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뷰] 종교를 통해 인간을 이야기하는 매력 만점 스릴러, ‘사바하’

“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사바하 (Svaha: The Sixth Finger): “종교를 통해 인간을 이야기하는 매력 만점 스릴러”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겨울달: 신흥 종교, 구세주, 예언이라는 귀가 솔깃한 주제로 인간의 삶을 흔든 거짓과 비밀을 다룬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이 구마 의식 그 자체에 집중했다면 [사바하]는 신의 이름으로 사는 인간과 ‘구세주’의 허상을 추적한다. 불교와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세계관은 탄탄하고 이야기는 흥미롭다. 영화 전체에 음산한 분위기와 슬픔이 깃든 정서에 집중하다 보면, 세계관을 설명하면서 다소 루즈해지는 부분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보게 된다. 잘 구축된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어딘가 불량하고 껄렁한 박 목사는 한 번 나오는 게 아까울 만큼 노련한 내레이터이며, 이정재는 자기 옷을 입은 것처럼 캐릭터를 잘 소화한다. 박정민, 진선규, 이다윗 또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검은 사제들]에 박소담이 있다면, [사바하]엔 등장하는 순간마다 관객의 눈과 마음을 훔치는 이재인이 있다.

 

 

 

콜드 체이싱 (Cold Pursuit): “어리석은 신념이 만들어낸 무자비한 폭력의 악순환”

이미지: TCO(주)더콘텐츠온

 

에디터 Jacinta: [콜드 체이싱]은 박진감 넘치고 짜릿한 액션 영화의 기대를 배반한다. 복수 전문 배우 리암 니슨의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되갚으려는 넬슨 콕스맨의 냉혹한 복수심이 아니다. 범죄 세계와 거리가 먼 평범한 남자가 야기한 폭력의 악순환을 어둡고 날카로운 유머와 함께 거칠고 투박하게 그려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유머를 한 템포 낮춰 코엔 형제의 [파고]처럼 우스꽝스럽고 엇갈린 웃음을 만들어내는데 더 관심이 많다. 보기만 해도 압도되는 광활한 설원은 어리석고 무자비한 폭력이 만들어낸 풍경에 공허하고 씁쓸한 여운을 안긴다.

 

 

 

크리드 2 (Creed II):  “익숙한 이야기를 배우들의 매력으로 흥미롭게 그려내다”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에디터 Amy: 전설의 복서 록키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어받은 영화. 록키의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아폴로 크리드의 아들, 아도니스 크리드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개봉작 1편에서는 크리드가 록키를 찾아가 훈련을 받으며 복싱 선수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보여줬다면, 2편에서는 링 위에서 크리드의 아버지를 죽인 이반 드라고의 아들 빅터가 크리드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세계 챔피언의 자리를 노리는 이야기를 다룬다. 1편을 본다면 인물 간의 갈등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지만, 록키를 알고 있다면 굳이 보지 않아도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 서사 자체는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여느 스포츠 영화처럼 자만과 좌절, 대디 이슈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 다시 정상의 자리에 오른다는 이야기를 따른다. 내용은 뻔하지만 마이클 B. 조던과 테사 톰슨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살려낸다. 영상과 분위기에 들어맞는 사운드트랙도 영화에 매력을 더한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The Favourite): “유쾌하게 그려낸 세 여자의 질투와 욕망의 민낯”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에디터 띵양: 괜히 아카데미 최다 후보에 오른 것이 아니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18세기 영국 앤 여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 여성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다.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감독이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도 그의 장기는 여지없이 발휘되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작 [킬링 디어]나 [더 랍스터]와 같이 독특하고 참신한 ‘란티모스표’ 세계관을 택하는 대신에 실제 역사와 인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올리비아 콜먼, 엠마 스톤, 레이첼 와이즈의 퍼포먼스도 영화의 품격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으니, 이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 그동안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작품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선뜻 다가가기 힘들었다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통해 그의 매력에 빠져보길 추천한다.

 

 

 

살인마 잭의 집 (The House That Jack Built): “예상보다는 덜, 그래도 당신의 멘탈을 철저히 무너뜨릴”

이미지: (주)엣나인필름

 

에디터 띵양: 라스 폰 트리에가 돌아왔다. [살인마 잭의 집]은 12년 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연쇄살인마가 ‘지옥의 안내자’에게 자신이 저질렀던 다섯 가지 살인 사건들을 고백하는 이야기다. 매 작품마다 논란에 휩싸였던 라스 폰트리에답게 이번 작품도 만만치 않다. 잔인함은 둘째치고 살인을 예술이라 칭하는 궤변, 유아 살해나 신체/사체 훼손, 그리고 동물 학대 등 그동안 영화계에서 금기시되었던 것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비도덕성’이 굉장한 불편함을 불러일으킨다. 이 때문에 칸 영화제 시사 당시 많은 관객들이 뛰쳐나갔으니, 멘탈이 약한 사람은 관람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견딜 수 있는 관객, 그리고 라스 폰 트리에의 팬이라면 지금까지 나왔던 그 어떤 영화보다도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가까이서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과 연출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라 장담한다. 라스 폰 트리에만이 할 수 있는 상상과 조롱, 그리고 궤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