라고 소개했다. 그는 프라이스가 몸은 약하지만 정신과 신념은 매우 강하고, 조용한 캐릭터인 것이 마음에 들며, 그래서 그를 연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내가 항상 똑같은 XX만 연기하는 건 아니에요.”라며 자신이 지금까지 맡아온 캐릭터와 다름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무엘 L. 잭슨의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볼 수 있는 [글래스]는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출처: Indiewire

 

 

T.J. 밀러는 불량배였다.
– 앨리스 웨터룬드

출처: HBO

HBO [실리콘 밸리]에 출연했던 배우 앨리스 웨터룬드가 동료 배우 T. J. 밀러가 ‘불량배’였다고 밝혔다. 웨터룬드는 트위터로 팬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T. J. 밀러는 불량배에 골칫거리”였으며 “다른 남성 출연자들을 포함한 촬영장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들도 그가 프로답지 않게 행동하도록 만들었다.”라고 암묵적 동조를 폭로했다. HBO는 “앨리스가 겪었던 일들을 보고받지 못했다.”라고 웨터룬드가 느꼈을 불편함에 사과의 말을 전했다.

T. J. 밀러는 [실리콘 밸리]에 시즌 4까지 출연한 후 쇼를 떠났다. 이후 다른 출연진들의 인터뷰를 통해 밀러가 촬영 현장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여러 번 문제를 일으켰고 이로 인한 갈등이 쇼를 떠난 이유 중 하나임이 드러났다. 밀러는 최근 공항에 폭발물이 있다는 허위 신고를 해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사건 사고로 구설수에 올랐다.

 

출처: Variety

 

 

이번 영화는 긴 이야기의 2편일 뿐이잖아요.
– 주드 로

출처: 워너브라더스코리아

[해리포터] 시리즈 스핀오프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2]에는 젊은 시절의 알버스 덤블도어 교장이 등장한다. 영화에 그린델왈드(조니 뎁 분)와 덤블도어가 모두 등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리포터 시리즈 팬들은 두 캐릭터가 만나는지, 그리고 덤블도어가 게이라는 점이 영화에서 다뤄지는지를 궁금해했다. 그러나 데이빗 예이츠 감독은 덤블도어의 성 정체성은 영화에서 드러나게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 밝혔고, 팬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덤블도어를 연기한 주드 로는 J. K. 롤링에게 덤블도어가 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들었지만, 예이츠 감독의 말대로 그의 성 정체성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는 성정체성만이 사람을 정의하진 않는다며, 덤블도어가 가진 다양한 면을 보여줄 것이라 밝혔다. 또한 이번 영화에서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없지만, 영화는 긴 시리즈의 2편일 뿐이니 앞으로 더 많은 장면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비한 동물사전 2]는 전체 5부작으로 기획된 시리즈의 2편으로, 1편에서 체포된 그린델왈드가 탈출해 세력을 규합하려 하자 뉴트 스캐맨더가 다시 그를 막기 위해 활약한다는 내용이다.

 

출처: 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