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진짜 스턴트였던 아찔한 영화 속 장면들

영화 감독이 배우를 대신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어려운 스턴트를 해결하는 일이 빈번한 시대다. 기술 발전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크나큰 이점도 있지만, 아날로그 스턴트 액션의 맛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아쉬운 현상이기도 하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에 피로감을 느낀 관객들이 원초적인 액션을 선사하는 [미션 임파서블]이나 [존 윅] 시리즈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도 어쩌면 이 이유 때문일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 같지만 놀랍게도 실제 스턴트로 촬영되었던 놀라운 장면들을 살펴보자.

 

 

터미네이터 2 (1991) – 고가 도로 아래를 지나가는 헬리콥터

이미지: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임스 카메론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세계 최고의 ‘특수효과 전문가’다. 그러나 그는 사실감 넘치는 장면 연출이나 스턴트에도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타이타닉] 촬영 당시, 240미터에 달하는 타이타닉 모형과 2,250L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수조를 제작해서 리얼한 난파 장면을 촬영한 것은 익히 유명한 사실이다. 그의 ‘스턴트 사랑’은 [터미네이터 2]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완벽한 장면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놓았을 정도였다.

 

[터미네이터 2]에서 T-1000(로버트 패트릭)이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를 뒤쫓는 헬리콥터 추격 장면(고가 도로 아래를 지나가는 장면)은 놀랍게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로 촬영된 장면이다. 추격전의 일부는 크레인에 가짜 헬리콥터를 달아서 촬영했지만, 가장 위험천만했던 이 장면은 실제 헬리콥터로 LA 고속도로 위를 질주한 것이다. 헬리콥터를 몰았던 스턴트맨 척 탬부로는 고가 도로를 통과해보면서 1미터 내외의 여유공간이 있음을 확인했고,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제임스 카메론은 스태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이 장면을 찍었고, 그 결과 영화 역사상 가장 위험한 공중 스턴트로 꼽히는 명장면이 탄생하게 되었다.

 

 

스피드 (1994) – 산드라 블록의 버스 점프

 

[스피드]의 명장면은 산드라 블록과 키아누 리브스의 버스 점프 장면이다. 극중 두 사람은 시속 80km 이하로 떨어지면 폭발하는 버스를 운전해 LA 시내를 혼돈에 빠뜨렸는데, 공교롭게도 그들 앞에 보이는 것은 미완성된 33미터 높이의 미완성된 고가 도로였다. 승객을 가득 태우고 있던 버스는 애니(산드라 블록)의 운전 실력에 천운이 더해지면서 무사히(?) 건너편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이 장면은 얀 드봉 감독과 스턴트 책임자 게리 하임스의 손으로 실제 촬영되었다. 비록 고가 도로 사이의 넓은 틈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것이지만, 스턴트맨 조프리 브라운은 시속 90km의 속도로 버스를 운전해 LA 고가도로에 설치된 램프의 도움으로 약 0.5초 동안 하늘을 날았다. 버스는 33m 상공에서 몇 초간 머무른 뒤 착지했고, 그 충격으로 버스는 완파되었지만 다행히 조프리 브라운은 특수한 안전장치 덕에 부상 없이 버스에서 나왔다고 한다.

 

 

미션 임파서블 2 (2000) – 톰 크루즈와 더그레이 스콧의 나이프 결투

 

톰 크루즈는 ‘스턴트’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할리우드 스타다. 그만큼 그는 독보적인 스턴트 액션을 직접 선보였고, 업계에서는 톰 크루즈를 성룡에 버금가는 스턴트 배우로 평가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버즈 칼리파 장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비행기 장면을 비롯해 수많은 아찔한 시퀀스가 머릿속을 훑고 지나가겠지만,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2]에서 스케일은 작지만 목숨이 위험했던 스턴트를 선보인 바 있다.

