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로 돌아온 제임스 건의 첫 심경고백

날짜: 5월 20, 2019 에디터: 영준

올해 3월, 제임스 건이 마블 스튜디오에 돌아왔다. 과거 SNS에 논란이 될만한 글들을 작성한 게 재발견되면서(이미 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지 9개월 만의 일이었다.

 

평소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제임스 건이지만, 해고와 이후 복귀가 결정되었을 때 “모두 내 잘못이다”와 “다시 기회를 준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발표한 것 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랬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최근 매체 데드라인(Deadline)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그의 심경과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알아보자.

 

이미지: Marvel Studios

 

Q. 앨런 혼에게 복귀 통보를 받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A. 당시 DC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논의를 앞두고 있었다. 앨런이 나에게 이야기를 하자고 연락했다. 할리우드가 냉정한 곳이기는 하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의 사무실에서 복귀 사실을 들었을 때 눈물이 났다.

 

 

Q. 앨런 혼이나 케빈 파이기가 당신을 대신할 후임자를 찾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고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이었는데, 본인이 탄생시킨 시리즈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A.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 그럴 것처럼 상황이 흘러갈 가능성도 있었다. 앨런과의 대화 내용이 ‘내가 복귀해도 되는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우리 얘기 좀 해”와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이혼했을 당시 전 부인과의 대화와 비슷했다. “서로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했으니, 앞으로도 최대한 잘 지내보자”라는 식이었다. 디즈니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씁쓸함이나 분노를 느끼고 싶지 않았다. 물론 복잡한 심정이었지만, 그저 좋게 헤어지고 싶었을 뿐이다.

 

이미지: Marvel Studios

 

Q.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해고에 대해서는 철저히 말을 아꼈다. 남을 탓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책망하는 모습이 복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도 보인다. 당시 어떤 심정이었는지?

 

A. 나는 남 탓을 하지 않는다. 나의 말하는 방식이나 그동안 했던 농담들, 농담의 대상이 된 이들, 그리고 의도치 않게 무례하게 굴었던 것에 대해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내가 했던 말 때문에 상처 받았던 이들이 많았던 것을 알고 있고, 또 여전히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디즈니는 나를 해고할 이유가 충분했다. ‘표현의 자유’라고 둘러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고, 따질 것도 아니었다.

 

해고 통보 첫날은 굉장히 힘들었다. 내 경력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는 할리우드에 입성한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부유해지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예술가로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내가 만든 캐릭터들과 교감하고, 세트를 만드는 것이 좋았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대중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누군가에 사랑받을 수 있는 요건(예술)이 사라지니, 내게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진심이 담긴 위로와 사랑을 받았다. 나의 여자친구를 비롯한 제작진과 에이전트들, 크리스 프랫은 깜짝 놀라 전화를 걸었고, 조 샐다나와 카렌 길런은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실베스터 스탤론과는 영상통화까지 했다. 당연히 데이브 바티스타의 무조건적인 지지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인 동시에 가장 좋은 날이었고, 이 시점을 계기로 인생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Q. 디즈니에서 해고되자마자 DC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합류했다. 다른 스튜디오들이 당신을 원한다는 소식이 본인이 가지고 있던 ‘복귀하기엔 이르다’라는 생각을 누그러트리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A. 염려는 해고 소식이 전해질 당시,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제이슨 블룸이 “지금 당장이라도 제임스 건을 고용하고 싶다”라고 말하면서 많이 해소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몰랐다. 많은 스튜디오들에서 고용 의사를 밝혔으나, 믿지 못했다.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기에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래, 아직 나에겐 미래가 있어”라고 생각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의지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이런 부분도 제법 도움이 되었는데, 그동안 ‘나의 커리어가 나를 가치 있게 만든다’라는 생각을 ‘아무것도 없는 나일지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나’를 ‘나’로 만들어줄 수 있는 요소, ‘재미’에 집중하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각본이 술술 쓰였다. [새벽의 저주] 이후 이렇게 즐겁게 각본을 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Q. [가.오.갤 3]에 복귀했으니 묻고 싶다. 어떤 인물이나 주제를 다루고 싶은가?

 

A. 로켓이다. 나르시스트 같겠지만, 로켓이 곧 나고 내가 로켓이기도 하다. 그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동시에, 아직 로켓의 이야기가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두 편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인피니티 워], 그리고 [엔드게임]까지 이어진 그만의 이야기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에서 매듭짓고 싶었다. 비록 나의 각본이 영화에 쓰인다고는 했지만, 내가 직접 이를 완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힘들었다.

 

 

Q.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사람으로서, 자신의 과거 행적이 공개되고 그로 인해 업계에서 방출될 수도 있는 현재 영화계의 모습이 어떤가?

 

A. 긍정적인 변화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교훈을 얻었다는 점이 나에겐 상당히 긍정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다. 인간은 실수로부터 배운다. 다른 사람이 배우고, 나아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스스로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