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멘탈을 쥐고 흔드는 영화 ‘미드소마’

날짜: 7월 14, 2019 에디터: 홍선

 

여름은 공포영화의 계절이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호러 영화를 보면서 더위를 가시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작년 [유전]으로 독특한 공포를 선사했던 아리 에스터 감독의 신작 [미드소마]면 이 같은 날씨에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그런데 포스터가 이상하다. [유전]에서 보여줬던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힐링 로맨스 영화를 보는 듯한 화사한 색감으로 가득하다. 이번에는 또 무슨 낚시를 할 모양일까? 포스터에 속으면 안 된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미드소마]를 통해 또다시 관객의 멘탈을 쥐락펴락할 것이다.

 

 

한여름 낮의 호러 축제

가까운 지인의 죽음으로 상실감에 빠진 주인공 대니(플로렌스 퓨)는 상처를 털어내기 위해 연인 크리스티안(잭 레이너)과 친구들과 함께 스웨덴 호르가 마을의 ‘미드소마’ 축제에 간다. 외지인을 반갑게 맞이하는 마을 주민들과 백야 현상으로 한없이 밝은 마을 분위기에 대니는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며 축제에 함께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미드소마]는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섬뜩한 공포로 담아낸다. [유전]의 아리 에스터 감독이 연출을 맡고, 떠오르는 신성 플로렌스 퓨와 잭 레이너, 윌 폴터가 출연했다. 70년대 세기의 꽃미남이라 불렸던 비요른 안데르센도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대낮은 무섭지 않을 거라는 편견을 깨부수는 공포

공포영화는 대부분 밤과 실내를 무대로 택한다. 하지만 [미드소마]는 과감하게 낮과 오픈 공간을 선택했다. 낮이 주는 안정감이 공포를 줄이지 않을까 생각 들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낮이기에 사각지대 없이 잔혹함과 공포가 한눈에 드러난다. 탁 트인 공간이라 더욱 거침없다. 이야기는 어둡고 부정적인데, 밝은 대낮이 배경이라는 점도 오싹한 이질감을 전한다. 아름다운 무언가가 빛에 반짝여 눈부시게 한다면, [미드소마]는 영화가 보여주는 절망이 빛에 부딪혀 눈이 따갑다. 공포는 낮과 밤의 구분이 없음을 증명한다.

 

 

친절과 미소로 무장한 집단 광기

[미드소마]는 광기 어린 공동체가 주는 공포에 속절없이 당하는 개인을 보여준다. 이런 광신도 집단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사회성이 결여된 비이성적인 캐릭터를 투입해 처음부터 거부감을 준다. 하지만 [미드소마]는 외지인에게 친절한 현지 사람,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있는 이웃들로 경계심을 무장해제시켜 주인공의 마음을 흔든다. 극중 개인의 고통을 공동체라는 하나의 마음으로 모두가 겪는다는 퍼포먼스는 소름 돋는다. 실제로 그걸 느끼지 못함에도 “무조건 함께 한다”는 집단 광기의 퍼포먼스는 일차적인 충격 뒤로, 이해 없는 공감과 맹목적인 믿음으로 관람자의 멘탈을 조금씩 건드린다.

 

우리 대니가 달라졌어요

[미드소마]에서 눈여겨볼 것은 주인공 대니의 심리다. 대니는 초반에 엄청난 사건을 겪고, 그로 인해 슬픔과 트라우마를 항상 가지고 있다. 상실감에 빠진 대니를 처음에는 측은하게 바라보지만, 아리 에스터 감독은 그런 슬픔을 무서운 이미지로 전환하며, 슬픔마저 오싹하게 만든다. 하지만 미드소마 축제 때 만난 사람들은 다르다. 대니에게 친절하고, 무엇이든 함께 하길 바란다. 언제나 눈물만 흘리던 대니도 축제를 즐기면서 처음으로 미소를 보인다. 트라우마에 빠지는 모습은 무섭게, 축제에 즐거워하는 모습은 무언가에 중독된 것처럼 그리는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양극단을 통해 점점 변화하는 대니의 심리를 따라가는 것 또한 [미드소마]의 관전 포인트다.

 

 

멘탈붕괴의 147분

[미드소마]의 러닝타임은 147분으로 짧은 시간에 충격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기존의 공포영화와 다르다. 처음 1시간은 충격적인 사건 후 여행지를 가는 젊은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화사한 포스터와 반대로 잔혹하고 강렬한 노출이 늘어난다. 다만 그런 것들을 자극적으로 다루기보다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설득하려는 태도로 소름 끼치는 섬뜩함을 전한다. 147분의 긴 영화가 끝나면 지옥 같은 축제에 실제 갔다 온 것처럼 피곤하고 허탈해진다. 깜짝 놀라게 하는 효과 없이 서서히 공포에 침식되는 기묘한 경험. 그것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는 오롯이 관객의 마음에 달렸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미드소마]는 끝까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