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예측해보는 2020년 망작들

영화 흥행 예측은 굉장히 어렵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작품에 관객이 열광하거나, 반대로 누가 봐도 성공할 것 같았던 작품이 외면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바로 영화의 세계다. 당장 올해만 해도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나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개봉하기 전까지 이토록 무너지리라 예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테다.

내년 개봉하는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 중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보이는 작품이 있을까? 최신 영화계 트렌드, 배우 필모그래피, 개봉 시기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해외 매체에서 뽑은 ‘망작 예상 라인업’을 소개한다.

1. 언더워터 (Underwater)

이미지: Walt Disney Studios Motion Pictures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공포 영화. 심해 탐사대원들이 깊은 바닷속 여러 괴생명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흥행이 어려워 보이는 이유는 우선 개봉일자에 있다. 전통적으로 북미 극장가의 1월은 배급사들이 상대적으로 자신없는 라인업을 선보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 파워’도 다소 밀린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트와일라잇] 이후 마땅한 흥행작이 없기도 하고, 다른 출연자인 T.J. 밀러도 이런저런 논란이 많아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2. 젠틀맨 (The Gentlemen)

이미지: STX Films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력을 의심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 최근 그의 작품 선택은 다소 의문스럽기는 하다. [다크타워: 희망의 탑]부터 시작해 [더 비치 범], [세레니티]까지 하나 같이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유럽 마약왕과 미국 억만장자의 역대급 거래를 그린 범죄 스릴러 [젠틀맨]도 상황은 비슷할 듯하다. 매튜 맥커너히와 휴 그랜트, 콜린 파렐, 찰리 허냄까지 출연진도 빵빵(?)하고 감독이 가이 리치라 기대가 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알라딘] 이전의 가이 리치 연출작이 [킹 아서: 제왕의 검]과 [맨 프롬 UNCLE], 즉 ‘확고한 팬덤’을 가지고 있지만 흥행은 아쉬웠다는 점도 [젠틀맨]을 걱정하게 만드는 요소다. 개봉 시기도 1월 말인 것을 고려하면…

3. 수퍼 소닉 (Sonic the Hedgehog)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불쾌한 골짜기 현상’으로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캣츠] 이전에는 [수퍼 소닉]이 있었다. 7개월 전 공개된 [수퍼 소닉]의 첫 예고편은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원작의 아기자기함은 온데간데없고, 예고편 속 소닉은 가지런한 치아와 사람에 가까운 신체 비율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이상했는지 [소닉] 원작자 나카 유지까지 당황한 심정을 내비쳤을 정도다. 대대적인 디자인 수정 이후 훨씬 낫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디자인을 제외하더라도 ‘게임 원작 영화’가 성공하기란 워낙 어려워서 아직도 걱정이 앞서는 게 현실이다.

4. 판타지 아일랜드 (Fantasy Island)

이미지: Sony Pictures Releasing

내년 2월 14일 개봉하는 [판타지 아일랜드]는 미국의 동명 드라마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1977년부터 1984년까지 방영한 원작은 일정한 대가를 받고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이뤄주는 환상의 섬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도 전체적인 전개는 같지만, 장르가 공포인 것으로 보아 섬이 원하는 대가가 좀 잔혹하고 섬뜩한 모양이다. 최근 공포 영화의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프 스케어’가 유행이었지만, 이제는 [유전], [겟 아웃], [콰이어트 플레이스], [힐하우스의 유령]처럼 영리한 공포가 대세다. 시대에 뒤쳐진 소재와 관객이 잘 알지 못하는 원작의 조화, 과연 통할 수 있을까?

5. 블러드샷 (Bloodshot)

이미지: Sony Pictures Releasing

2020년 3월 13일 개봉 예정인 [블러드샷]은 동명 코믹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 코믹스는 아내와 함께 살해되었던 레이 개리슨이 인체 실험을 통해 강화 인간으로 부활, 선혈 낭자한 복수극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R등급 히어로’의 인기가 날로 커지는 만큼 [블러드샷]의 앞날도 밝을 듯하지만, 이 작품은 ‘인지도’라는 큰 산부터 넘어야 한다. 코믹스 원작 영화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블, DC 코믹스에 익숙한 대중이 원작 『블러드샷』과 발리안트 코믹스를 잘 모른다는 게 치명적이다. 빈 디젤의 화끈한 액션이 ‘볼 만한 영화’일지는 몰라도, ‘꼭 봐야 하는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게 오늘날 관객들이다. 그 시간이면 차라리 넷플릭스를 보는 게 돈도 아끼고 좋으니 말이다.

6. 엑스맨: 뉴 뮤턴트 (The New Mutants)

이미지: Walt Disney Studios Motion Pictures

어찌 개봉일은 확정지었지만, 누구도 이 작품이 흥행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듯하다. [엑스맨: 뉴 뮤턴트]는 참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다. 공포 영화지만 무섭지 않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개봉일은 네 차례 연기됐으며, 테스트 스크리닝 결과가 처참해 재촬영을 해야 하지만 일정 조율에 어려움도 있었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극장이 아닌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에서 공개될 것이란 풍문도 있었지만, 결국 극장 개봉이 확정되어 내년 4월에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서 편집한 버전이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는 소식도 있지만, 이미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7. 아르테미스 파울 (Artemis Fowl)

이미지: Walt Disney Studios Motion Pictures

올해 영화계가 ‘디즈니’로 시작해 ‘디즈니’로 끝났다는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북미 극장 점유율 33%, 올해 전 세계 흥행 10억 달러를 넘긴 영화 열 편 중 여섯 편이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작품인데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그러나 이런 디즈니에게도 약점이 있는데, 바로 ‘오리지널 실사 영화’다. 야심 차게 준비한 [투모로우랜드], [시간의 주름], [호두까기 인형과 네 개의 왕국]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고, 한때 잘 나갔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년 5월 29일 개봉을 앞둔 [아르테미스 파울]도 우려부터 앞선다. 원작이 되는 오언 콜퍼의 소설 시리즈는 인간과 환상의 동물들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어린 ‘뒷골목의 왕’ 아르테미스의 활약상을 담았다.

8.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Ghostbusters: Afterlife)

이미지: Sony Pictures Releasing

[람보: 라스트 워]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닥터 슬립], [찰리스 앤젤스]까지. 올해 개봉한 다섯 작품의 공통점은 시리즈가 너무 오래됐다는 점이다. 2019년 극장가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추억팔이의 실패’인데, 이는 티켓파워를 가진 소비자층이 과거 영광을 누렸던 프랜차이즈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 7월 10일 개봉하는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도 비슷한 경우다. 심지어 이 작품은 리메이크나 리부트가 아닌, 1989년 [고스트버스터즈 2]의 직접적인 속편이다. 빌 머레이, 해럴드 래미스 등 오리지널 멤버가 전부 복귀해 원작 팬들의 기대가 크지만, 이들만 가지고는 흥행에 성공하기 힘든 게 냉정한 박스오피스의 세계다.

9. 커밍 투 아메리카 (Coming 2 America)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8-90년대의 에디 머피는 할리우드 블루칩이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구혼작전], [비버리 힐즈 캅], [너티 프로페서] 등 수많은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로 평단과 대중에게 호평받기도 했지만, 사실 티켓파워가 예전만 못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에디 머피의 차기작은 8월 7일 개봉을 앞둔 [커밍 투 아메리카], 무려 32년 전 영화인 [구혼작전]의 속편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철 지난 프랜차이즈가 성공하기 유달리 힘든 게 최근 박스오피스의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