 

오우삼 감독이 연출한 [미션 임파서블 2]는 시리즈 중에서 가장 혹평을 받는 작품이지만, 흥행 측면에서는 가장 성공한 영화다. 오우삼 특유의 정교한 액션 시퀀스가 유일한 장점으로 꼽히는 이 작품의 결말부에서 톰 크루즈는 더그레이 스콧과 결투를 벌인다. 더그레이 스콧이 연기한 숀 앰브로즈는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에단 헌트의 눈을 향해 칼을 내리찍었고, 약 1cm를 남겨두고 에단은 가까스로 방어에 성공한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장면에 사용된 칼이 모형이 아닌 실제였다는 부분이다. 칼 손잡이 부분에 와이어를 달아 눈 앞에서 멈추도록 길이를 맞췄다고 하니, 톰 크루즈가 제아무리 많은 출연료를 받는다고 해도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본 얼티메이텀 (2007) – 창문을 뚫고 탈출하는 맷 데이먼

 

[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본 얼티메이텀]은 제이슨 본(맷 데이먼)이 기억을 되찾으면서 자신을 암살자로 만든 ‘블랙브라이어’를 뒤쫓는 내용을 그린다. 비록 평단의 평가는 좋지 못하지만, [본 얼티메이텀]은 시리즈에서 가장 멋진 액션 시퀀스를 탄생시킨 작품이다. 액션 시퀀스 자체도 놀라웠지만, 이 장면 직전에 제이슨 본이 건물 사이를 뛰어서 창문을 뚫는 장면을 찍기 위해 어떤 노력이 더해졌는지 알게 된다면 더욱 놀랄 것이다.

 

우선 건물 사이를 점프하는 시퀀스는 CG가 가미되지 않은 순수 스턴트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모로코 탕헤르에서 적당한 위치를 찾은 이후, 스턴트맨에게 건너편 건물의 가짜 창문을 향해 뛰라고 지시했다. 언뜻 간결해 보이는 이 장면에는 사실 두 명의 스턴트맨이 동원되었다. 실제로 건물 사이를 뛴 스턴트맨과 그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뒤이어 뛰었다. 물론 두 번째 스턴트맨에게는 와이어를 달아서 두 사람이 뒤섞여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했는데, 와이어 장치가 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장면과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를 완성시키기 위해 대략 2주가 걸렸다고 하는데, 그 결과가 액션 영화 사상 가장 인상적인 시퀀스의 탄생이라면 제작진은 충분히 노력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007 스카이폴 (2012) – 옥상 위 오토바이 추격전

이미지: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코리아(주)

 

[007] 시리즈는 놀라운 스턴트로 가득 찬 첩보 시리즈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낙하산 장면부터 [007 카지노 로얄]의 파쿠르 액션 시퀀스까지,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스턴트가 시리즈에 등장했는데 아마 가장 인상적인 스턴트는 이스탄불에서 촬영된 [007 스카이폴]의 옥상 오토바이 추격전이 아닐까 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했으면 한결 수월 했겠지만, 샘 멘데스 감독과 스턴트 책임지 게리 포웰은 이를 실제로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스턴트 배우들은 해당 장면을 위해 군사 훈련기지로 사용되었던 장소에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을 때, 이스탄불로 날아가 옥상 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스턴트 대역 로비 메디슨은 “옥상에는 오래된 에어컨 환풍기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주변에는 날카로운 쇠로 이루어진 구조물이 많았다.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기에 헬멧 착용이 필수였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는 헬멧을 쓰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 그리고 한 번의 실수로 몸을 관통당하는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 다행히 그는 온전한 상태로 귀국했지만, 이스탄불은 그와 상황이 달랐다. 오토바이 추격전 촬영 도중 한 스턴트맨이 미끄러지면서 귀금속 가게에 그대로 돌진했고, 330년 된 크리스털 창문을 통째로 깨버렸다고 한다.

 

 

아이언맨 3 (2013) – 에어포스 원에서의 스카이 다이빙 탈출

 

알고 보면 [아이언맨 3]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 중 하나를 남긴 작품이다. 흔히 ‘원숭이 배럴(Barrel of Monkeys)’라 불리는 이 장면은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에어 포스 원에서 뛰어내리고 공중에서 수직 낙하하는 승객들을 일렬로 정렬한 이후, 안전하게 바다에 빠질 수 있도록 돕는 장면이다.

