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영화와 원작과의 차이, 무엇이 ‘안’ 똑같을까?

 

‘킹스맨’ 영화와 원작과의 차이,

무엇이 ‘안’ 똑같을까?

 

 

by. 빈상자

 

영국의 제임스 본드가 나이 들어가고, 본드 시리즈를 뒤집은 미국의 제이슨 본까지 아재가 되고 힘이 빠져가면서 공백기가 생긴 스파이 영화계에 나타났던 <킹스맨>. 그렇게 등장한 2015년의 깜짝 히트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제임스 본드로부터는 영국의 신사도와 온갖 특수 장비를 빌려오고, 제이슨 본으로부터는 반항적인 성향과 화끈한 액션을 빌려와 청불로 밀고 간 색다른 스파이 영화였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매튜 본 감독의 전작 <킥 애스>처럼 영국의 유명한 코믹스 작가 마크 밀러의 코믹스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마크 밀러의 원작 ‘시크릿 서비스(The Secret Service)’는 2012년 4월부터 2013년 4월까지, 1년간 6권으로 연재된 코믹스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코믹스 6권의 전 내용을 모두 나누고 분해하고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서 1편뿐만 아니라 9월에 개봉될 후편 <킹스맨: 골든 서클>의 근간이 될 여러 배경이 변경되기도 했다. 이제는 영국을 넘어 미국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킹스맨’을 영국 코믹스 시절과 비교하며 바뀐 배경들을 살펴본다.

 

 

1. 새롭게 독립한, 킹스맨

 

<이미지: 아이콘코믹스>

 

코믹스와 영화의 첫 번째 큰 차이는 에그시와 해리의 직장인 비밀정보기관의 정체성과 이름이다. 코믹스 원작에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영국의 정보기관인 MI6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물론 그렇다고 코믹스에서 MI6의 활동이 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그에 비해 영화는 ‘킹스맨(Kingsman)’이라는, 정치나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 새 이름을 갖고 재창조됐다. 21세기의 기사라고 자칭하지만 이름과 달리 왕이나 영주를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세계 평화만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한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는 영국의 ‘킹스맨’에 맞춰 미국의 ‘스테이츠맨(Statesman)’이 등장할 예정이다. ‘킹스맨’이 굉장히 영국적인 이름이었던 것만큼 미국의 비밀정보기관에게도 매우 미국적인 이름이 주어졌다. ‘킹스맨’의 요원들이 영국 신사처럼 정장과 우산에 집착했듯이 ‘스테이츠맨’의 요원들도 그에 맞춰 카우보이 모자와 올가미 밧줄을 상징처럼 갖추고 다닌다. 그나저나 ‘비밀기관’들의 요원들인데 너무 티들을 내고 다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2. 런던런던한 이름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비밀정보기구의 이름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이름도 바뀌었다. 원작에서 해리 하트(콜린 퍼스)와 에그시(태런 애거튼)의 이름은 각각 잭 런던과 개리 런던이었다. 킹스맨 양복점이 있는 유명한 수제 맞춤 양복점 거리 새빌 로우(Savile Row)는 물론, 극 중 미국에 있어야 할 교회 신까지 런던 근교에서 촬영했을 만큼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여러 모로 런던의 정서와 배경으로 가득했음에도 원작은 이름까지 아예 한 발 더 나아갔던 샘이다. 문득 이번에 무대를 미국으로 옮기는 <킹스맨: 골든 서클>이 런던과 영국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 이어가며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3. 해리와 에그시의 관계

 

<이미지: 아이콘코믹스>

 

둘 다 성이 ‘런던’이라는 것에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원작에서 해리와 에그시는 가족 관계, 정확히는 삼촌과 조카 사이다. 영화에서 해리가 문제아 에그시에게 관심을 갖고 킹스맨이 될 기회를 주는 것은 해리의 동료이기도 했던 에그시의 아버지가 자신을 희생해서 해리의 목숨을 구해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보은의 차원이다. 그에 반해 원작에서 삼촌 잭은 경찰에 체포될 때마다 도움을 요청하는 문제아 조카인 개리에게 질릴 만큼 질린 상태였다. 그런 개리에게 비밀정보요원이 될 기회를 마침내 주게 된 것은 개리에게서 재능을 보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삼촌으로서 조카의 미래가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그 이유가 가족이든 혹은 보은의 차원이든 모두 최고의 비밀요원으로 고려할 합당한 요건처럼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꼭 둘 중 하나여만 한다면 족벌 선발보다는 보은이 폼이 날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에그시와 개리 모두에게 비밀요원이 될 재능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 가지 가족 관계든 보은 관계든 이제는 해리와 에그시가 아주 각별하고 특별한 사이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

