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희노애락이 담긴 판소리 뮤지컬 ‘소리꾼’

날짜: 6월 29, 2020 에디터: 영준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판소리로 시작해 판소리로 끝난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이 있지만, 영화 [소리꾼]은 우직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며 우리네 전통적인 소리, 판소리의 매력을 관객에게 어김없이 선사한다.

[소리꾼]은 영조 10년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된 아내 간난을 찾기 위해 조선 팔도를 유랑하는 소리꾼 심학규와 딸 청, 대봉이의 이야기를 그린 판소리 뮤지컬이다. 심학규와 심청이란 인물들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리꾼]에서 ‘심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은데, 작자미상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귀향] 조정래 감독의 신작이며, 국악인 이봉근과 배우 이유리, 박철민, 김동완, 김하연이 주연을 맡았다.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구성은 어렵지 않다. 행복했던 가족의 일상부터 간난의 납치, 그의 행방을 찾는 이들의 여정,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는 전개는 누구나 이해하고 즐길 수 있으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회상/뮤지컬 장면은 본 이야기와 톤이 확연하게 달라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권선징악, 가족의 사랑과 복원이란 메시지 또한 직관적이다. 오직 판소리 하나로 승부를 보겠다는 조정래 감독의 야심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감독의 전략은 보기 좋게 통했다. [소리꾼]의 백미는 단연 소리다. 명창 이봉근의 혼을 담은 목소리는 관객을 웃기고, 위로하고, 눈물 흘리게 만드는 마성의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피를 토하듯 열창하는 그의 한이 맺힌 목소리는 ‘울지 않고선 못 배기는’ 수준의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관객에게 안겨준다. 스크린에서 연기를 선보인 경력이 전혀 없는 이봉근의 ‘소리’를 믿고 캐스팅한 건 정말 신의 한 수다.

이봉근이 목소리로 우리를 사로잡았다면, 이유리와 박철민, 김동완과 김하연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마음을 훔치는 데 성공한다. 간난 역의 이유리는 안정적인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고, 박철민과 김동완은 특유의 재치 넘치는 퍼포먼스로 적재적소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건 아역배우 김하연이다. 눈이 먼 상황에서도 아버지와 함께 긴 여정을 떠난 청을 연기한 김하연은 연기와 더불어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선보이는 판소리로 우리를 웃게 하고, 또 울게 한다. 성인 배우들 사이에서도 전혀 꿀리지 않는 존재감이다.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그러나 ‘소리’를 제외한 [소리꾼]의 다른 요소들은 다소 아쉬운 완성도를 보인다. 물론 소리가 영화의 9할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고 퀄리티 또한 상당하지만, 화면 연출과 장면 전환, 이야기 분배 등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 소리로 착실하게 쌓아 올린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만다.

우선 영화 초중반에 군더더기가 많다.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그린 장면은 절반 정도는 잘라내도 영화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분량을 차지하는데, 이 장면들에서 이봉근의 다소 아쉬운 연기력이 도드라져 몰입을 방해한다(첫 연기 도전이기에 충분히 감안이 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생사를 모르는 아내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것임에도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인물들의 감정선 또한 공감하기가 어렵다. 뮤지컬 부분의 영상미와 그래픽의 퀄리티 또한 큰 화면에서 어색함이 드러나는 지점이 많아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다행스러운 점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소리꾼]은 ‘소리’로 승부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아쉬움이 커지려는 찰나 등장하는 이봉근의 판소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흐트러진 몰입감을 다잡아준다. 산만한 초반과 달리 갈수록 뒷심을 발휘하는 서사와 ‘뻔하지만 언제나 통하는’ 감동 코드도 아쉬움을 상당 부분 상쇄한다. 우리 민족의 흥과 한이 담긴 판소리를 새로운 형식으로 스크린에 담아낸 조정래 감독의 도전은 아쉬움도 있지만, 박수받을 만한 성과를 이룩한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