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리틀 포레스트 VS 궁합

이번 주 개봉한 두 편의 영화가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임순례 감독의 힐링 농촌 라이프 스토리 [리틀 포레스트]와 [관상] 제작진의 역학 시리즈, 그 두 번째 주인공 [궁합]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유기농 재료로 꽉 채운 식단처럼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김태리의 농촌 삼시 세끼 [리틀 포레스트]와 이승기, 김상경 등의 반가운 얼굴에 흥미로운 역학 소재를 더한 [궁합]의 대결구도가 흥미진진하다. 이번 주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고 있다면, 에그테일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사진 출처: 메가박스㈜플러스엠

 

에디터 Jacinta : 리틀 포레스트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난 보기 드문 한국 영화다. 잘 알려진 일본 만화를(혹은 영화로도) 한국식 정서에 맞게 각색하면서 불필요하게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고, 오히려 원작만의 여유로운 여백의 미를 그대로 고수한다. 예를 들면, 혜원과 엄마처럼 단 번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계에 구구절절 사연을 첨가하지 않고, 온전히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의 일상을 바라보게끔 한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태도는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자연스러움은 바쁜 일상을 환기하는 힘이 되고, 잠시나마 기분 좋은 여유를 선사한다. 자극적인 설정과 폭력, 반쪽짜리 관계가 두드러진 한국영화에서 담백하고 간결한 스토리로 휴식이라는 영화의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무공해 영화는 반갑기만 하다.

 

에디터 띵양 : [리틀 포레스트]는 담백하지만, 그 안에 들어간 재료에 정성이 듬뿍 들어간 엄마의 요리같다. 스토리와 연출에 불필요한 요소 없이 감독이 전하려는 의도와 관객들이 원하는 바를 온전히 전달해준다.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성장을 하는 방식이다. 원작은 고요하다. 왁자지껄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들이 없다. 오직 요리를 하는 과정과 농사로 주인공은 자신의 고민들을 내려놓는다. 그래서인지 원작을 볼 때는 숨죽이면서 영화를 지켜보았고, 영화가 끝나면 아련한 여운이 남았다. 한국판은 조금 다르다. 고민거리가 있다면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면서 자신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추억과 웃음을 남긴다. 한국 정서에 맞추어 힘겨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두 시간 남짓의 힐링을 경험하게 해주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리틀 포레스트] 속 주인공들처럼 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진다.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작은 숲이 하나씩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가벼운 간식거리는 꼭 챙겨서 극장에 들어가시길…

 

에디터 Alex : MSG를 뺀 담백하고 알찬 영화다.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의 매력은 주인공의 요리 장면이었다. 채소를 썰고 빵을 굽고 무를 꿰는 주인공의 모습은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켰다.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쿡방’은 줄이고 ‘서사’를 더한 형태다. 일본판에 비해 인물 개개인의 이야기가 좀 더 친절하게 묘사돼 있다. 고시를 포기한 주인공과 사표를 쓰고 고향에 돌아온 청년 등 평범한 도시 청년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젊은이들을 다루면서도 꼰대 같은 훈수는 찾아볼 수 없다. 불편한 설정과 대사 없이도 미소를 자아내는 유머 코드도 곳곳에 숨어있다. 느린 호흡으로 굴러가는 영화의 대목마다 등장하는 문소리도 인상 깊다. 작은 부피로도 밀도 높은 존재감을 내뿜는 혜원 모의 이야기는 기존에 한국 영화가 ‘엄마’라는 존재를 다루던 방식과는 거리를 둔다. 일상적인 소재들로 신선한 한국 영화를 탄생시킨 임순례 감독의 연출력에 별 다섯 개를 주고 싶다.

 

 

사진 출처 : CJ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겨울달 : 조선시대 청춘들이 만들어가는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라니, 영화 [궁합]은 소개만으로도 핑크빛 화면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영화 자체도 예상한 그만큼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이 나와 눈호강을 보장하고, 의상과 미술은 시대 고증은 차치하고 예쁘다, 멋지다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며, 샤랄라한 화면은 어느새 시선을 빼앗는다. 중간중간 빵빵 터지는 개그에 사주팔자와 궁합 등 귀를 솔깃하게 하는 장치까지 비중 있게 다뤘으니, 제목으로 사기당한 느낌도 아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 이 영화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의문이 남는다. 로맨스 덕후로서는 구성이 사건 위주로 흘러가면서 송화 옹주와 서도윤의 감정이 친절하게 다뤄지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오히려 소설이었다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에디터 띵양 : 영상미 하나는 끝내준다. 영화의 전체적인 밝고 화사한 색감은 앞사람의 핸드폰 액정 불빛마저도 집어삼킬 정도였다. 영화의 색감뿐 아니라 인물들의 의상, 궁합을 풀어내는 연출 기법, 간간히 터져 나오는 유머와 주체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110분이 쉴 새 없이 지나간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화면이 예쁜 로맨틱 코미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러닝타임 내에 전부 담기에 어려웠겠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송화 옹주와 서도윤의 감정선이나 서가윤이 왜 눈이 멀었는지 정도라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약간의 친절함이 결여되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따스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한국 영화라는 표현이 알맞은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영상미가 극장을 압도한들 영화가 시작되면 핸드폰 사용은 자제하자.

 

에디터 SH: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궁합’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사주팔자, 그중에서도 궁합을 내세워 조선시대판 달콤한 로맨스를 보여준다. 엉뚱한 성격에 귀여운 외모, 가만히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당찬 모습까지 주인공 송화 옹주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또한, 위기의 순간 때맞춰 나타나 옹주를 도우며 여심을 사로잡는 서도윤은 물론 다른 부마 후보들의 화사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눈은 물론 마음마저 즐거워진다. 웃음을 탁 터뜨리게 하는 센스있는 개그와 스크린 속 화려한 배경 및 복식 묘사 또한 감상의 재미를 더해주는 중요 포인트다. 다만 극이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의 전개와 마지막 마무리는 조금 아쉽다. 하지만 예견된 운명인 궁합이 아닌, 서로를 마주한 두 남녀의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해피엔딩은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