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뷰] 올해의 데뷔작 예감! ‘어른다움’을 묻다, ‘미성년’

“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1. 파이브 피트 (Five Feet Apart) – “이룰 수 없는 사랑에서 배우는 당연한 것의 소중함”

이미지: (주)누리픽쳐스

에디터 띵양: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 여기까지만 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느 YA 청춘 멜로와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파이브 피트]는 같은 환자끼리 일정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서로가 위험해지는 ‘낭포성 섬유증’의 특성을 이용해 이야기를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위협과 보통의 연인들이 하는 사소한 스킨십 조차도 제한당하는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음에도 보는 이로 하여금 둘을 응원할 수밖에 만드는 소재다. 여기에 헤일리 루 리차드슨과 콜 스프로즈의 투닥거리면서도 알콩달콩한 케미가 더해져 ‘익숙하지만 새로운’ 청춘 로맨스가 될 뻔했지만, 이 새로움은 영화가 절정에 다가가면서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억지스러운 전개 하나가 그 전까지 쌓았던 모든 매력과 장점을 흔들어버린 것이 참 아쉽지만 이는 개인적인 의견일 뿐, 평소 YA 청춘 로맨스를 즐겨보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2. 헬보이 (Hellboy) – “지옥의 광경을 선사하는 착한 악마”

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에디터 Amy: 비주얼은 빌런 끝판왕일 것 같지만, B.P.R.D의 요원으로서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헬보이가 사건을 해결하고 자신의 기원을 찾는 여정을 그린다. 만화 같은 요소들을 그대로 살려내어 실사로 구현해냈고, 특히 헬보이의 비주얼이 압권이다. 그간 숱한  미디어에서 많이 접했던 아서왕의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낸다. 긴 이야기를 빠르게 축약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자칫 한눈을 팔다간 장면이 훅 바뀌어 있을 것이다. 게다가 흥겨운 사운드트랙이 그 속도감을 더해준다. 중요한 요소인 액션씬은 마치 1인칭 액션 게임을 하는 듯하며 쾌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고어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잔인하니 이러한 장면을 못 보는 관객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소름 돋고 그로테스크한 장면도 여럿 등장한다. 에디터처럼 원작을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오락 영화지만, 원작 코믹스나 기예르모 델 토로 버전의 헬보이를 안다면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3. 공포의 묘지 (Pet Sematary) – “긴장감 쌓기에 충실한 정통 호러”

이미지: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에디터 겨울달: 스티븐 킹의 대표작을 스크린으로 옮긴 정통 공포 영화. 초반 배경 설명부터 분위기를 깔아놓고 캐릭터의 스토리와 감정으로 긴장감을 조금씩 쌓아가다가 마지막에 제대로 터뜨리는, 호러 공식에 매우 충실하다. 콩닥콩닥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이야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나중엔 고양이든 가족이든 전부 다 무섭게 보인다. 영화의 스토리만 보면 해야 할 이야기는 다 했지만, 이야기 전개에 바빠 각 캐릭터를 깊이 파고들진 못한다. 죽은 사람이 살아서 돌아온다는 영화 속 설정은 물론 흥미롭지만, 설정이 공포로 나아가는 건 결국 사랑하는 존재를 쉽게 보낼 수 없는 인간의 마음과 선택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니 캐릭터 각자에게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욕망과 두려움에 얽힌 사연이 궁금해졌다. 역시 책을 보는 게 답인 것일까.

 

 

4. 미성년 – “올해의 데뷔작 예감! ‘어른다움’을 묻다”

이미지: (주)쇼박스

에디터 Jacinta: [미성년]은 선입견을 깨부수는 영화다. 유명 배우의 연출 데뷔작에 대한 편견과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서 오는 피로감을 가볍게 뒤집는다. 오랜 연기생활에서 나온 노련함과 사려 깊은 배려가 만나 작은 캐릭터도 놓칠 수 없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신선하고 따스한 시선의 영화가 탄생했다. [미성년]은 부모의 불륜을 마주한 뒤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습하려는 주리와 윤아를 통해 쉽게 간과하고 놓치기 마련인 ‘어른다움’을 묻는다. 소박하게 보이는 이야기는 빈틈없는 전개와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세심하고 톡톡 튀는 대사를 만나 점차 비범하게 다가온다. 사건보다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 감독 김윤석의 다음 연출작은 벌써부터 기대되고, 스크린을 가득 채운 염정아-김소진-김혜준-박세진 네 여성 배우의 호흡은 찬란하게 빛나며 마지막까지 마음을 헤집는다.

