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거나 나쁘거나, 역사 고증으로 회자되는 작품

역사물의 매력은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의 과거를 두 눈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매력을 극대화하려면 당시 시대상을 현실적으로 그려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고증’이다. “고증에 충실하면 반은 성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사물을 즐겨보는 이들에게 고증은 작품을 평가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훌륭한 고증은 작품의 약점을 만회하고, 부족한 고증이 작품의 장점을 잡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역사 영화와 드라마가 ‘역사 덕후’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곤 한다. 철저한, 혹은 너무나도 빈약한 고증으로 화제가 된 작품들을 소개한다.

 

 

“고증이 중요하지!” 철저한 고증으로 호평받은 작품

1. 바이킹스 (Vikings) (2013 – )

이미지: 히스토리 채널

 

최근 공개된 역사물 중 [바이킹스]만큼 대중을 만족시킨 작품은 몇 안된다. 지난 2013년부터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된 이 작품은 8-9세기 사이에 스웨덴과 덴마크를 다스린 전설적인 바이킹 왕 ‘라그나르 로드브로크’의 활약상을 담은 드라마다. [바이킹스]는 [왕좌의 게임]에 비견될 정도로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고증에 재미까지 챙겼기 때문이다.

 

[바이킹스]의 전투, 문명 고증은 역사물을 사랑하는 ‘덕후’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뛰어나다. 북유럽 신화를 믿었던 당시 바이킹들이 전투에 임하는 자세나 전술(ex: 방패벽), 선혈이 낭자한 잔혹한 전투, 그리고 버서커(광전사)의 묘사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재현했다고 평가받는다. 뿐만 아니라 바이킹들의 생활사까지 철저하게 기록을 토대로 고증해 “히스토리 채널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역사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드라마의 재미’는 전설 속 인물과 실존인물을 영리하게 엮어가면서 스토리와 상상력으로 채웠기 때문에 지루할 틈조차 없다는 게 팬들의 의견이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전투의 스케일까지 방대해지면서 보는 재미가 한층 더해졌으니, 광기의 전쟁으로 가득 찼던 유럽 역사의 일부분을 두 눈으로 보고 싶은 이들에게 [바이킹스]는 더없이 좋은 ‘역사 드라마’가 될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에 시즌 4까지 공개된 [바이킹스]의 시즌 5 파트 2는 국내에 정식 론칭한 히스토리 채널을 통해 11월 29일부터 전 세계 동시 방영된다.

 

 

2. 킹덤 오브 헤븐 (Kingdom of Heaven) (2005)

이미지: 이십세기폭스필름코퍼레이션

 

‘고증’하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영화, 바로 [킹덤 오브 헤븐]이다. 실존인물 ‘발리앙 이벨린’이 십자군 전쟁에 참여해 이슬람 지도자 ‘살라딘’으로부터 예루살렘을 지켜낸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글래디에이터]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리들리 스콧이 연출했다. 역사 액션 판타지라 불릴 정도로 고증을 무시했던 [글래디에이터]와는 [킹덤 오브 헤븐]은 ‘할리우드 역사상 중세문화 고증을 가장 완벽에 가깝게 실현한 영화’라고 평가받는다. 무기나 방어구 같은 장비는 물론, 검술 용어나 식습관 등 사소한 문화 요소도 놓치지 않으면서 자칫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부분까지 고증해내면서 역사&고증 ‘덕후’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지금도 이만큼 훌륭하게 고증을 이룬 작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증이 뭐가 중요해!” 엄청난 고증 오류로 비난받은 작품

1. 300 (2007)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잭 스나이더의 [300]은 액션 장르의 새로운 획을 그은 작품이다. 기원전 480년에 벌어진 그리스와 페르시아 사이에서 벌어진 테르모필레 전투를 그린 영화는 원작 그래픽 노블의 액션 시퀀스를 애니메이션 기법을 적극 활용하면서 당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6,500만 달러 제작비의 7배 이상을 벌어들였을 정도로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300]은 ‘역사 덕후’들이 뒷목을 잡게 만들 정도로 고증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대표적으로는 병사들의 복장을 꼽을 수 있다. 극중 스파르타 군은 맨 몸에 망토와 투구만을 착용한 채 전투에 임하고, 페르시아인들은 가면을 쓰고 갑옷을 입은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 기록을 보면 당시 그리스의 철강 활용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오히려 페르시아 군보다 중무장을 하고 전투에 임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페르시아인들의 피부색이나 악마 같은 형상, 이들의 지도자 크세르크세스 1세를 묘사한 방식은 고증 오류를 넘어선 역사 왜곡, 혹은 폄하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물론 원작자 프랭크 밀러나 잭 스나이더가 “역사적 고증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기에 [300]을 ‘역사 영화’라고 칭하기는 어렵지만, 왜곡에 가까운 묘사는 자제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2. 브레이브하트 (Braveheart) (1995)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멜 깁슨이 연출한 [브레이브하트]는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해 몸 바친 ‘윌리엄 월레스’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를 모르는 사람도 “자유!(Freedom!)”을 외치는 멜 깁슨의 모습은 한 번쯤 봤을 정도로 유명한 이 영화는 제6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다섯 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수준급의 ‘전쟁 영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수많은 고증 오류로 역사 장르 팬들 사이에서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다.

 

극중 스코틀랜드인들이 300년 이후에나 대중적으로 입기 시작한 킬트를 착용한 것은 애교다. 윌리엄 월레스가 영화에서는 서민으로 등장하나 실제로는 귀족이었으며, 프랑스의 ‘이사벨라(소피 마르소)’가 그를 도운 연인이었다는 설정 역시 영화적 각색이라 포장할 수 있다. 문제는 윌리엄 월레스를 지나치게 영웅화한 나머지, 실제 그를 도왔던 인물들의 공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모레이 백작’은 윌리엄 월레스와 함께 스털링 전투에서 싸우고, 또 스코틀랜드 독립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러나 극중에서 그를 배신자로 만든 것으로 모자라 윌리엄 월레스에게 처단당하는 것으로 묘사한 점은 역사 왜곡일 뿐 아니라 후손들에 대한 예를 갖추지 않은 행동이기에 [브레이브하트]의 치명적인 결점으로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