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스페이시 성추행 의혹과 사과문, 커밍아웃이 가져온 여파

출처: 넷플릭스, 소니 픽쳐스

 

지난 일요일,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의 앤소니 랩이 과거 케빈 스페이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영화계 거물들의 연이은 성추문 스캔들이 밝혀져 비통했던 할리우드는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케빈 스페이시는 곧장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시하며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는 꼴이 되었다.

 

출처: 케빈 스페이시 트위터 (@KevinSpacey)

 

그는 “30년도 더 된 일이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만일 내가 그랬다면 그것은 ‘술에 취해 벌어진 끔찍한 행동’이었을 것이다”라며 사과문에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게이의 삶을 살 것이다”라며 뜬금없이 커밍아웃을 선언해 사과문을 읽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할리우드 관계자들과 대중은 케빈 스페이시의 사과문에 분노했다. 사과문에 진정성이 없고, 커밍아웃으로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1년 커밍아웃을 한 배우 재커리 퀸토는 자신의 트위터에 “케빈 스페이시의 커밍아웃은 철저히 계산된 계략이며, 여론을 분산시켜 죄의 중함을 덜하려는 것”이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출처: 재커리 퀸토 트위터 (@ZacharyQuinto)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사과문을 올바르게 적는 방법: 들어가야 하는 것 &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는 매뉴얼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아무래도 이 메뉴얼을 미국에도 보내 논란의 중심에 선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케빈 스페이시의 성추행 혐의와 진정성 없는 사과문 논란은 연기 경력뿐 아니라 출연 작품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 (House of Cards)

출처: 넷플릭스

 

워싱턴을 한 손으로 주무르는 프랭크 언더우드의 모습을 올해를 끝으로 당분간 볼 수 없을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볼티모어에서 촬영 중인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이 시리즈의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 지난 30일 발표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31일, 제작사 넷플릭스와 미디어 라이츠 캐피털은 공동 성명을 통해 추후 공지가 있기 전까지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6의 제작을 무기한 중단할 것이며, 현재 상황을 면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입장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종영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자 큰 손실이다. 넷플릭스를 현재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큰 공헌을 한 것이 다름 아닌 ‘하우스 오브 카드’였기 때문이다.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과 총괄 제작자로 참여한 정치 스릴러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 대표 오리지널 시리즈로 꼽힐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총 52회 에미상 수상 후보로 선정되고 그중 6개의 에미상을 거머쥔 시리즈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지만, 더 이상은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넷플릭스는 이번 사태를 두고 “굉장히 곤란하게 되었다”라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출처: 넷플릭스

 

30일 발표된 ‘하우스 오브 카드’ 취소 이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넷플릭스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의 스핀오프 제작을 고려 중이라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왔다. 두 개의 스핀오프 시리즈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그중 하나는 마이클 켈리가 연기한 더글라스 스탬퍼가 주인공이 될 공산이 크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스핀오프 제작은 기대가 되지만, 이미 크게 타격을 입은 ‘하우스 오브 카드’가 추후 제작될 스핀오프로 반등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어(가제)’ (Gore)

출처: IFC Films

 

넷플릭스에게 ‘하우스 오브 카드’ 종영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야심차게 준비하는 영화에도 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는 ‘베스트 오브 미’의 마이클 호프먼 감독이 연출하는 전기 영화 ‘고어(가제)’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이자 지식인 고어 비달을 연기한다. 마이클 스툴바그, 더글라스 부스, 프레야 메이버 등이 케빈 스페이시와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이미 지난 9월 이탈리아와 영국 등 유럽 각지에서 촬영을 시작했으며 2018년 공개될 예정이었다. 넷플릭스는 현재 ‘고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두배로 머리가 아플 것은 분명하다.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 (All the Money in the World)

출처: Tristar Pictures

 

오는 12월 북미 개봉을 앞둔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도 비상등이 켜졌다. 석유 부자 J. 폴 게티의 손자가 이탈리아 범죄 조직에 납치된 사건을 다룬 영화이며,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케빈 스페이시는 사건의 주인공 J. 폴 게티를 연기했으며 마크 월버그, 미셀 윌리엄스가 함께 출연했다.

 

현재 소니 트라이스타 픽쳐스는 기존 일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영화는 11월 16일 미국영화연구소 영화제 (American Film Institute Festival)에서 첫 선을 보인 뒤, 12월 22일 북미 개봉을 예정하고 있으나 홍보와 흥행에 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빈 스페이시는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에서의 호연으로 오스카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일파만파 커져버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