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흥신소] 좀비 장르에 한 획을 그은 ‘새벽의 저주’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

 

이미지: UIP코리아

 

괴수, 특히 ‘좀비’는 영화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던 존재가 식인 밖에 모르는 괴물로 변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요새는 좀 뜸하지만, 한동안 좀비 영화 붐이 일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좀비 장르’가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영화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1980년 [괴시]를 시작으로 [인류멸망보고서], [서울역], [부산행] 등 많은 좀비 영화가 관객들과 만났고,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지난 25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야귀(좀비) 액션 블록버스터 [창궐]이 개봉했다.

 

좀비 영화 [창궐]이 개봉했으니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잭 스나이더의 2004년작 [새벽의 저주]다. 그래서 준비했다. 좀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이 작품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살펴보자.

 

1. ‘육상선수’ 좀비의 시초

이미지: UIP코리아

 

어느 시점부터인가 느릿느릿 걸어 다니던 좀비들이 사력(이미 죽었지만)을 다해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시발점이 바로 [새벽의 저주]다. 2년 앞서 개봉한 [28일 후]에서도 분노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뛰어다녔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이들은 ‘시체’가 아니기 때문에 좀비라 칭하기엔 다소 어렵다. 연출을 맡은 잭 스나이더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좀비의 느린 움직임이 이들을 멍청하고 우스워 보이게 한다”라며 좀비들이 뛰어다니는 설정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는데, 그의 결정 이전과 이후로 좀비 장르의 색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2. 관객은 사로잡았는데 원작자는 사로잡지 못한 작품

이미지: Stuart Samuels Productions

 

리메이크, 혹은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원작자의 마음에 들기란 참 어렵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이 비평과 흥행을 모두 거머쥐었음에도 스티븐 킹에게 엄청난 비판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좀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새벽의 저주] 역시 1978년작 [시체들의 새벽]을 원작으로 하는데, 원작자 조지 로메로는 이 영화를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초반 15분에서 20분 정도만 흥미로웠다”라고 이야기한 로메로가 [새벽의 저주]를 싫어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풍자의 유무다. [시체들의 새벽]이 명작 공포 영화로 꼽히는 이유는 영화에 ‘미국 자본주의 소비문화 비판’을 비롯한 계급, 인종문제 등의 사회적 이슈를 내포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좀비들이 뛰어다녀서’다. 조지 로메로는 “썩은 시체가 어떻게 뛰어다니느냐’라며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는데, 개인적으로는 꼬투리를 잡는 것 같다. 애초에 썩은 시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좀 뛰어다닌다고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3. 좀비 영화인데 ‘좀비’가 안 나온다?

이미지: UIP코리아

 

모두가 알다시피 [새벽의 저주]는 좀비 영화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인물들이 좀비를 ‘좀비’라고 칭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좀비 영화에 ‘좀비’가 없는 셈이다. 실제로 극중 인물들은 좀비를 ‘저것들’정도라 해석할 수 있는 ‘those things’라고 불렀는데, 이러한 아이디어는 추후 드라마 [워킹 데드]에서도 사용된다. 다만 [워킹 데드]의 인물들은 좀비에게 ‘저것들’ 대신 ‘워커(Walker)’, ‘바이터(Biter)’, ‘인펙티드(Infected)’ 등의 다양한 이름을 붙여준 것으로 보아, [새벽의 저주]의 등장인물들보다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더 풍부했던 모양이다.

 

4. 오프닝과 엔딩 크레디트의 비밀

이미지: UIP코리아

 

[새벽의 저주]는 영화 본편뿐 아니라 크레디트 영상도 상당히 인상 깊은 작품이다. 잭 스나이더가 직접 고른 조니 캐시의 ‘The Man Comes Around’와 Disturbed의 ‘Down With The Sickness’, 그리고 아포칼립스의 시작과 생존자들의 암울한 결말을 보여주었던 짤막한 영상이 더해진 오프닝과 엔딩 크레디트는 아직까지도 최고의 시퀀스로 종종 회자되곤 한다. 여기에는 섬뜩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바로 크레디트 영상에 사용된 붉은 글씨가 실제 사람의 혈액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타이틀을 디자인 한 카일 쿠퍼는 촬영장에서 하도 피가 많이 사용되다 보니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하는데, 천재적인 건지 괴이한 건지 잘 모르겠다.

 

5. 리얼리티를 위해 살을 뚫는 고통도 참은 빙 레임스

이미지: UIP코리아

 

좀비 장르를 비롯한 공포 영화는 사실감이 넘칠수록 관객에게 공포감을 안긴다. 그러나 때로는 과한 리얼리티가 촬영장에서 의외의 사고(?)를 낳기도 한다. 잭 스나이더는 안나(사라 폴리)가 케네스(빙 레임스)의 상처를 꿰매는 클로즈업 장면에 실제 간호사를 투입했다. 그러나 이 간호사는 그의 “더 현실감 있게!”라는 요청에 무의식적으로 빙 레임스의 살갗을 진짜로 꿰뚫고서는 보철을 덧대버린 것이다. 빙 레임스는 고통을 참으며 어찌어찌 촬영을 마무리지었는데, 잭 스나이더는 그의 팔에서 흐르는 ‘진짜’ 피를 화면을 통해 지켜보며 “특수 분장이 기가 막힌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6. 더 끔찍할 수도 있었던 ‘아기 좀비’ 장면

이미지: UIP코리아

 

영화 초반부에 감염된 루다가 좀비로 변한 후 ‘아기 좀비’를 출산하는 장면은 상당히 충격적인 비주얼과 안타까운 결말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새벽의 저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비평가들이 이를 콕 집어서 문제 삼을 정도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면, 하마터면 더 크고 끔찍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뻔했다. 본래 시나리오에서는 갓 태어난, 혹은 아직 루다의 뱃속에 있는 아기가 그녀를 죽이는 식으로 연출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1979년 [에이리언]의 ‘체스트 버스터’ 장면이 좀비 버전으로 재탄생할 뻔했던 것이다. 그러나 관객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또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 뻔했기에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