 

본래 마블 스튜디오 임원진들은 이 장면을 통째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찍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영화에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레드불 스턴트 팀을 고용해 촬영했다고 한다. 이들은 8일에 걸쳐 총 600번의 스카이 다이빙을 감행했고, 이 노력이 모여서 멋진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장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이 어느 정도 사용되기는 했다. 실제 아이언맨 슈트는 영화에서처럼 기능하지 못하고, 마블 스튜디오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 포스 원을 대여할 수는 없으니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신했다. 또한 스턴트 팀이 착용하고 있던 낙하산 장비를 지우고, 촬영 로케이션이 플로리다가 아닌 노스 캐롤라이나라서 지형지물을 수정하는 데에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 (2015) – 빈 디젤과 멤버들의 비행기 탈출 장면

 

보기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 속 스턴트들도 대다수가 실제로 촬영된 장면들이다. 믿기지는 않겠지만 [분노의 질주: 더 세븐]에서 도미닉(빈 디젤)과 일행이 차에 탄 채 C-130 수송기에서 떨어지는 장면도 포함이다. 이런 멋진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턴트 배우 잭 길과 스피로 라자토스는 수개월 동안 3,600미터 상공에서 차를 안전하게 착지시키는 법을 연구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촬영 당일 직전까지 비행기에서 차를 낙하시키며 실험을 거듭했다. 그리고 당일에는 네 대의 승용차에 낙하산을 달아서 한 번에 두 대씩 공중에서 떨어뜨렸다. 차량마다 세 개의 카메라가 비치되어있었지만, [분노의 질주]다운 영상을 위해 헬멧 카메라를 쓴 스카이 다이버들이 차와 함께 뛰어내렸다. 이들은 자유 낙하 도중에 차량 파편을 조심하는 동시에, 2톤짜리 미사일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닌 차들에 지나치게 가까이 붙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배우들이 낙하하는 차량에 탑승한 것은 아니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도 된다.

 

 

베이비 드라이버 (2017) – 안셀 엘고트의 180도 회전 추격전

 

에드가 라이트가 연출한 [베이비 드라이버]는 [히트], [드라이버], [사랑은 비를 타고]를 절묘하게 뒤섞은 작품이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스턴트 책임자 대린 프레스콧은 “모든 것을 카메라 촬영으로 해결하려 노력했다. 99%의 스턴트는 실제다”라며 신명 나는 하이스트 무비인 이 작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스턴트가 실제로 촬영된 것임을 강조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추격전 도중 180도 회전 시퀀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안셀 엘고트는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운전과 스턴트의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으나 이 장면만큼은 전문 스턴트 배우 제레미 프라이가 대신했다. 여섯 차례의 리허설을 끝마치고, 프라이와 제작진은 실제 골목으로 들어가 촬영에 임했다. 제레미 프라이는 시속 90km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다가 차를 회전시키는 동시에, 경로에 있는 모든 장애물을 피하는 놀라운 운전 실력을 선보였다. 이 위험천만한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으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했지만, 그 장면이 영화에 사용되었다면 스턴트 배우들이 목숨을 걸고 불어넣은 생동감 넘치는 장면과 비교했을 때 아무런 감흥도 없었을 것 같다.

 

 

쥬만지: 새로운 세계 (2017) – 오토바이 점프

이미지: 소니 픽쳐스

 

[쥬만지: 새로운 세계]는 지난해 깜짝 히트를 치면서 부진을 거듭하던 소니 픽쳐스에 희망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사용된 작품의 특성상 대다수의 관객과 평론가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가 전부 그래픽의 도움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가장 화끈한 액션 시퀀스였던 오토바이 묘기는 실제 스턴트 배우가 촬영한 장면이다.

 

스턴트는 세트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규모는 영화상의 그것보다 작았고, 드웨인 존슨의 스턴트 대역은 와이어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턴트를 총괄하는 제 2 제작진 감독 잭 길이 추후 블루레이 DVD 영상에서 설명했듯이 드웨인 존슨을 대신한 스턴트 배우는 오토바이를 몰아서 실제로 석상 끝에서 점프를 하고,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도는 고난도 스턴트를 한 번에 성공시켰다고 한다. 컴퓨터 그래픽이 다수 사용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실제 스턴트를 선보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