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동안 호불호 제대로 갈린 할리우드 영화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40년 이상의 세월 동안 굳건히 뭉쳤던 전 세계 스타워즈 팬들을 양분한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라스트 제다이]를 옹호하는 팬들은 영화가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전작에 대한 헌사를 남긴 작품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라스트 제다이]라면 치를 떠는 이들은 영화에서 보이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나 원작 붕괴를 이유로 들며 “영화의 정통성이 사라졌다”라고 혹평했다.

 

물론 한 영화에 대한 모든 이들의 평가가 똑같을 수는 없다. 비슷한 생각을 가질 수는 있을지언정 세뇌를 당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걸작이라고 추앙받는 작품인들 적어도 한 사람은 “아, 영화 지루하네”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중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뉜 작품들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10년 간 개봉한 외화 중 호(好)와 불호(不好)가 극명하게 나뉜 작품들을 소개해본다.

 

 

왓치맨 (Watchmen) (2009)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DC와 마블 팬들은 본인들의 프랜차이즈를 추켜세우고 상대를 헐뜯는 데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인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아이언맨 3],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이전, 논쟁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왓치맨]이다. 일찍부터 평론가들 사이에서 [왓치맨]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오갔지만, 적어도 관객들 사이에서 오간 ‘진짜 대립’에 비하면 별 것 아닌 정도였다.

 

[왓치맨]의 팬들은 오늘날까지도 이 작품을 단순한 히어로 영화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히어로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데, 영화 속 히어로들의 모습만큼이나 영화에 내포된 정치적·도덕적 메시지가 주는 임팩트 때문이다. 반면 이 작품을 감싸는 예찬론자만큼이나 많은 수의 안티들은 감독 잭 스나이더가 영화에 감정적인 깊이를 더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끔찍했고, 이야기 자체도 굉장히 지루했다는 평은 덤이다.

 

잭 스나이더를 향한 상반된 시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가 연출한 [300], [써커 펀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그러나 치열하게 싸우는 팬들이 유일하게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왓치맨]에서 재키 얼 헤일리가 보여준 ‘로어셰크’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아바타 (Avatar) (2009)

이미지: (주)해리슨앤컴퍼니

 

순간 잘못 봤나 싶을 것이다. ‘아니, 역대 최고의 흥행작 [아바타]가 이 리스트에 올라와있다고?’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애석하게도 [아바타] 역시 많은 관객들이 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과거보다 훨씬 많은 화살들이 이 영화를 향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아바타] 비판론자들이 꼽는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진부한 스토리와 캐릭터 묘사’다. 16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도 이들에게는 비판의 대상이었는데, 이유인즉슨 이 영화가 ‘화이트 길트 판타지'(white guilt fantasy: 다른 백인들이 저지른 인종차별적인 행위에 대해 백인들이 느끼는 일종의 죄책감)와 백인우월주의를 동시에 묘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에서 수도 없이 등장했던 백인 정복자들의 아메리카 대륙 침략과 원주민 학살 이야기는 관객들이 SF 판타지 영화에서 보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관객들은 스토리를 전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아바타]를 “세기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영화적 경험”이라고 극찬한다. [늑대와 춤을]의 정서를 이어받으면서 화려한 시각 효과로 중무장한 이 영화는 깊지 않은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SF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비록 예상보다는 적은 인원이 최근 제작에 돌입한 [아바타] 시퀄들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지만, [아바타] 이전에 블록버스터의 황제라 불렸던 제임스 카메론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호칭으로 불리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 (Tree of Life) (2011)

이미지: SBS 콘텐츠허브

 

테렌스 말릭의 최근작들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을지언정, 그의 필모그래피가 수많은 연출가들에게 동경받는 동시에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트리 오브 라이프]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 작품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극찬받는 명작이라서가 아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가 칸 영화제서 수상한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이기 때문인데, 자신의 작품이 오랫동안 대중에게 거론되는 것을 원치 않는 감독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 실험적이고도 애매한 작품은 “예술적 걸작”이라는 평가와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하게 날린 두 시간”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트리 오브 라이프]에 대한 불호는 과할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시각효과와 영화 초반부의 흥미로움을 몽땅 앗아가는 내레이션의 뒷심이다. 비판론자들은 “이야기가 빈약해지면서 겉멋만 든 빈 껍데기만 남았다”라면서 혹평을 일삼는다. 그러나 반대로 영화가 가진 야망을 칭송하는 팬의 숫자도 굉장히 많다. 이들에게는 [트리 오브 라이프]가 선사하는 영상미와 스토리텔링 방식뿐 아니라 영화가 가진 모호함 자체도 고평가의 대상이다. 다른 관객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거부반응을 보였던 그 모호함 말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만큼 관객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영화는 없다고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이 작품이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나 [배트맨] 시리즈만큼 유명한 작품이 아니기에 잘 보이지 않을 뿐이지, 두 작품을 둘러싼 논쟁보다 더 뜨거운 논쟁이 오간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극단적으로 나뉜 [트리 오브 라이프]에 대한 평가가 테렌스 말릭이 원한 바는 아닐까?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을 빼고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를 논할 수 있을까? 연출자로서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은 그이기에, ‘우울 삼부작’으로 대변되는 라스 폰 트리에의 대표작을 모두 여기서 논할 수 있을 정도다. [님포매니악] 시리즈, 특히 [님포매니악 볼륨 2]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우울 삼부작의 첫 작품 [안티크라이스트]도 마찬가지인데, 시종일관 불편함을 선사하는 그의 서사는 대중뿐만 아니라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멜랑콜리아]는 ‘우울 삼부작’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지만, 그만큼 이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들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대부분 그의 연출 성향에서 비롯된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가식적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허세 가득한 기법으로 표현하면서 지나치게 자기애가 강하고 난해한 영화를 만든다고 불평한다. 영화 속 대사가 끔찍하게 형편없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반면 라스 폰 트리에의 열성적인 팬들은 그의 작품들이 인간의 감정을 깊이 탐구한다고 옹호하면서, [멜랑콜리아]를 비롯한 작품들이 가진 과장됨이 매력적이라고 표현한다.

