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인생 연기를 펼친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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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조커]가 코믹스 사상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마틴 에덴]의 루카 마리넬리에게 돌아갔지만, [조커]는 호아킨 피닉스 없이는 불가능한 영화였다고 밝힌 토드 필립스 감독의 수상 소감처럼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강렬한 작품이다. 벌써부터 가장 강력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다.

뜨거운 관심 속에 개봉만을 남긴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뿐 아니라 그동안 여러 배우들이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인생 연기를 펼쳤다. 장르 특성상 배우의 연기보다 스케일과 액션 등의 볼거리에 시선이 집중되지만, 이야기를 탄탄하게 빛내줄 연기는 영화를 완성하는 기본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배우들이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인생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을 사로잡았을까? (본문에서 놓친 명연기와 배우가 있다면 댓글로 언급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판타스틱 4’의 악몽을 지운 명연기 –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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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에반스는 [판타스틱 4] 시리즈에서 ‘휴먼 토치’ 역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지만, 준수한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속편까지 나온 작품이다. 다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완성도 때문인지 크리스 에반스의 존재감을 굳히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이후 [캡틴 아메리카]에 캐스팅되면서 제2의 연기 인생이 펼쳐졌다. [판타스틱 4]의 장난기 많은 휴먼 토치와 반대로 진지하고 정의로운 ‘캡틴 아메리카’는 크리스 에반스와 찰떡 같이 어울렸다.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도 캐릭터를 빛나게 했다. 크리스 에반스는 [캡틴 아메리카]의 성공 이후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가리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르를 넘어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연기 – ‘조커’ 히스 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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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인생 연기를 펼친 배우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른 배우는 히스 레저가 아닐까? 그의 광기 어린 연기로 탄생한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슈퍼히어로를 넘어 영화사에서도 손꼽히는 악당 캐릭터다. 팀 버튼의 [배트맨]에서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잭 니콜슨도 있으나, 히스 레저는 그에 뒤에 뒤지지 연기와 차별화된 캐릭터 분석으로 또 다른 조커를 창조했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 [배트맨] 원작 만화를 탐독하고 조커의 심정에서 일기를 썼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이 같은 노력은 슈퍼히어로 영화 역사상 최초로 (사후 1년 만에) 아카데미 연기상(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인생 연기 아니, 인생 자체를 바꾼 열연 –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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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연기 인생을 바꾼 영화다. 영화감독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영화에 데뷔하고 일찌감치 연기를 시작했으나 배우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1992년 [채플린]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지명되기도 했지만, 마약 중독과 사생활 문제로 할리우드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 지금의 아내 수전 레빈을 만나 결혼한 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스튜디오의 반대에도 존 파브로 감독의 강력한 요청으로 [아이언맨]에 출연해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영화 초반 오만한 재벌의 모습은 어두웠던 시절에서 우러나온 연기력이란 평가를 받는 등 토니 스타크의 아이언맨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탁월한 연기가 더해진 [아이언맨]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초석이 됐다. 올해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통해 지난 11년간 MCU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명예롭게 퇴장했다.

주인공을 능가하는 존재감 – ‘메라’ 엠버 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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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에서 ‘메라’를 연기한 엠버 허드도 빼놓을 수 없다. 엠버 허드는 그동안 여러 영화 출연했지만, 화려한 비주얼과 사생활 등 연기 외적인 요소가 강했기 때문인지 배우로서 존재감은 부족했다. 하지만 [아쿠아맨]의 메라는 배우 엠버 허드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강인한 힘과 정신을 가진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5개월 동안 하루에 5시간씩 무술 트레이닝을 받는 등 부단한 노력이 영화에 반영되어 주인공 아쿠아맨 못지않게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한 [아쿠아맨] 또한 DC 확장 유니버스 작품 중 전 세계 최고 흥행작이 되면서 엠버 허드의 메라를 계속 볼 수 있게 됐다.

캐릭터=배우라는 등식을 확립한 – ‘울버린’ 휴 잭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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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있다면, [엑스맨] 시리즈에는 ‘울버린’ 휴 잭맨이 있다. 무명 배우였던 휴 잭맨은 러셀 크로우의 추천으로 [엑스맨] ‘울버린’ 역에 오디션에 참여했고, 뜻밖의 행운이 더해지면서 울버린으로 최종 확정됐다. 많은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에서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도 했지만, 울버린 하면 휴 잭맨이 자연스레 연상될 만큼 강렬한 연기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마지막 울버린 영화 [로건]에서는 한 시대를 대표했던 히어로의 마지막 여정에 애틋한 작별을 고하는 애처로운 연기로 팬들을 눈물짓게 했다.

캐릭터를 사랑한 배우 – ‘데드풀’ 라이언 레이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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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콘 덕후 라이언 레이놀즈는 슈퍼히어로 영화와 악연으로 유명하다. ‘한니발’ 역으로 출연한 [블레이드 3]는 전작에 못 미친다는 악평을 들었고, ‘데드풀’ 역으로 출연한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도 박하지만 원작 캐릭터를 망쳤다는 원성이 자자했다. 그래도 두고두고 놀림받는 영화 [그린 랜턴]만큼은 아니다. 이후 라이언 레이놀즈는 계속되는 슈퍼히어로 영화와 악연을 끊기 위해 [데드풀] 제작에 공을 들였다. 자신의 SNS에 [데드풀] 제작 소식을 알리며 영화 속의 많은 아이디어와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 그런 노력 끝에 탄생한 [데드풀]은 이전의 악몽을 지울 만큼 대박을 터뜨렸다. 주연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에 대한 칭찬도 자자했고, 2017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되기까지 했다. 폭스와 디즈니의 합병 이후 [데드풀]의 미래는 정해진 건 없지만, 자신의 캐릭터를 사랑하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데드풀] 후속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영화의 주제의식까지 전달한 연기 – ‘킬몽거’ 마이클 B. 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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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는 슈퍼히어로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이 같은 성과를 거둔 이유로 명확한 주제의식을 갖춘 작품의 완성도와 악역 ‘킬몽거’의 매력을 살린 마이클 B. 조던의 연기를 들 수 있다. 마이클 B. 조던은 이전부터 인정받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히어로에 비해 빌런의 존재감이 약했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토르]의 로키, [어벤져스]의 타노스 못지않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악역 특유의 카리스마는 물론 킬몽거가 살아오면서 겪은 분노와 아픔을 사회적인 메시지와 결합해 [블랙 팬서]가 담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돋보이게 했다. 2019년 런던 비평가 협회상,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남우조연상 후보로 올랐으며, 할리우드에서 주연 배우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심폐소생급 연기 – ‘할리퀸’ 마고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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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로비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로 얼굴을 알린 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 퀸’ 역을 맡아 대박을 터뜨렸다. 캐스팅 당시에는 조커만큼 복잡한 심리를 가진 할리 퀸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예고편이 공개된 후 만화책을 찢고 튀어나온 듯한 높은 싱크로율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정작 영화는 흥행 성적과 별개로 평단과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그 누구도 마고 로비의 존재감은 부정하지 않는다. 할리 퀸이 무너지는 작품을 멱살 잡고 끌고 같다는 네티즌 평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만큼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마고 로비의 덕을 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이면 마고 로비가 직접 제작에도 참여한 DC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