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뷰] 바삭한 치킨 한 입에 탄산의 깔끔함까지 더한 ‘극한 직업’

“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극한직업: “바삭한 치킨 한 입에 탄산의 깔끔함까지 더했다”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띵양: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코미디. 포스터만 보고 ‘그저 그런 양산형 한국 코미디’라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작품은 최근까지 관객들의 웃음이 아닌 비웃음을 샀던 국내 코미디와는 다르다. [극한직업]은 작정하고 웃기려는 영화고 타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약자를 웃음거리로 만들지도 않고, 뻔하디 뻔한 몸개그나 억지웃음도 없다. 게다가 감독의 전작 [스물], [청년경찰]에서 나왔던 취향 타는/누군가는 불편할 수도 있는 부분도 없어 마음 편히 시원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코미디 영화라 할 수 있다. 배우들의 케미와 개그 티키타카, 이병헌 감독의 ‘말발’, 그리고 액션과 반전 등이 잘 어우러졌지만… 유머의 타율이 높은 대신 임팩트가 전체적으로 약한 것은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그러나 각자 취향이 있을지언정 결국 모든 사람이 치킨을 사랑하듯이, 이 영화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치느님’의 존재감이 몹시 큰 작품이니, 영화를 보기 전이나 본 후 꼭 치킨 한 마리 시키길!

 

 

 

행맨 (Hangman): “긴장감 0% 그들만의 리그”

이미지: (주)박수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Amy: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미스터리 스릴러. 형사 윌은 몸에 알파벳 모양으로 칼자국이 새겨지고 목이 매달려 죽은 피해자를 발견한다. 그 뒤를 쫓던 와중에 범인이 11시마다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마이며, 자신과 은퇴한 형사 레이를 지목했다는 것을 발견한다. 윌은 레이를 찾아가 함께 범인을 추적하고 살인을 막으려 한다. 범죄 스릴러지만 영화 속에서 관객이 예측할 수 있는 단서나 복선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으며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과거 회상과 함께 이야기가 진행되어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서사가 늘어져 지루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알 파치노의 연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영화 내내 조화가 되지 않아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결말에 가서 등장한 범인과 형사와의 관계도 이입하기 어렵고, 마치 후속작을 예고하는 듯한 마무리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촘촘하게 짜인 범죄 스릴러를 기대하고 갔다간 실망감만 안고 돌아올지도 모른다.

 

 

 

가버나움 (Capernaum): “수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치다”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주)

 

에디터 겨울달: 영화는 레바논 하층민 소년 ‘자인’을 통해 가난과 사회 시스템의 부재가 약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자인은 여동생이 팔리듯 결혼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지옥 같은 집을 뛰쳐나왔어도 스스로를 지키고 돈을 벌어야 했다. 다시 밑바닥까지 떨어진 소년은 사람을 칼로 찌르고 수감되는데,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아 나이도 생일도 모른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어른도 제대로 못 버틸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순수함과 영리함으로 위기를 헤쳐가는 자인을 온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전문 배우가 아닌 아이들의 연기는 영화에 사실성을 더한다. 영화를 보면서 슬픔, 분노, 찰나의 행복, 절망 등 많은 감정을 느꼈지만, 피부가 따끔거릴 만큼 나를 지배하는 건 죄책감이다. 영화를 보며 내 처지를 돌아보는 것 자체가 수용소에 악기를 들고 나타나 어쭙잖은 위로를 건네는 제1 세계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죄책감 말이다.

 

 

 

베스와 베라 (Ghostland): “불편하고 불편하고 불편한”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에디터 Jacinta: [베스와 베라]는 끔찍한 사건을 다르게 견뎌내는 두 자매의 이야기다. 베스는 자신의 고통을 소설로 담아내 성공했고, 베라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과거에 갇혀 있다. 영화는 환상적이고 섬뜩한 단편소설을 쓴 공포 소설가 H. P.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찬사로 문을 열고, 끔찍한 사건 이후 베스의 억압된 내면을 파고들며 편집증적인 혼란을 부추긴다. 숨 막히는 긴장과 답답함을 안기며 현실과 망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오간다. 관객과 베스 모두 헤어 나오기 힘든 미로 같은 감정에 다다른 순간 폭력적인 반전으로 충격에 빠뜨린다. 한적한 외곽에 위치한 고딕풍의 오래된 집은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한몫한다. 다만 반복해서 감행되는 무차별적인 구타와 변태 성욕은 역겹고 불쾌한 감정을 유발한다. 온전히 장르적 재미를 쫓기에는 감독 자신의 영화적 고집을 위해 고민 없이 폭력적인 장치를 기능적으로 사용한 게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실제 영화 촬영 중 감독의 과도한 요구로 배우 테일러 힉슨은 얼굴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대중적인 화법으로 풀어낸 영리한 스릴러로 보일 수 있어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쾌한 기분만 강하게 남을듯하다.

 

 

 

얼굴들 (Possible Faces): “묻는다. ‘영화란 무엇인가?'”

이미지: (주)시네마달

 

에디터 겨울달: [얼굴들]에서 처음 느낀 건 당혹스러움이다. “영화인가? 영화가 아닌가?”라는 질문이 뒤를 잇는다. 영화는 느슨한 관계로 엮인 4인의 삶을 의도와 관점 없이 바라본다. 지금 길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댔다고 해도 믿을 만큼 그들의 삶은 극적이지 않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같고, 오히려 명확한 서사가 있는 다큐보다는 움직이는 사진(motion picture)’에 가깝다. 에디터는 ‘이야기로서의 영화’에 익숙하기에 [얼굴들]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했다. 좀 더 극적인 단서를 찾아보거나 카메라가 비추지 않은 저들의 삶이 어땠을까 상상했다. 이런 역설적 행동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지점과 통한다. 평범한 삶이 ‘영화다운 순간’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은 너무나 인공적이다. [얼굴들]은 결국 “드라마틱한 순간을 찾으려다 평범하지만 빛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가”라는, 영화를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파이널리스트 (Imposed Piece): “클래식 선율보다 더 아름답고 뜨거운 열정”

이미지: (주)트리플픽쳐스

 

에디터 겨울달: 2015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종 결선에 오른 12인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린다. 음악에 대한 태도, 완벽함을 추구하는 도전의식, 큰 대회를 앞둔 부담감 등을 담았는데, 프로 연주자로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위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은 마치 구도하는 승려 같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모습에선 음악의 아름다움보다 참가자들이 느낄 카타르시스에 더 공감한다. ‘내 이름이 불리면 좋겠다’라는 기대와 희망은 가끔 중압감과 섞여 엉뚱한 모습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사건 자체가 드라마틱한 만큼 영화 자체는 오히려 기록물에 가깝지만,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아도 참가자들의 열정은 그대로 전해진다. 대회는 이미 몇 년 전 치러졌지만, 결과는 모르고 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