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외면한 ‘라스트 제다이’ 설정들

*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된 글입니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이하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지난 수요일 국내 개봉했다. [스타워즈] 시퀄 삼부작과 영원할 것 같았던 ‘스카이워커 사가’를 마무리짓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와 책임을 가진 작품이었지만, 평단과 관객 모두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비판 요소 중 하나는 ‘설정 파괴’다. 설정 파괴로 이미 일부 팬의 원성을 샀던 전작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뿐 아니라 클래식 시리즈의 설정까지 무시하고 무리하게 이야기를 전개한 게 개연성을 망쳐 아쉽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 작품이 무시한 [스타워즈] 설정이 제법 많은 만큼, 전작 [라스트 제다이]와 부딪히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설정만 우선 소개한다.

최고 지도자 스노크의 정체와 ‘포스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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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쌓여있던 최고 지도자 스노크는 시퀄 삼부작의 최종 보스로 여겨졌다. [라스트 제다이]에서 카일로 렌에게 허무하게 죽기 전까진 말이다. 스노크가 소모성 캐릭터로 전락하자 많은 팬들이 크게 아쉬워했는데,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그가 팰퍼틴의 꼭두각시 중 하나였음이 드러나면서 어느 정도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긴 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전작에서 스노크는 레이와 카일로 렌의 ‘포스 연결’을 본인이 의도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는 말인즉슨 스노크를 꼭두각시 삼은 팰퍼틴이 두 사람을 연결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인데,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중후반부에 팰퍼틴은 레이와 카일로 렌을 앞에 두고 “수 세대 동안 보지 못한 생명(포스)의 연결”이라며 감탄하고 힘을 흡수하려 한다. 왼손 모르게 오른손이 한 일이었을까?

멀쩡한 루크 스카이워커의 라이트세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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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크와 프레토리언 가드를 처치한 카일로 렌은 함께 싸운 레이에게 함께 은하계를 정복하자고 권유한다. 당연히 레이는 거절했고, 이후 두 사람은 루크(정확히는 아나킨)의 라이트세이버를 두고 포스 겨루기를 하다가 두 동강 내버린다. [라스트 제다이] 말미에는 레이의 손에 들린 라이트세이버를 클로즈업해 파손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기까지 했다.

전작에서 파괴되었던 라이트세이버가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는 새 것처럼 등장한다. 물론 [라스트 제다이]와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사이에 수리했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정황일 뿐이지,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나 수리한 듯한 묘사조차 없다. 그저 원래부터 멀쩡했다는 식으로 다루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라진 로즈 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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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티코는 [라스트 제다이]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다. [라스트 제다이] 당시 로즈의 분량은 152분의 러닝타임 중 약 11분으로, 분량 자체는 많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핀과 함께 마스터 코드브레이커를 찾고 퍼스트 오더의 추적 장치를 교란시키는 임무에 동참, 시퀄 삼부작의 세 주인공과 더불어 주요인물로 차기작에 등장할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로즈의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로즈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던 J.J. 에이브람스의 말과 달리, 해외 매체에서 측정한 결과 141분 중 고작 76초 동안 모습을 비출 뿐이다. 제작진은 로즈의 분량 대부분이 레아(故캐리 피셔)와 함께 있는 모습이라 부득이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전작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함이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는 [라스트 제다이]의 방향성뿐 아니라 로즈 역의 캘리 마리 트란이 [라스트 제다이] 이후 악플러들에게 받은 상처와 극복한 노력까지 무시한 처사로 느껴진다.

도박이나 다름없던 ‘홀도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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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군을 지키는 과정에 정말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라스트 제다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밀린 홀도 장군의 희생이었다. 탈출 중인 저항군 수송선이 무력하게 파괴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순양함을 돌려 초광속으로 돌진, 메가급 스타 드레드노트를 비롯한 다수의 퍼스트 오더 함선을 격침했다. 이른바 ‘홀도 작전’이라 불리는 공격 방식은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는데,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는 이를 단 한마디의 말로 부정해버린다.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저항군은 전략 회의를 가진다. 보몬트가 포에게 “홀도 장군이 했던 것 처럼 공격하면 어떻냐”라고 묻자, 포는 단칼에 “백만 분의 일 확률로 가능했던 일”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라스트 제다이]를 제외한 이전 시리즈들에서 초광속 돌진을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를 제시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자신들을 여기까지 오게 해준 희생을 도박으로 치부하며 전작의 설정을 무시했다고 여겨도 될 듯하다.

레이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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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의 부모는 누구인가’는 시퀄 삼부작에서 가장 큰 떡밥(?) 중 하나였다. [라스트 제다이]에서의 라이언 존슨이 내놓은 해답은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었는데, 바로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혈통을 중요시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전통을 부순 셈인데, 라이언 존슨은 이를 통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라스트 제다이]에서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레이가 아크토의 구덩이에 들어가 진정한 본인을 깨닫는 장면이나,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소년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레이는 팰퍼틴의 손녀임이 밝혀진다. 부모와 헤어지게 된 이유가 ‘술값을 벌기 위해 판 것’이라는 전작에서의 카일로 렌의 설명과 달리, 딸이 팰퍼틴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본인들을 희생한 것이었다. 이렇게 전작에서 부정했던 가문과 혈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활시키면서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이전에 쌓아올린 레이의 서사뿐 아니라 [라스트 제다이]의 주제의식 자체를 부정했다.

루크 스카이워커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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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제다이]가 클래식 팬들에게 비판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서사를 망가트려서다. 수많은 유혹과 역경을 이겨내고 제다이 마스터로 거듭난, 심지어 다크 사이드로 넘어갔던 아버지를 회유하기까지 했던 인물이 타락할 조짐이 보인다는 이유로 조카를 죽이려 했으니 말이다. 그가 두려움에 빠지고 나약해진 이유가 명확히 제시되었다면 [라스트 제다이]를 향한 비판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루크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자신과 레아가 레이의 ‘팰퍼틴 혈통’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피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강조한다. ‘다크사이드 그 자체’일지도 모르는 레이에게는 무한한 신뢰를 준 사람과 다크사이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제자이자 조카를 죽이려 했던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니, 어불성설이다. 물론 루크가 벤과 레이를 만난 시점도 다르고 두 사람이 불신에 대처한 방식도 상이했기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마땅한 설명이 없으니 루크의 성격과 설정이 또 한번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