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흥신소] 한국이 사랑한 존 카니의 음악영화 비하인드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

 

이미지: 판씨네마(주)

 

‘음악영화’는 올해 할리우드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돌풍을 일으켰던 [위대한 쇼맨]부터 [맘마미아!2], 그리고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스타 이즈 본]과 [보헤미안 랩소디]까지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음악영화는 크게 환영받는 장르지만, 유독 여기에 더 열광하는 국가들이 있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비긴 어게인]이 북미에서 1,761만 달러를 벌 동안 국내에서 2,590만 달러 가까이 벌어들이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비긴 어게인]이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존 카니의 [원스]나 [싱 스트리트], 혹은 데이미언 셔젤의 [라라랜드]를 비롯한 다른 음악영화들도 한국에서 전부 ‘제 몫’은 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 관객은 음악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준비했다. 한국이 사랑하는 존 카니의 음악영화 삼부작 [원스], [비긴 어게인], 그리고 [싱 스트리트]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살펴보자.

 

 

원스 (Once, 2007)

 

1. “자…잠깐만요, 저 진짜 도둑 아닌데…”

이미지: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그'(글렌 한사드)가 더블린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원스]의 오프닝 장면은 ‘장초점 렌즈’를 이용해 촬영되었다. 멀리서 촬영해 전문 배우가 아니었던 글렌 한사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는데, 이것이 뜻밖의 사고(?)를 불러일으켰다. ‘그’와 소매치기(대런 힐리)의 추격전을 실제 상황이라 착각한 행인이 소매치기의 사타구니를 걷어차서 제압했기 때문이다. 촬영 현장과 제작진의 거리가 떨어져 있었기에 촬영 중임을 알 턱이 없었던 행인의 ‘영웅적인 행동’이 한 사람의 대(代)를 끊을 뻔한 아찔한 해프닝이었다.

 

2. 혹시 16년 전 그 분…?

이미지: Twentieth Century Fox,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원스]의 ‘그’가 알란 파커의 1991년작 [커미트먼트]의 ‘아웃스팬 포스터’와 동일인물이라는 가설이 있다. 이 가설은 한 때 팬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했는데, 듣고 나면 “그럴싸한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선 두 인물 모두 글렌 한사드가 연기했다. 여기까지는 그저 우연의 일치라 생각할 수 있으나, 두 작품의 결말과 오프닝을 연결해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커미트먼트]에서 ‘아웃스팬 포스터’는 밴드 데뷔 직전까지 갔으나, 멤버들 사이의 갈등으로 데뷔가 무산되면서 더블린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며 자신의 음악인생을 이어간다. 평범한 청소기 수리공인 [원스]의 ‘그’는 영화 도입부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더블린 거리에서 말이다. 밴드 데뷔를 눈 앞에 두었던 기타리스트가 16년이라는 세월 동안 음악을 놓지 못하고 버스킹을 한다? 꽤나 그럴듯한 이야기다.

 

3. 간단한 체코어 회화만 알았어도…!

이미지: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그’가 체코어를 할 줄 알았더라면 [원스]의 결말이 아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영화 중반부쯤까지 가면 ‘그’가 ‘그녀'(마르케타 이글로바)에게 “남편을 아직도 사랑해?”라고 묻는다. 이에 ‘그녀’는 “뮬뤼에 떼베(Miluju tebe, 체코어로 ‘너를 사랑해’)”라 대답하는데,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설명해주지 않아 ‘그’뿐 아니라 체코어를 모르는 관객들의 애간장도 타게 만들었다. 이래서 ‘글로벌 시대’에 다른 국가의 간단한 인사말이라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2014)

 

1. 기타 배우려다 가정 파탄 날 뻔…

이미지: 판씨네마(주)

 

키이라 나이틀리는 극중 뮤지션인 ‘그레타’ 역을 위해 생전 잡아보지 않은 기타를 배워야 했다. 음악인이자 그녀의 배우자인 제임스 라이턴이 기타 레슨을 도와주었는데, 하마터면 갓 신혼이었던 두 사람이 그대로 갈라설 뻔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당시 그의 과외가 “이혼과 살인(!)으로 이어질 정도로 끔찍했다”라며 두 사람의 사이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배우자나 연인에게 배워서는 안 되는 것’ 리스트의 ‘운전’ 항목 아래에 ‘음악’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2. 존 카니 감독의 망언

이미지: 판씨네마(주)

 

지난 2016년 5월, 존 카니가 키이라 나이틀리를 디스한 사건이 있었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마크 러팔로와 애덤 리바인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반면 그녀의 퍼포먼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연기’가 아쉬웠다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그는 “할리우드 스타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타’보다는 호기심 많고 제대로 된 배우들과 일하기를 선호한다. 그리고 [비긴 어게인] 이후 다시는 슈퍼모델과 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라며 키이라 나이틀리의 커리어 자체를 무시하는 망언을 남겼고, 이는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나중에 가서야 사과와 함께 자신의 발언을 철회한다고 밝혔으나, 애석하게도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1. 동생들을 도와주러 온 글렌 한사드와 애덤 리바인

이미지: (주)이수C&E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동생에게 ‘형’이라는 존재는 특별하다. [원스]와 [비긴 어게인]의 두 주역 글렌 한사드와 애덤 리바인은 [싱 스트리트] 동생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코너'(퍼디아 월시-필로)와 ‘라피나'(루시 보인턴)이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부터 엔딩 크레디트까지 흘러나오는 ‘Go Now’는 글렌 한사드와 애덤 리바인이 함께 만든 곡이다. 글렌 한사드가 쓴 가슴 벅찬 가사와 애덤 리바인의 꿀성대가 ‘코너’와 ‘라피나’의 새 출발을 암시한 엔딩과 맞물리면서 관객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었으니, 형들이 도움을 톡톡히 준 셈이다. 글렌 한사드는 이 곡뿐 아니라 ‘Don’t Go Down’이라는 곡의 작사와 작곡에도 참여했다.

 

2. 이 세상 모든 ‘형제’들에게…

이미지: (주)이수C&E

 

엔딩 크레디트 이후, “For Brothers Everywhere(이 세상 모든 형제들에게)”라는 문구와 함께 [싱 스트리트]는 끝이 난다. 극중 ‘코너’를 지극히 아꼈고, 또 동생이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랐던 형 ‘브렌든’이 그의 새 출발을 도왔던 영화의 내용과도 부합한 글귀지만, 여기에는 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존 카니 감독이 지난 2013년 세상을 떠난 형 키어런 카니를 추모하기 위해 남긴 멘트이기 때문이다. 마크 러팔로가 [비긴 어게인]에서 연기한 ‘댄 멀리건’과 [싱 스트리트]의 ‘브랜든'(잭 레이너)이 형을 모델로 삼아 탄생했다는 존 카니의 말을 미루어보아, 둘 사이의 우애가 얼마나 깊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