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뷰]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성장의 여정, 그린 북

“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그린 북 (Green Book):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성장의 여정”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에디터 띵양: 소외된 이들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로드무비. [그린 북]은 1960년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이탈리아계 백인 운전기사 토니 발레롱가가 인종차별이 만연한 미국 남부로 투어 공연을 떠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살아온 삶이 다르지만 ‘소외되었다’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이 떠나는 여정은 험난하다. 쉴 새 없이 투닥거리고 부딪히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흐뭇한 미소와 잔잔한 감동을 불러온다. ‘인종차별’과 ‘편견’, 그리고 ‘무지’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만큼 가슴 한쪽이 묵직해지는 장면도 있다. 그러나 [그린 북]이 두 사람의 우정과 성장, 변화에 초점을 두었기에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밝고 유쾌한 편이다. 교훈과 영화적 재미의 밸런스가 잘 갖춰진 느낌이랄까? 영화가 이런 톤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마허샬라 알리와 비고 모텐슨의 노련한 연기, 피터 패럴리 감독의 섬세하고 성숙한 시선 덕이라고 생각한다.

 

 

 

말모이: “또 다른 독립운동을 만나다.”

이미지: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에디터 겨울달: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을 바탕으로 우리말을 지키려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무래도 항일 무장투쟁에 비해 스펙터클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잘 접하지 못했던 소재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전을 완성하기 위한 우여곡절을 흥미진진하고 인상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간다. 캐릭터나 이야기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하면서도 단단하게 구축돼 있고, 관객의 눈물을 유도하는 것도 정도가 지나치지 않고 이유는 충분히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영화가 착하다. 그 시절 완전히 침체된 독립운동을 이어가고 민족의 얼을 지키려던 사람들의 열망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보고 나면 마음 한 구석이 뭉근하게 뜨거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내안의 그놈 (Inside me): “뻔뻔하고 능청스럽게 웃기는 영화”

이미지: (주)메리크리스마스

 

에디터 Jacinta: 몸은 그대로 영혼이 바뀐다는 친숙한 설정에 왕따 학생과 조폭을 대입했을 뿐인데, 의외로 재밌다. 상반된 캐릭터의 영혼 체인지에서 웃음을 끌어내고 소박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기본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유치한 상황도 능청스러운 웃음으로 밀어붙인다. 학원 코미디+막장 드라마+조폭 코미디가 넘치지 않게 매끄럽게 연결되어 부담 없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진지한 상황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라미란, 박성웅, 이준혁, 김광규의 능숙한 연기는 영화의 대부분을 이끌어가는 진영을 든든하게 지원한다. 몇몇 대목에서 아쉬운 점이 보이긴 하지만, 웃기겠다는 강박관념에 매달리지 않아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로 제격이다.

 

 

 

리지 (Lizzie): “조심스럽게 그려낸 잔혹한 욕망”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에디터 Jacinta: 현재까지도 대중문화의 솔깃한 소재가 되는 잔혹한 살인사건을 절제된 연출로 담담하게 재현한다. 영화는 사건 발생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든 가문의 심상치 않는 내력을 하나둘씩 끄집어낸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리지는 사사건건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충돌하고, 새 하녀로 들어온 브리짓은 성적으로 유린당하지만 섣불리 맞서지 못한다. 영화는 빛과 사운드로 인물의 상태를 암시한다. 억압하는 아버지와 방관하는 계모, 재산을 노리는 삼촌이 있는 공간은 어둡고 음침하지만, 리지와 브리짓이 있는 공간은 따사로운 빛이 부드럽게 스며든다. 한 번씩 불안하게 요동치는 사운드는 심리적인 위축을 부추긴다. 두 여성은 눈부시게 밝은 빛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지만, 사건을 촉발한 연대의 힘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짓눌린 광기와 욕망의 부조화가 빚어낸 사건의 잔혹함을 부각하며 모순된 감정을 불러온다. 리지에게 두렵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내비친 브리짓은, 이해하면서도 동조하기 힘든 관객의 마음을 대변하는듯하다.

 

 

 

빌리어네어 보이즈클럽 (Billionaire Boys Club):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

이미지: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에디터 Amy: 서로를 속고 속여 돈을 버는 사기꾼들의 이야기. [빌리어네어 보이즈클럽]은 실제 벌어졌던 다단계 금융사기를 모티브 삼은 작품이다. 인맥 담당 딘 카니와 언변의 재능을 가진 조 헌트가 재회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잣집 자식들에게 화려한 말솜씨로 투자를 끌어내려던 중에 급조된 거짓말 하나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거물 투자자 론 레빈까지 가세해 잔뜩 부풀려진 금융 사기는 사기꾼 위에 나는 사기꾼에 의해 속고 속이며,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기꾼들의 당연한 말로를 그린 이 영화에서, 안셀 엘고트와 태런 에저튼의 언변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고 사람들을 휘어잡아야 할 매력도 부족하다. 게다가 성범죄로 논란이 되었던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급 조연으로 영화 내내 등장한다. 민감한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사기꾼의 끝은 언제나 좋지 않다’는 교훈 외에는 이미 많이 봤던 이야기를 굳이 찾아봐야 할 만한 매력을 느끼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