 

[멜랑콜리아]에 상반된 평가를 내리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부분은 커스틴 던스트의 엄청난 퍼포먼스, 그리고 우울함이 바탕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 성향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아름다운 영상미다. 그러나 이 부분을 제외하면, [멜랑콜리아]를 세기의 명작으로 추앙하는 이들과 허세로 가득 찬 작품이라며 아웅다웅하는 이들의 모습만이 눈에 보일 것이다.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프로메테우스]는 영화를 향한 엇갈린 평가 때문에 대중이 이 영화를 얼마나 기대했는지조차 잊게 만들었다. 속편 [에이리언: 커버넌트]에 대한 기대감마저도 낮추는 꼴이 되었으니, [에이리언] 시리즈의 팬들이 [프로메테우스]에 얼마나 실망했을지는 안봐도 비디오다.

 

비판론자들이 꼽는 [프로메테우스]의 가장 큰 실수는 영화가 ‘인간의 기원’을 깊이 탐구할 것이라 기대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막상 결과물을 놓고 보니, 관객들이 기대했던 철학적 탐구는 물론이고, [에이리언]의 상징과도 같은 끔찍한 외형의 외계 생명체들 마저도 원작에 못 미친다는게 이들의 입장이다. 반대로 [프로메테우스]에 푹 빠진 팬들은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성이 영화의 매력이며, 오리지널 [에이리언] 시리즈 역시 전작의 설정을 파괴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주장한다. 떡밥 회수,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광기어린 안드로이드 ‘데이빗’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갈렸다.

 

[프로메테우스]부터 [에이리언: 커버넌트]로 이어진 [에이리언] 프리퀄 시리즈는 ‘영화 역사상 가장 안타깝게 날린 기회’라 평가를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메테우스]와는 달리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오리지널 시리즈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원작 팬들의 마음을 조금은 돌려놨을지 몰라도 [프로메테우스]만의 난해함에 매료되었던 팬들이 등을 돌리면서 두 편 모두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퍼시픽 림 (Pacific Rim) (2013)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어릴 적 장난감 좀 가지고 놀아본 사람이라면 건물 크기의 로봇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영화는 설렘 그 자체다. 보기만 해도 가슴 뛰는 로봇 영화에 덕후로 소문난 감독이 더해지면 어떨까?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퍼시픽 림]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퍼시픽 림]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고 말았다. 한 평론가는 [퍼시픽 림]을 “역사상 가장 멍청하지만 멋있는 영화, 혹은 역사상 가장 멋있고 멍청한 영화”라고 표현하면서 갈라선 팬들의 입장을 모두 대변해주기도 했다.

 

[퍼시픽 림]은 [악마의 등뼈],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헬보이] 시리즈를 통해 자신만의 어두운 분위기와 특 색있는 괴수 이미지를 구축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이다. [퍼시픽 림]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이들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열 배에 달하는 로봇들이 선사하는 묵직한 액션과 감독의 전작들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델 토로식의 어두운 분위기가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반면 나머지는 개연성 없는 전개와 뻔한 여성 캐릭터를 꼽으며 이 영화의 약점으로 꼽으며 [퍼시픽 림]이 “짜깁기의 결과물”이라고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영화의 팬들마저도 이는 부정하지 않았다. 거기에 예찬론자들이 높게 평가하는 액션 시퀀스가 너무 느릴뿐더러, 어두운 밤바다 한가운데서 벌어지기 때문에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올해 개봉한 속편 [퍼시픽 림: 업라이징]은 델 토로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음에도 그의 색깔이 옅어지면서 대중화에 힘썼다. 그러나 한결 가벼워진 분위기와 로봇들을 본 관객들이 “[업라이징]이나 [트랜스포머]나 그게 그거 같다”라고 평가하고 있으니, 오히려 팬들 사이의 내분이 있더라도 전작의 느낌을 가져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더! (Mother!) (2017)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가 차용한 난해한 성경 이야기를 좋아하는 관객들도 있지만, 반대로 이에 엄청난 거부반응을 보이는 관객들도 있다. 그리고 이는 [마더!]에 대한 평가를 가르는 요인 중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가 대자연에 저지른 악행을 묘사한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방식은 많은 이들에게 난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시선이다. [마더!]를 보는 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메타포들은 영화를 보고 난 뒤 비로소 그 진가를 알아차리게 되지만, 플롯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 영화는 몇몇 관객들에게 난해함 그 자체일 것이다.

 

[마더!]를 순수한 공포 영화로 홍보한 마케팅 전략은 관객들의 혼란을 심화시키고 말았는데, F라는 처참한 시네마 스코어를 받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반면, 또 다른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관객 평점은 50 대 50으로 갈린다. 인간 창조와 멸망에 대한 아로노프스키의 해석은 영화를 평가한 사람들 중 절반에게 칭송받은 동시에 나머지 절반에게 혼란을 심어주고 혹평을 받은 셈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마더!]를 비롯해 [천년을 흐르는 사랑], [노아] 등 양분된 평가를 받는 작품과 [더 레슬러]나 [블랙 스완]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극찬하는 작품을 가리지 않고 연출하면서, 감독 본인도 대중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