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청불’, 국내에선 ’15세 관람가’인 영화

영화를 보기 전, 선정성이나 폭력성 등을 가늠하는 방법으로는 ‘상영등급 확인’이 있다. 대체로 들어맞는 편이지만, 외화의 경우 문화적 차이나 영상물 등급제의 난해한 기준에 양국의 등급에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해당 등급에 등장해선 안 되는 장면이 나와서 관객을 놀라게 하거나, 보고 싶지만(?) 나오지 않아 실망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국내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아 안심하고 보던 관객을 화들짝 놀라게 한 R등급 할리우드 영화들을 소개한다.

(선정 기준: 북미 R등급 흥행 200위 내의 작품 위주)

 

 

1. 엑소시스트 (1973)

이미지: 동아흥행(주)

 

공포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 개봉한지 46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북미 R등급 흥행 톱텐에 자리하고 있는 고전 명작이다. 북미에서는 ‘F***'(71회)을 포함한 잦은 욕설 사용과 상영 당시 관객의 실신을 유발한 ‘계단씬’ 등 다수의 장면이 불편함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판정받았다. 당시 수출 버전에서는 몇몇 장면이 편집되어서 15세 관람가로 공개되었으며,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 10분 추가된 확장판으로 재개봉했다.

 

 

2. 라이언 일병 구하기 (1998)

이미지: 유아이피-씨아이씨영화및비디오배급(유) UIP Korea

 

할리우드 전쟁 영화의 판도를 뒤집은 작품. 개봉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라이언 일병 구하기]만큼 뛰어난 고증을 보인 작품이 몇 안될 정도다. 특히 초반 30분 동안 펼쳐지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현장감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평가받는데, 극중 총탄에 신체가 크게 훼손된 병사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니 고어한 장면을 보지 못하는 이라면 주의하길 바란다. 국내에서는 15세 관람가 등급으로 내리면서 몇몇 장면을 편집했다고 한다.

 

 

3. 에이리언: 커버넌트 (2017)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에이리언]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이자 [프로메테우스]에 이은 두 번째 프리퀄 영화.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국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프로메테우스]가 “왜 청불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과 반대로, “이게 어떻게 15세관람가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수위 높은 폭력성과 선정성을 보여주었다. 백 버스터가 숙주의 몸을 뚫고 나오는 장면이나 샤워장에서의 베드신이 대표적인데, 국내 개봉 당시 19대 대통령 선거일에 온 가족이 보러 갔다가 다 같이 멘탈이 붕괴되었다는 후기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4. 127시간 (2010)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산악인 아론 랠스톤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조난 생존극.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아님에도 [127시간]이 북미에서 R등급을 받은 이유는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팔 절단 장면 때문이다. 최초 시사 당시 약 4분간 이어지는 이 장면을 보던 관객 중에서 기절하거나 구토를 한 사람이 있을 정도이며, 눈을 가려도 사운드가 상당히 리얼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하니 유의하길 바란다.

 

 

5. 유전 (2018)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번역가가 작업하다 무서워서 ‘결계’를 치고 봤다는 영화. 관객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몇몇 평론가들은 “[엑소시스트] 이후 최고의 공포 영화”라고 극찬받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음산하고 불쾌한 분위기와 사운드로 긴장감과 공포감을 유발하는 작품인지라 화들짝 놀라는 점프 스케어는 거의 없지만, 결말부에 다다라서 등장하는 애니(토니 콜레트)의 ‘목 절단 장면’은 상상 이상으로 잔혹하게 묘사되어 북미에서 R등급을 받았다.

 

 

6.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2004)

이미지: (주)이수C&E

 

종교 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쓴 작품. 예수의 희생과 부활을 그린 작품으로, 개봉 당시 반 유태주의 논란에 휩싸였지만 여전히 북미 R등급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다. 예수의 십자가형을 성경 그대로, 다른 말로는 ‘두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묘사해 관객에게 충격을 선사했음에도 국내에서는 15세 판정을 받았다. 여담이지만 제작진과 출연진 중 다수가 영화 촬영이 끝날 때쯤 기독교로 개종했는데, 이 중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다 역의 루카 리오넬로도 포함되어있다.

 

 

7. 컨저링 (2013)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컨저링 유니버스의 시발점. 아쉽게도 최근 나온 작품들은 점프 스케어를 남발해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컨저링]은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굉장히 호평받은 작품이었다. 1970년대 페론 가족이 실제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특별히 잔인한 묘사는 없지만 북미에서는 영화를 보는 도중 관객의 건강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R등급을 주는 경우가 많기에 해당 등급을 받았다.

 

 

8. 킬러의 보디가드 (2017)

이미지: 조이앤시네마

 

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무엘 L. 잭슨의 찰진 욕설 퍼레이드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 많은 이들이 ‘데드풀과 닉 퓨리의 만남’이라며 배우 개그를 시전하기도 한다. 액션/코미디 영화답게 디테일하게 잔인한 묘사는 적은 편이나, 총기에 민감한 북미인만큼 총탄이 빗발치고 67명이 목숨을 잃는 작품이 R등급을 받지 않을 리 없다. [킬러의 보디가드]가 R등급을 받은 다른 이유는 욕설인데, 사무엘 L. 잭슨만 무려 122회의 욕설을 사용했다고. 러닝타임이 125분이니, 평균 1분당 한 번씩 구수한 입담을 자랑한 셈이다.

 

 

9. 플로리다 프로젝트 (2017)

이미지: 오드(AUD)

 

국내에서 힐링 영화로 홍보되었지만, 마음 편하게 힐링할 수 없는 씁쓸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히든 홈리스’라 불리는 미국 빈곤층의 삶을 아이의 시선으로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북미에서는 무겁고 사회적인 메시지, 마약과 욕설 사용, 성적 묘사 등으로 R등급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15세 관람가로 상영되었다. 작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나딘 라바키의 [가버나움]도 비슷한 이유로 북미에서 R등급을 받았다.

 

 

10. 그것 (2017)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3,500만 달러의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북미 R등급 공포 흥행 1위, 전 세계 공포 영화 흥행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선정적인 대사와 수위 높은 폭력이 몇 차례 등장하며, 아동과 동물을 향한 폭력 묘사를 금기시하는 할리우드임에도 불구하고 10살도 안된 어린아이가 페니와이즈에게 팔이 잘리고 목숨까지 잃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강한 충격을 선사했지만 금방 지나가는 장면이기에 국내에서는 15세 판정을 받은 듯하다.

 

 

11. 더 보이 (2019)

이미지: 소니 픽쳐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임스 건이 제작에 참여한 슈퍼히어로 공포 영화. [더 보이]는 슈퍼맨의 탄생 기원을 비틀어 ‘그가 영웅이 아니라 악당으로 태어났다면?’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영화의 신선한 콘셉트에 호기심이 생기고 “애가 무서워봤자 얼마나 무섭겠어”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함에 아연실색했다는 평이 상당히 많이 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정말 화들짝 놀랄 정도인데,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등장한 횟수가 적어서인지는 몰라도 북미와 달리 국내에서는 15세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