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골라담기] 세월의 힘을 이겨낸 감동 ‘스타 이즈 본’

“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 주 개봉작”

 

세상은 넓고 볼 영화는 많다. 매주 새로운 영화들이 물밀듯이 극장가를 찾아오지만 모든 개봉작들을 보기에는 시간도 없고 지갑 사정도 여의치 않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간과 여유가 있어도 보고 싶은 영화가 근처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참사를 겪으면서 VOD 출시만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씨네필 혹은 특정 장르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이번 주 개봉작들을 소개한다.

 

1.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에디터 겨울달: 스타의 꿈을 품은 무명 가수 앨리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본 톱스타 잭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앨리는 잭의 도움으로 스타덤에 오르지만, 술과 마약, 건강 문제 때문에 잭의 커리어는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1937년 영화의 3번째(비공식 포함 4번째) 리메이크로, 세월의 힘을 이겨낸 이야기는 2010년대 음악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영화로 탄생했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고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두 사람의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음악 산업 속 아티스트의 흥망성쇠와 중독에 대해 처절할 만큼 솔직하게 그린다. 잭과 앨리 두 사람의 친밀하고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드는 브래들리 쿠퍼의 연출, 레이디 가가의 다시 태어난 듯한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충분하다.

 

 

2. 미쓰백 (Miss Baek)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에디터 띵양: 한지민의 파격 변신을 예고한 영화. [미쓰백]은 과거 학대를 당했던 기억이 상처로 남은 백상아와 그녀와 비슷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지은의 이야기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다룬 작품이니만큼 영화의 톤은 무겁고 치가 떨릴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러나 과하지 않다. [미쓰백]은 최근 유행처럼 사용되는 자극적인 폭행 장면이나 개연성 없는 전개, 억지로 감정을 과잉시키는 신파를 지양하면서 온전히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 상아와 지은의 결속이 모성애가 아닌,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동질감과 우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에 관객은 여태껏 경험할 수 없었던 투박하지만 강렬한 여운을 가슴에 품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파격 변신’이라는 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이제까지 볼 수 없던 한지민의 거칠고 ‘날 것’ 같은 모습임에는 틀림없지만, 백상아도 결국 ‘선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언젠간 진짜 악역을 맡아서 연기하는 한지민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3. 킨: 더 비기닝 (Kin)

이미지: 판씨네마(주)

 

에디터 Amy: 버려진 건물에서 고철을 훔치며 사는 소년 일라이가 어느 날 우연히 다른 차원의 무기인 슈퍼건을 줍는다. 어느 날, 감옥에서 출소한 형 지미가 테일러 일당에게 휘말리면서 일라이는 영문도 모른 채 쫓기게 되는데, 슈퍼건을 찾는 미지의 일행도 그를 쫓기 시작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새로운 SF 장르의 시작을 알리는 이 영화는 마지막 10분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중간에 잠깐씩 등장하는 미지의 일행의 기술력이 흩어져가는 시선을 붙잡다가, 영화가 끝날 때쯤에 되어서야 비로소 흥미를 유발한다. 새로운 SF 비주얼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후속편을 위해 굳이 봐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4. 에브리데이 (Every Day)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주)

 

에디터 겨울달: 평범한 소녀가 매일 몸이 바뀌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하이틴 판타지 로맨스. 매일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A는 자신을 남자친구로 착각한 리애넌과 사랑에 빠진다. 소설 원작이지만 전체 콘셉트는 한국영화 [뷰티 인사이드]와 많이 닮아 있어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는데, 이미 존재하는 누군가의 삶에 하루 동안 들어간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리애넌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도, 오늘은 누가 됐는지도 모른 채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선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클레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래저래 레퍼런스가 많이 떠오를 만큼 독창적이진 않지만, 잘 알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약간 유치하고 기시감이 있어도 상큼하고 풋풋한 로맨스를 원하는 분들께 더없이 좋을 작품.

 

 

5.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Ex Libris: New York Public Library)

이미지: 영화사 진진

 

에디터 Jacinta: ‘다큐멘터리 거장’으로 불리는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 이번에는 지성이 살아 숨 쉬는 뉴욕의 심장 ‘뉴욕 공립도서관’으로 향했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책을 읽고 학문을 탐구하는 일반적인 도서관의 개념을 넘어 보다 확장된 시선에서 현대 사회에서 차지하는 공공 도서관의 의미와 역할을 살핀다. 친절한 내레이션이나 인터뷰와 같은 스토리텔링 대신 공립도서관 본관과 뉴욕시 곳곳에 있는 분관을 이용하는 사람들부터 그곳에서 일하고 토론하고 강연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며 도서관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고민하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123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뉴욕 공립도서관의 현재를 통해 좁게는 도서관의 사회적 기능부터 넓게는 공공기관의 미래를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6. 노크: 초대받지 않은 손님 (The Strangers: Prey at Night)

이미지: (주)삼백상회

 

에디터 띵양: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실패했다. [노크: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난 ‘묻지 마 살인’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이다. 외딴 캠핑장을 찾은 가족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마들에게 쫓기는 이야기로, 언뜻 보기에는 슬래셔 영화의 기본적인 요소를 얼추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슬래셔 팬들과 일반 관객들을 모두 사로잡기에는 다소 맹숭맹숭한 감이 있다.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고어함이 없으니 장르 마니아들에 어필하지 못하고, 또 그렇다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공포나 긴장감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평범한 호러나 스릴러 영화를 기대하고 간 관객에게도 아주 만족스러운 작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을만한 팝콘 영화, 혹은 [할로윈]을 기다리면서 예열할 목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감을 안고 나올지도 모른다.

 

 

7. 데스 위시 (Death Wish)

이미지: (주)더쿱

 

에디터 Jacinta: 고어 영화로 유명한 일라이 로스 감독과 액션 스타 브루스 윌리스의 만남. 작품을 보기 전, 그 자체만으로 솔깃한 호기심을 부른다. 다만 아쉽게도 만족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데스 위시]는 강도 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남자가 이중생활을 시작하며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놉시스를 보면 통쾌한 액션극이 떠오를 법도 하지만, 영화는 미국 내 민감한 총기 문제에 어정쩡하게 접근하며 속 시원한 화력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평범한 외과의사가 자경단이 되기까지, 안티 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지만, 지지부진한 전개는 오히려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키고, 총기 문제도 질문을 던지기보다 혼란만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고어 전문가와 만난 브루스 윌리스의 액션 영화를 기대했다면 의외로 밋밋한 영화에 실망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