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흥신소] 슬래셔 장르의 황금기를 이끈 ‘할로윈’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

 

이미지: Columbia Pictures Corporation

 

존 카펜터의 1978년작 [할로윈]은 ‘최초’의 슬래셔 영화는 아니지만 ‘최고’의 슬래셔 영화 중 하나다. 고작 30만 달러의 제작비로 당시 전 세계 7,000만 달러 (현재 약 2억 6,700만 달러)를 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뒤이어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그리고 훗날 [스크림]으로 이어지는 황금 세대를 이끈 작품이 바로 [할로윈]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진부한 클리셰와 우려먹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암흑기를 걷기도 했지만, [할로윈]과 ‘마이클 마이어스’가 슬래셔 장르에 미친 영향이 어마어마했다는 사실에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클리셰 비틀기’마저 식상해진 슬래셔 장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할로윈]이 돌아왔다. 심지어 원작 시리즈에서 활약한 제이미 리 커티스와 닉 캐슬까지 함께 돌아왔다. 그렇다면? 당연히 1978년 [할로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슬래셔 장르의 전성기를 이룩했던 이 작품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살펴보자.

 

1. 적은 예산이 가져온 엄청난 성공

이미지: Columbia Pictures Corporation

 

앞서 언급했다시피 [할로윈]은 30만 달러의 ‘초저예산’으로 제작된 인디 공포 영화다. 제작비에 한계가 있으니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의상을 따로 준비할 여력이 없어서 배우들이 본인의 옷을 입고 촬영에 임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오히려 빡빡한 제작 과정이 [할로윈]을 흥행 길로 인도했다. [할로윈]을 상징하는 두 가지 요소가 이 과정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마이클 마이어스가 쓰는 가면이 [스타트랙] 시리즈의 ‘제임스 T. 커크 선장'(당시 윌리엄 샤트너) 마스크를 손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익히 유명하다. 그러나 그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본래 [할로윈] 제작진은 가면으로 유명한 돈 포스트 스튜디오에 의뢰를 맡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영화 개봉 후 수익을 나누겠다는 제안에 돈 포스트 스튜디오가 거절 의사를 표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존 카펜터는 당시 무명에 가까운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발품을 판 끝에 찾은 것이 1달러에 산 ‘제임스 T. 커크 선장’ 마스크였고, 이 마스크가 곧 [할로윈] 시리즈를 상징하게 되었다.

 

[할로윈]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당장 의상을 준비하거나 마스크조차도 의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화 음악에 오케스트라를 투입할 여유가 있을 리 없다. 존 카펜터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배웠던 독특한 5/4 혼합 박자를 이용해 사흘 만에 ‘Halloween – Theme’을 비롯한 OST를 전부 작곡했다. 사전 스크리닝 당시 이미 호평을 받았던 [할로윈]에 음악이 더해지자 극찬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고, 이 곡들은 사십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러 매체에서 사용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2. 마이클 마이어스 육 남매

이미지: Columbia Pictures Corporation

 

마이클 마이어스로 가장 잘 알려진 배우는 닉 캐슬이다. 1978년 원작에 참여한 그가 2018년작 [할로윈]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팬들이 환호할 정도였으니, ‘닉 캐슬이 곧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러나 1978년작에서 마이클 마이어스를 연기한 사람은 그뿐이 아니었다. 지난 2010년 방영된 다큐멘터리 [할로윈: 인사이드 스토리]에 의하면 닉 캐슬을 포함해 무려 여섯 명이 광기 어린 살육을 펼친 마이클 마이어스로 열연했다고 한다. 우선 원작의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부터 살펴보자. ‘더 셰이프’ 닉 캐슬, ‘마이클 마이어스 23세’ 토니 모란, 그리고 ‘마이클 마이어스 6세’에 윌 샌딘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나머지 셋은 누굴까? 바로 편집과 미술을 담당했던 토미 리 월라스와 스턴트맨 제임스 윈번, 그리고 제작자 데브라 힐이었다. “앞선 두 사람이야 그렇다 해도, 데브라 힐은 도대체 왜?”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면, 바로 아래 항목을 읽어보도록 하자.

 

3. 어쩐지 손이 곱다 했어…

이미지: Columbia Pictures Corporation

 

[할로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바로 5분가량 이어진 롱테이크 오프닝 시퀀스다. 이 장면에 존 카펜터는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는데, ‘파나글라이드'(스테디캠의 초기 버전)를 사용해 관객이 여섯 살 마이클 마이어스의 살인 현장을 1인칭 시점으로 목격하게끔 연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촬영 당시 ‘어린 마이클 마이어스’를 연기할 아역배우가 정해지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그의 모습이 오프닝 시퀀스 막바지에 등장하기에 편집이 가능했지만 칼과 가면을 집는 장면, 즉 손이 화면에 잡히는 롱테이크 장면을 촬영할 배우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제작자 데브라 힐이 직접 나서 혼신의 손 연기(?)를 펼치고 촬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어린 마이클 마이어스’의 손톱이 상당히 잘 정돈됐을 뿐 아니라 매니큐어를 발랐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데브라 힐의 순간적인 기지가 호러 영화 역사상 가장 임팩트 있었던 오프닝을 만들어낸 셈이다.

 

4. 알프레드 히치콕에 대한 헌사

이미지: 제이미 리 커티스(@curtisleejamie)

 

수많은 연출가들이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존 카펜터 역시 그중 하나로, [싸이코] 이후 최고의 공포영화로 꼽히는 [할로윈]은 히치콕을 위한 헌사와 오마주로 가득한 작품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도널드 플레전스가 연기한 박사의 이름은 [싸이코]에서 마리온 크레인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샘 루미스(존 게빈)에서 따왔으며, 로리가 돌보던 아이의 이름은 히치콕의 [이창]에서 웬들 코리가 연기한 토마스 J. 도일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헌사’는 따로 있다. 바로 로리 스트로드 역에 제이미 리 커티스를 캐스팅한 것인데, 제이미 리 커티스의 어머니가 [싸이코]의 마리온 크레인, 자넷 리이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의 딸을 자신의 영화에 출연시키는 선택, 참으로 신선하다.

 

5. 어라? 당연히 괴물일 줄 알았는데?

이미지: Columbia Pictures Corporation

 

제작 비하인드는 아니지만, [할로윈]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존 카펜터는 [할로윈] 이후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마이클 마이어스의 얼굴이 너무 흉측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영화 후반부에 로리와 마이클이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대략 5초 동안 그의 가면이 벗겨지는데, 이 모습이 그들의 기억에 대단히 끔찍한 모습으로 남은 모양이다. 재밌는 사실은, 가면 속 마이클의 얼굴이 지극히 정상이라는 점이다! 가면 속 마이클의 모습은 다름 아닌 배우 토니 모란이었고, 로리에게 눈을 찔려 부어오른(특수분장) 왼쪽 눈꺼풀 말고는 끔찍한 구석이 전혀 없었다. 관객의 상상력이 가면 속의 마이클을 엄청난 괴물을 만든 셈이다. 카펜터는 “가면을 뒤집어쓴 마이클이 끔찍한 범행을 일삼는 괴물이었으니, 가면 속 마이클도 흉측하다고 상상한 것”이라며 ‘암시의 힘(power of suggestion)’의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