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아닌 밀정, 영진위의 선택은 최선이었을까

날짜: 1월 5, 2017 에디터: Jacinta

 

2016년 한국 영화계는 거장들의 해였다. 6월 상반기는 믿고 보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개봉했고 9월 하반기에는 ‘장르 탐험가’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 개봉했다. <아가씨>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 수 400만 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밀정>은 대한민국의 역사 그 자체였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70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 부문에 출품할 작품을 두고 <밀정>과 <아가씨>로 갑론을박했다. 심사위원들 간에 열띤 토론이 오갔지만 배점을 기준으로 근소하게 앞섰던 <밀정>이 선택됐다. 두 영화 모두 뛰어난 작품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영진위의 선택은 완벽히 잘못됐다. <밀정>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 부문 선정에 탈락했고 <아가씨>는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밀정>과 <아가씨>는 공통분모가 있다. 두 영화 모두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밀정>이 일제에 대항하는 국민들을 그려냈다면, <아가씨>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밀정>이 단체의 삶을 뜨겁게 그려냈다면 <아가씨>는 개인의 삶을 차갑게 그려낸 것이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평소 생각하고 있는 ‘여존남비’와 더불어 작품에 퀴어적 요소를 넣으며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하지 못 했던 그의 진보적이고 철학적인 사상을 담아냈다.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성식 일병을 동성애자로 묘사하려 했지만 스튜디오의 반대가 심해 그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울이 반짝거리는 장면으로 아주 소심하게(?) 표현한 바 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영진위는 <아가씨>를 출품했어야 했다. 다만 그들의 선택이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밀정>은 세계적인 제작 스튜디오 워너 브러더스를 등에 업고 만들어진 영화다. 또한, 한국 배우 중 할리우드에서 가장 이름을 알린 배우 이병헌, 송강호는 최민식, 임권택 감독과 함께 아카데미 협회 회원 목록에 올라가 있다. 하지만 <아가씨>의 수상 목록을 본다면 영진위가 오판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온몸을 바쳐 나라를 지켰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그런 부분에 딱히 관심을 두지 않는다. 조금 더 좋은 영화가 무엇인지, 어떤 영화가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지를 중점적으로 두고 심사를 한다.
이렇게 한국 영화는 또 한번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션 되는데 실패했다. 1963년 제3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출품을 시작한 이래로 한국 영화는 단 한 번도 후보에 지명되지 못 했다. 예비후보 9편에도 지명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얘기다. 아카데미는 보수 성향이 짖어 대중성은 떨어지더라도 예술성이 높은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아카데미 출품작 선정에 많은 비중을 가지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될 때가 아닐까.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매년 방한하는 한국 영화 시장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런 한국 영화가 단 한 번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션 되지 못 했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럽고도 쑥스러운 일이다.

 

>> 영화 정보 확인 아가씨 / 밀정

 

에그테일 크리에이터: 필름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