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훈 감독 영화 속 두 남자!

<영화는 영화다>부터 <택시운전사>까지

 

by. 레드써니

 

‘포스터에 송강호가 크게 웃을수록 영화는 더 슬프다’라는 속설이 있다. <우아한 세계>가 그랬고 <변호인>이 그랬다. 그리고 올여름 이 속설에 한 작품이 더 추가될지 모른다. 바로 1980년 광주에 갔던 서울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다.

<택시운전사>는 영화에 대한 자신감으로 거의 개봉 한 달 전부터 시사회를 시작해 지금도 전국 방방 곳곳을 돌며 프리미어 시사회로 주말마다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웃음과 눈물이 있는 <택시운전사>는 <군함도>와 더불어 올여름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조심스레 2015년 <암살>과 <베테랑>의 쌍끌이 천만 흥행도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기대는 <밀정> 이후 송강호의 1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이 크다. 하지만 <고지전> 장훈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의형제> 이후 장훈 감독과 송강호가 다시 만났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장훈 감독은 양으로 보면 많은 작품을 만든 감독은 아니다. 2008년 <영화는 영화다> 이후 현재까지 총 네 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했는데, 매 작품마다 선 굵은 연출로 의미 있는 필모그래피를 이어오고 있다. 감독의 작품은 대부분이 [두 남자]에 집중하고 [두 남자]의 갈등을 통해서 이어간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번 <택시운전사> 역시 광주로 가는 송강호 옆에 토마스 크레취한이라는 독일 기자가 있다. 그래서 <택시운전사> 개봉을 기다리며 장훈 감독 작품에서 묘사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뤄보기로 한다.

 

 

<영화는 영화다>의 두 남자 소지섭 X 강지환

 

<이미지: (주)스튜디오2.0 / ㈜스폰지이엔티>

 

<영화는 영화다>는 장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배우 ‘장수타’(강지환)가 영화를 촬영하던 중 상대배우를 폭행하면서 제작이 중단되자 우연히 알게 된 조직폭력배 ‘이강패(소지섭)’에게 영화 출연을 제의하고 같이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강지환이 깡패 같은 배우 ‘장수타’로, 소지섭이 배우의 꿈을 가진 조폭 ‘이강패’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극 중 두 사람은 영화 내내 대립하며 서로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지만 묘한 동경 시선도 느껴진다. 그런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협화음과 서로 갖고 있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모습에서 거친 이야기가 나온다. 서로에게 굴욕을 주며 동시에 욕망의 대상이 되는 지점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마지막 영화의 라스트신이자 영화 속 영화의 마지막이기도 한 갯벌에서 벌어지는 결투는 이 모든 것을 폭발시킨다. 정신없이 싸우다가 누가 깡패인지, 배우인지 구분조차 하기 힘든 이미지의 형상은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의형제>의 두 남자 송강호 X 강동원

 

<이미지: 쇼박스>

 

<의형제>는 <영화는 영화다>이후 장훈 감독의 차기작이자 최대 흥행작이다. 2010년 설 연휴에 개봉되어 전국 관객 500만 이상을 돌파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믿고 보는 송강호, 강동원이 출연한다는 사실로 큰 화제를 낳았다.

이 영화 역시 극 중 두 사람의 관계가 독특하다. 국정원 요원(송강호)과 간첩(강동원)이 서로의 존재로 큰 데미지를 입고 전전 긍긍하다 우연히 만나게 된다는 설정이 재미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이 자신만 상대방을 알고 상대방은 자기를 모를 것이라는 상황에서 비롯된 ‘라이어 게임’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투닥거리는 재미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이해한다는 점이 휴먼 드라마로서 매력도 드러낸다.

다시 보면 <의형제> 속 두 주인공의 포지션은 <택시운전사>와도 비슷하다. 각자의 목적만을 위해 한시적 의기투합을 하지만, 그 방향이 뒤틀려 갈등을 빚기도 한다. 그러나 거대한 사건과 역사의 소용돌이를 만나면서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고 하나의 지점으로 뭉친다는 점이 닮았다.

 

 

<고지전>의 두 남자 고수 X 신하균

 

<이미지: 쇼박스>

 

적어도 지금까지 만든 장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고지전> 속 두 남자의 상관관계는 여느 작품과 다르다. 그의 작품에서 두 남자는 처음에는 으르렁거리지만 가면 갈수록 함께하거나 최소한 서로를 동경하며 하나의 지점으로 향해가는데, <고지전>은 친구였던 두 사람이 전쟁으로 갈라지는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런 모습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솔직히 많은 영화에서 어떤 비밀을 감추고 그것을 파헤치는 외부자에게 “네가 감당할 수 있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순박했던 고수가 신하균에게 “전쟁이 뭔 줄 알아”라며 울먹이는 모습은 이 영화의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으로 손꼽힌다. <고지전>은 오히려 <영화는 영화다>의 두 사람과 닮았다. 마지막 갯벌에서의 혈투로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처럼, 전쟁의 상처로 모든 것을 잃는 것처럼.

 

 

<택시운전사>의 두 남자 송강호 X 토마스크레취만

 

<이미지: 쇼박스>

 

<택시운전사>는 장훈 감독의 메인 포스터 중 유일하게 두 남자가 나오지 않는 영화다. 하지만 이야기의 축은 ‘택시운전사’ 송강호와 ‘독일 기자’ 토마스 크레취만이다. 두 사람은 첫 만남은 썩 유쾌하지 못하다. 송강호는 독일 기자가 한국에 온 목적보다 일당 십만 원에 관심 있을 뿐이고, 독일 기자는 한국의 중요한 사건을 취재하러 왔음에도 택시운전사가 자신의 목적지로 데려다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런 과정에서 불가항력으로 서로의 목적이 뒤틀리자 그때부터 상대방을 탓하고 갈등 요소는 더욱 커져간다.

하지만 ‘광주’에 도착하고 나서는 상대방에 대한 앙금이나 갈등을 생각할 시간도 없이 급박해진다. 독일 기자 ‘피터’에게 광주는 생각보다 더 처절한 곳이었고, ‘택시운전사’에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광경이다. 감당할 수 없는 사건에 비로소 두 사람은 진지해지고 상대방의 안위를 걱정하며 공통의 목적으로 액셀을 밟는다.

특히 <택시운전사>에서 두 남자의 관계는 서로의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말이 통하지 않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며 언어를 뛰어넘는 진심이 빛을 발한다. 이 마음은 혼돈의 위기 속에서도 따뜻하게 그려져 <택시운전사>의 감동은 배가 된다. 장훈 감독이 그리는 두 남자 이야기 중 <택시운전사>는 가장 따뜻하고도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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