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거나 끔찍하거나 영화 속 최악의 부모

 

by. Tomato92

 

사람의 본성과 양육 문제는 오래전부터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았다. 영화에서도 모성 혹은 부성에 대한 탐구를 꾸준히 다뤄왔다. 영화 속에서 부모 캐릭터는 장르마다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공포나 스릴러 장르에서는 다소 사실적이거나 엽기적으로, 코미디 영화에서는 풍자적으로 그려지는 게 일반적이다. 캐릭터 저마다의 사연 또한 가지각색이다. 온갖 가족 연례행사로 정신없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따뜻하고 화목한 분위기에서 조금 벗어나 ‘끔찍한 부모’가 등장하는 영화를 살펴봤다.

 

 

 

1. 마틸다 – 웜우드 부부

 

이미지: TriStar Pictures

 

로알드 달의 소설 속 아이들은 그들의 부모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게 특징이다. 그는 아이들이 상상 속에서나 떠올릴 법한 못된 부모를 작품에 등장시킨다. 웜우드 부부는 아이에게 휘둘리는 부모의 전형적인 예다. 일단 아버지 해리 웜우드는 중고차 주행거리를 줄여 파는 사기꾼이다. 어머지 지나 웜우드가 관심 있는 거라곤 오직 본인의 외모와 물질적인 것뿐이다. 두 사람은 딸 마틸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는커녕 ‘똑똑한 척하는 건방진 녀석’이라고 부르며 TV 보다 독서를 택한 딸을 끊임없이 질책한다. 하지만 마틸다는 그런 방해에 굴하지 않고 특유의 재치와 기발한 장난으로 웜우드 부부를 매번 골탕 먹이며, 심지어 본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허니 선생님의 마음을 사로잡아 후견인이 되게 한다.

 

 

 

2. 싸이코 – 노마 베이츠

 

이미지: Universal Pictures

 

로버트 블록 소설 원작,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에서 노먼 베이츠의 정신적 손상은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봐도 충격적이다. 영화에서 노먼의 어머니 노마 베이츠는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히치콕은 노먼이 베이츠 모텔에서 어머니와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노마가 어떤 사람인지를 훌륭하게 묘사했다. 노마는 노먼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흘리며 그를 좌절시키고, 감정적으로 취약하게 만든다. 이 취약함은 노먼이 마리온 크레인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마리온이 노먼에게 ‘노마는 당신에게 상처를 줬다. 그녀를 병원으로 모시는 게 어떻냐’는 말을 하자마자 침착하게 유지하고 있던 이성을 잃고 병적으로 어머니를 변호한다. 노먼과 같은 연쇄 살인마의 행동은 어린 시절 부모의 잔인함, 무시, 학대에서 발현하는 게 일반적이라 그의 행동을 보며 일말의 동정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3. 캐리 – 마가렛 화이트

 

이미지: United Artists

 

[캐리]에 나오는 마가렛 화이트는 종교 광신도에 피해망상과 약간의 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그녀는 성경 구절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심지어 성경에 나오지 않은 구절을 창조해 믿으며 딸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을 성가시게 한다. 또한 이웃에 과도한 포교를 행하며 마을에서 따돌림을 받고, 이는 후에 아이들이 캐리를 괴롭히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런 기행은 딸 캐리에게 더욱 직접적이고 과한 양상으로 이어졌고, 본인의 말을 듣지 않으면 딸을 학대하거나 벽장에 있는 ‘기도실’에 감금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로 캐리는 가정 안에서나 밖에서나 자신감이 없고 의기소침하며 본인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런 과정에서 분노, 짜증, 원망이 점점 쌓이며 캐리는 훗날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며 결국 폭주한다.

 

 

 

4. 샤이닝 – 잭 토랜스

 

이미지: 워너브라더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역작 [샤이닝]을 빛나게 한 것은 잭 니콜슨의 미친 연기로 탄생한 ‘잭 토랜스’ 캐릭터일 것이다. 교사 출신의 평범한 가장인 잭은, 콜로라도 주에 위치한 오버룩 호텔의 관리인이자 작가다. 토랜스는 술김에 아들을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에 술을 끊을 정도로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폭설로 고립된 호텔 안에서 서서히 미쳐간다. 초능력을 지닌 아들 대니는 아버지를 괴롭히는 악령들을 보며 오버룩에서 벌어질 살인을 예측하지만 그의 광란을 막지는 못한다. 광기에 사로잡힌 잭이 아내 웬디가 있는 화장실 문을 도끼로 박살 내고 악랄한 웃음을 지으며 안을 살펴보는 장면은 이 작품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개봉 당시 원작 소설과 다르다는 이유로 원작자 스티븐 킹을 포함해 비평가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대중의 찬사를 받으며 현재까지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5. 프레셔스 – 매리

 

이미지: Lionsgate

 

래퍼 모니크는 [프레셔스]에서 비만이자 문맹인 어린 자식을 학대하는 엄마 연기를 탁월하게 소화해내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가져갔다. 그녀가 연기한 끔찍한 성격의 매리는 특유의 모진 말을 쏟아내어 보기 힘든 동시에 좌중의 몰입도를 높이는 캐릭터였다. 그녀의 딸 프레셔스는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받다 나중엔 그의 아이까지 임신한다. 하지만 매리는 딸에게 동정과 애정을 보여주지 않을뿐더러 갑자기 교육 열정이 생긴 딸에게 폭언을 내뱉으며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그것도 모자라 돈을 벌어오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기까지 한다. 매리는 태어날 때부터 끔찍한 수준의 가난을 겪고 자랐고, 그 경험이 그녀를 늘 모질고 분노로 가득하게 만들었지만 직업을 구하려는 노력은 아예 하지 않는다. 그녀는 어머니와 인간 중 어떤 면으로 보나 정말 형편없는 롤모델이다.

 

 

6. 존경하는 어머니 – 조안 크로포드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제인의 말로], [밀드레드 피어스], [서든 피어]에서의 뛰어난 연기로 전설이 된 조안 크로포드는 베티 데이비스, 그레타 가르보 등과 함께 세대를 풍미한 배우다. 하지만 그녀는 사망 이후 많은 이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크로포드의 입양아인 크리스티나가 어머니의 폭력성을 고발한 자전적 책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토대로 영화까지 만들어졌는데, 그게 바로 [존경하는 어머니]이다. 이 작품은 크로포드가 두 번의 이혼을 겪고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스타이면서 부유한 삶을 살던 크로포드는 입양을 결심하고 아이를 집에 들여 크리스티나로 이름 짓고 키운다. 크리스티나는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결벽증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고 예민한 어머니에게 정신적 학대를 받으며 성장한다. 크로포드는 한밤중에 자는 딸을 침대에서 끌어내 잡다한 심부름을 시키거나 권위적인 모습으로 존경을 강요하는데, 이런 걸 봤을 때 영화 제목이 얼마나 반어적인지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적은 예산으로 흥행은 성공했지만 주연들의 형편없는 연기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작품상’, ‘최악의 여우주연상’, ‘최악의 조연상’ 등을 휩쓸며 비평가들의 뭇매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