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한국 고전 속 인물은 어떻게 재탄생했나

날짜: 2월 12, 2018 에디터: Jacinta

 

by. 김옥돌

 

 

효녀 심청, 흥부와 놀부, 춘향이와 이몽룡은 어린 시절 전래동화에서 보았던 친숙한 인물이다.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고전소설 속 인물들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단순한 물음표에서 끝내지 않고, 발칙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국 고전 속 인물과 이야기를 새로 구성한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1. 전우치전 – 영화 ‘전우치’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전우치’는 중종 때 실존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전우치는 도술에 능하였는데, 반역을 꾀했다는 죄로 잡혀 죽었다고 전해진다. 소설 [전우치전]에 등장하는 전우치는 도술을 얻고 숨어 살다가 백성들의 비참한 상황을 보고, ‘천상 선관’으로 변신하여 왕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왕에게 옥황상제의 명이라면서 황금들보를 만들게 하고, 황금들보를 팔아 구입한 쌀로 백성들을 구한다.

사실을 알게 된 왕이 노하여 전우치에게 죄를 묻지만, 전우치는 왕에게 바른 충고를 하여 풀려난 뒤, 선행을 베풀고 도적을 다스리는 공을 세운다. 이후 역적의 누명을 쓰고 처형을 당하게 되자 전우치는 마지막 소원으로 그림을 그리게 해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산수화에 나귀 1마리를 그리더니 나귀를 타고 그림 속으로 사라진다. 전우치는 자신을 모해한 자를 도술로 골려 주고, 화담 서경덕의 제자가 되어 태백산에서 도를 닦았다고 한다.

[전우치]는 어린 시절 전래동화 전집에 꼭 포함되었던 [전우치전]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다. 최동훈 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윤석, 강동원, 유해진, 임수정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 무비를 강조하며, 순 제작비만 120여 억 원이 넘는다. 전우치를 전대미문의 영웅, 천방지축 악동 도사 캐릭터로 내세웠으며, 강동원이 악동 도사 전우치 역을 맡아 약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2. 춘향전 – 영화 ‘방자전’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방자전]은 [춘향전]을 재해석한 영화다. 전라도 남원의 기생 성춘향이 광한루에 그네를 타러 나갔다가 사또의 아들 이몽룡을 만나 인연을 맺고 평생을 같이하기로 약속한다. 두 사람이 남모르는 사랑을 계속하던 중 사또가 서울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헤어진다. 춘향은 지조를 지키느라 다른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지만, 새로 부임한 사또는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강요한다. 춘향은 죽기를 무릅쓰고 신관 사또의 요구를 거절하다가 옥에 갇혀 죽을 위험에 처하고, 그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암행어사가 되어 나타난 이몽룡이 춘향의 목숨을 구하고 함께 평생을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다.

영화 [방자전]은 춘향과 몽룡의 미담을 그린 [춘향전]이 ‘방자에 의해 미화된 거짓 이야기’라는 과감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방자전]은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몽룡의 몸종 방자와 춘향, 몽룡 세 사람이 얽히고설킨 은밀한 사랑을 그려낸다.

[방자전]은 ‘춘향과 몽룡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몸종 방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라는 흥미로운 의문을 바탕으로 지조와 절개의 아이콘 춘향의 캐릭터를 뒤집는다. 충성을 다하는 하인 방자, 정의로운 양반 몽룡, 지고지순한 춘향의 정절이란 춘향전의 기본 설정을 과감히 무너뜨리는 [방자전]의 새로운 해석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관객의 상상력 또한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3. 흥부전 – 영화 ‘흥부’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고전소설 [흥부전]은 수십 가지의 판본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설화 중에서도 세 가지의 이야기가 결합된 형태다. 악하고 착한 형제가 등장하는 ‘선악형제담’, 동물이 사람에게서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답한다는 ‘동물보은담’, 그리고 어떤 물건에서 한없이 재물이 쏟아져 나오는 ‘무한재보담’이 모두 들어있다. [흥부전]은 당시 민중들에게 재치 있는 풍자와 해학으로 사랑받으며 구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전소설 [흥부전]을 누가 지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옛날 옛적 놀부와 흥부라는 형제가 있다. 형인 놀부는 심술궂고 욕심이 많아 부모의 재산을 모두 차지하고 아우를 내쫓는다. 동생 흥부는 형을 원망하지 않고 산기슭에 움막을 지어 가난하게 살아간다. 자식이 많고 가난한 흥부는 놀부에게 찾아가지만 매만 맞고 돌아온다.

어느 날, 흥부가 처마 밑에 떨어져 다리를 다친 제비 새끼를 극진히 간호하여 살려주었더니, 그 제비가 박씨 하나를 물어다 주었다. 박씨를 심자 커다란 박이 열렸고, 박 속에서 많은 금은보화가 쏟아져 흥부는 큰 부자가 된다. 이 소식을 들은 놀부는 재물을 얻을 욕심에 제비 다리를 억지로 부러뜨리고 싸매 주지만, 제비가 놀부에게 가져다준 박씨에서는 온갖 재앙이 쏟아져 나와 패가망신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소설 [흥부전]의 내용이다.

영화 [흥부]는 [흥부전]이 어떻게 쓰였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흥부’는 어린 시절 헤어진 형 ‘놀부’를 찾기 위해 자신과 형의 이름을 쓴 [흥부전]을 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우가 맡은 영화 속 흥부는 [흥부전]을 쓴 작가의 이름이고, 실제 소설에 등장하는 ‘흥부 형제’의 모티브는 ‘조씨 형제’로부터 얻는다. 밥벌이가 중요했던 작가 흥부는 야한 소설을 써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했지만, 조씨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흥부전]을 집필하며 당대를 비틀고 양반의 행태를 풍자한다. 영화는 작년 JTBC의 인기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의 백미경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드라마에 이어 시나리오에 도전한 백미경 작가의 필력이 스크린에서도 통할지 기대가 된다. 영화 [흥부]는 고 김주혁 배우의 유작이기도 하다. 김주혁, 정우, 정진영 주연, 2월 14일 개봉한다.

 

 

 

4. 심청전 – 영화 ‘마담 뺑덕’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심청전]은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내용의 설화를 토대로 효심 지극한 딸의 이야기를 그린 유명한 고전이다. 우리가 익히 알기론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자기를 희생하는 심청의 지극한 ‘효’ 이야기다.

[심청전]이 심학규의 딸 심청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영화 [마담 뺑덕]은 뺑덕어멈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효심과 희생의 미덕을 칭송하는 [심청전]을 욕망의 서사로 바꾸어보는 역발상을 시도한 영화다.

뺑덕어멈은 딸을 잃고 홀로 된 심봉사에게 접근하여, 그를 이용하고 버리는 나쁜 계모와 악처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영화 [마담 뺑덕]은 [심청전]에서도 가장 주목받지 못한 캐릭터, 뺑덕어멈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심청의 아버지 심학규와 뺑덕어멈(덕이), 두 캐릭터를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삼아 사랑과 욕망, 집착이라는 감정을 입혀 생생하게 살려낸다.

영화 [마담 뺑덕]에서 심학규는 욕망을 쫓다 눈이 멀어가고, 소도시 놀이공원에서 매표소 직원으로 일하던 덕이는 사랑에 버림받자 집착에 눈을 뜨고 복수를 꾀한다. 욕망과 집착의 이야기로 재탄생한 [마담 뺑덕]은 덕이와 심학규, 그의 딸 청이를 둘러싼 새로운 서사를 담는다. 배우 이솜과 정우성이 주연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