 

4. 해리의 죽음

 

잭(영화의 해리)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제이슨 본 보다는 제임스 본드를 닮았다. 특히 여자에 관해서는. 원작에서 잭은 정보를 얻고자 실제 스파이들이 가장 많이 쓰는 수법이라는 작업기술을 시전한다. 그것도 한 방에 성공, 그것도 악당 닥터 아놀드의 여자에게. 잭은 여자로부터 악당의 계획을 알아내는 일에는 성공하지만, 현장에서 닥터 아놀드에게 빼박불가로 걸리는 바람에 지젤의 총을 눈에 맞고 즉사한다. 영화에서처럼 개리(에그시)는 잭(해리)의 죽음을 생중계로 지켜보아야만 했다.

 

<이미지: 아이콘코믹스>

 

영화에서 해리는 가젤이 아니라 악당 발렌타인이 직접 쏜 총을 맞는다. 해리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리는 방금 교회 안에서 가장 멋진 모습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원작에서의 잭은 벌거벗은 몸뚱이에 가운만 걸친 상태에서 세상의 끝을 보게 되어 뭔가 폼이 망가지게 되었다. 더군다나 악당이 잭을 죽인 이유도 해리가 죽어야 했던 이유처럼 위협이 되는 인물이기보다는 ‘내 여자와 바람 피운’ 치정남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원작의 잭은 아직 명예 회복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멋있게 간 해리는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 확실히 돌아올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콜린 퍼스가 돌아오는 해리에 관해서 쏟아지는 모든 질문에, 자기가 하는 어떤 대답도 다 스포일러가 될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어서 정확히 어떻게 돌아올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쌍둥이는 아니라고 한다. 어쨌든 콜린 퍼스(해리)가 돌아온다는 이유만으로 <킹스맨: 골든 서클>이 많은 팬들을 기대하게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5. 킹스맨 양복점

영화에서 킹스맨 양복점은 비밀정보기관 킹스맨을 위장하는 작은 양복점에 불과하지만, 킹스맨의 기사도는 물론 영국의 자존심과 멋을 상징하는 매우 중요한 장소이다. 멋진 정장을 풀세트로 갖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무기와 특수 장비까지도 남몰래 구비하고 있다. 게다가 끝도 없이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직통열차를 타고 킹스맨의 대저택에 이르고 나면, 갓 제대한 예비역조차 킹스맨 신병훈련소에 바로 다시 입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만 같다. <킹스맨: 골든 서클>의 악당 포피(줄리안 무어)는 양복점의 이러한 상징성을 잘 알고 있는 듯, 킹스맨 양복점을 미사일로 산산조각 내어 날려버리는 ‘충격적인’ 장면이 예고편에 나온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에 비하면 원작에서 MI6는 훈련소의 부감이 나오고 내부 모습이 간간히 보일 뿐 구체적인 건물의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다. 당연히 양복점도 없다! 그에 따라 영화에서 양복점이 주었던 어떤 상징성이나 중요성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영화에서 너무 멋지게 그려지고 효과적으로 사용된 것을 보고 나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지: 아이콘코믹스>

 

영국의 런더너들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하게 런던의 억양과 정서를 담았던 ‘킹스맨’이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는 본격적으로 무대를 미국으로 옮기고 미국인들과 손을 잡게 되었다. 예산이 대폭 늘어나고 기존 콜린 퍼스와 태런 에저튼은 물론 채닝 테이텀, 할리 베리, 제프 브리지스 받고 줄리안 무어까지 얹는 등 출연진도 화려해지면서 아무래도 미국의 관객들과 미국 영화라는 대중성에 폭넓게 손을 내밀고 있는 모양새이다.
런던을 배경으로 런더너들이 쓰는 욕들이 난무한 코믹스를 처음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둘 다 영국인인 원작자 마크 밀러와 감독 매튜 본은 배경을 미국으로 바꿀까 고민했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영화의 성공을 보다 확실히 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주요 배역의 배우들을 물론 거의 모든 배경을 다 영국으로 채운 킹스맨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미국으로 진출하는 킹스맨이 전작만큼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스테이츠맨은 과연 킹스맨에게 도움이 될까 아니면 방해만 될까. 그 사이 미국의 대통령도 바뀌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