 

 

 

5. 바이스 (Vice) – “내가 던진 한 표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다”

이미지: (주)콘텐츠판다

에디터 Jacinta: 이번엔 정치로 무대를 옮겼다. 주인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딕 체니. ‘악행’과 ‘부통령’,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한 제목부터 심상치 않더니 신랄하게 날을 세우고 딕 체니가 미국을 넘어 세계의 흐름을 뒤바꾼 나비효과를 차례로 까발린다. [빅 쇼트]를 흥미롭게 봤다면, 아담 맥케이만의 번뜩이는 리듬감으로 풀어낸 [바이스]도 그에 못지않게 신선하고 지적인 충격을 선사한다. 다만, 그 충격의 강도는 이전보다 덜하다. [바이스]는 아쉽게도 딕 체니라는 문제적 인물의 일대기와 정치풍자극 사이에서 애매하게 주춤거린다. 배우들의 열연과 만난 논쟁적인 정치비화는 흥미롭지만, 보다 목적지가 뚜렷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을 담은 [바이스]는 놓칠 수 없는 영화다.

 

 

 

6. 아이 엠 마더 (Peppermint) – “여성판 [테이큰]인데 관객의 마음은 가져가지 못했네”

이미지: (주)삼백상회

에디터 띵양: 마약조직원들에게 남편과 딸을 눈 앞에서 잃고, 사법 체계마저도 자신에게 등돌린 엄마의 하드코어 복수극.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제니퍼 가너와 [테이큰] 감독이 합심한 만큼 시종일관 터져나오는 액션은 시원시원하다. 악인을 서슴없이 벌하는 데서 나오는 카타르시스까지 확실하다. 그러나 제아무리 액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액션이라지만, 이를 뒷받침해주는 요소들이 상당히 빈약하다.평범한 여성이 5년 만에 인간병기가 되어가는 과정이나 수많은 화기를 구한 경로는 거의 언급조차되지 않고, 악당들은 수만 많을 뿐이지 다들 나사가 하나쯤 빠진 듯 우둔하게 행동하다가 주인공에게 당한다. [존 윅]처럼 말도 안되는 설정을 사용하는 뻔뻔함이라도 있었다면 차라리 좋았을 텐데,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제니퍼 가너의 처절한 고군분투가 영화까지 구하지는 못했다.

 

 

 

7. 필그리마지 (Pilgrimage) – “믿음을 뿌리부터 흔드는 목숨 건 여정”

이미지: 노바엔터테인먼트

에디터 겨울달: 아일랜드부터 로마까지 성물을 운반하는 여정을 떠난 자들의 이야기. 어린 수사, 벙어리 전사, 무자비한 기사와 탐욕스러운 신부를 통해 세속 권력과 종교 권력의 갈등에서 희생하고 방황하는 이들을 그린다. 아일랜드의 춥고 습한 날씨가 느껴질 만큼 색감이 어둡고, 긴장감 넘치는 모험을 다루면서 그 분위기는 엄숙하다. 사람을 죽이거나 고문하는 몇몇 장면은 눈을 질끈 감을 만큼 잔인하다. 중세 배경의 화려한 액션이나 주인공들의 ‘브로맨스’를 기대한다면, 예상과 많이 달라서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까끌한 느낌을 좋아하거나 인간의 믿음에 대한 본질을 파고드는 시도를 높이 산다면,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취향에 잘 맞을 것이다. 모든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대사 하나 없이도 존재감을 뽐낸 존 번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