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원작이 단편이었어? 단편에서 장편으로 발전한 영화들

이미지: CGV 아트하우스

판소리와 복싱의 다소 황당한 만남이 오히려 호기심을 돋우는 영화 [판소리 복서]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판소리 복서]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연출을 맡은 정혁기 감독이 2014년에 만든 단편영화 [뎀프시롤:참회록]이 원작이라는 점이다. 

단편 역시 [판소리 복서]와 마찬가지로 뇌세포가 손상되는 ‘펀치 드렁크’를 앓는 주인공이 판소리와 복싱을 접목한 판소리 복싱으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처럼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확장한 작품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어떤 영화가 있는지 살펴본다.

위플래쉬 > 위플래쉬 (2014)

이미지: (주)쇼박스

[위플래쉬]는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자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된 대학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가 잠재된 실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몰아세우는 폭군 플랫처(J.K 시몬스) 교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긴장감을 그린다. 2013년에 선보인 18분짜리 단편영화가 원작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할 만큼 호평을 받았다. 

장편 [위플래쉬] 역시 단편 못지않게 뛰어난 완성도로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및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폭군 선생 플랫처 역을 맡아 엄청난 연기를 선보인 J.K. 시몬스는 단편과 장편 모두 같은 역으로 출연했는데, 장편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데이미언 셔젤이 그토록 만들고 싶었던 뮤지컬 [라라랜드]에도 특별출연했다.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 > 디스트릭트 9

이미지: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닐 블롬캠프 감독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외계인이 불시착한 상황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담은 단편영화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를 만들었다. 그의 영화를 우연히 보고 감명받은 피터 잭슨 감독은 자신이 제작할 게임 원작 영화 [헤일로]의 연출을 맡기는데, 아쉽게도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실의에 빠졌던 닐은 대신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를 장편 이야기로 확장한 [디스트릭트 9]을 제작에 착수했다. 3,0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 같지 않은 풍부한 볼거리와 외계인 거주지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남아공 내의 사회문제를 꼬집는 연출이 큰 호평을 받으면서 장편 데뷔작으로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거두었다. 

12번째 보조사제 > 검은 사제들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만들어 성공한 사례는 할리우드에만 있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는 [위플래쉬]와 [디스트릭트 9] 못지않게 성공을 거둔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이 있다. 원작은 26분짜리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로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엑소시즘을 소재로 택해 2014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과 미장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같은 결과에 힘입어 김윤석과 강동원을 캐스팅한 장편 [검은 사제들]이 탄생했고, 544만 관객을 모으는 성공을 거두었다. [검은 사제들]은 흥행 성적도 눈부시지만 국내에서 마이너 장르로 치부되는 오컬트 영화를 주류로 이끌고, 소재 고갈로 고민에 빠진 충무로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단편영화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쏘우 > 쏘우 (2005)

이미지: 영화사 한결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공포영화 감독 제임스 완을 있게 한 작품은 [쏘우]다. 삶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이들이 ‘직쏘’에게 납치되어 밀실에 갇히고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생존게임을 그린 작품으로, 벌써 8편의 영화가 나왔고 내년에는 크리스 록과 사무엘 L. 잭슨 주연의 9번째 작품이 개봉한다. 

[쏘우] 시리즈는 2003년 시작됐다. 제임스 완이 오랜 파트너이자 [쏘우] 1편의 각본과 주연을 맡은 리 웨넬과 함께 연출한 단편영화가 시발점인데, 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시리즈를 상징하는 직쏘 인형이 등장하고 누군가를 납치해서 생존게임을 펼친다는 설정으로 전개된다. 제임스 완은 [쏘우]가 단편에 그치지 않고 장편으로 확장되어 16년이나 계속되는 장수 시리즈가 될 것을 예감했을까

더 뷰티 인사이드 > 뷰티 인사이드

이미지: (주)NEW

[뷰티 인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연인에게 고백을 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날마다 변하는 모습 때문에 많은 카메오가 출연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원작은 도시바와 인텔 합작의 캠페인 단편영화 [더 뷰티 인사이드]다. “매일 모습이 바뀌어도 내면만은 변하지 않는 나를 누가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구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자 한효주가 주연을 맡은 장편영화로 이어졌다. 작년에는 서현진, 이민기 주연의 JTBC 드라마로 선보였고, [왕좌의 게임]의 ‘용엄마’ 에밀리아 클라크를 주연으로 내세운 할리우드 버전도 준비 중이다. 

픽셀 > 픽셀 (2015)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패트릭 장의 [픽셀]은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이 8비트 픽셀 게임의 주인공이라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만든 단편영화다. 팩맨, 테트리스, 개구리, 스페이스 인베이더 등 8비트 픽셀의 고전게임들이 지구를 침략해 쑥대밭으로 만드는 내용이다. 현실의 장소와 물건이 게임과 접촉하면 곧바로 픽셀이 된다는 아이디어와 영화에 등장하는 레트로 게임에 대한 향수가 더해져 인기를 끌었다. 

장편영화 [픽셀]은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크리스 콜럼버스가 연출을 맡고, 아담 샌들러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앞서 소개한 작품들이 단편에서 장편으로 성공을 거둔데 반해 [픽셀]은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했다. 과거 우주에 쏘아 올린 비디오 게임 캐릭터들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원작의 설정을 2분에서 106분짜리 영화로 늘리면서 이야기가 헐거워졌기 때문이다. [픽셀]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스토리가 빈약하면 장편영화로 성공할 수 없다는 씁쓸한 사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