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보는 안목이 의심스러운 스타들

 

by. Tomato92

 

아무리 훌륭한 연기자라 해도 배우 생활을 하다 보면 망작 하나쯤은 필연적으로 만나는 법이다. 보통 영화가 망작이 되는 이유는 작품의 흥행이 처참할 정도로 좋지 않아서, 각본이나 연출이 별로라서, 배우의 연기가 못 봐줄 수준이라는 등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사실 영화 흥행은 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유독 꾸준히 망작에 출연하는 것은 관객에게 ‘작품 보는 안목’이 없는 배우로 인식되며 자질을 의심하게 된다. 할리우드에서 전성기를 한 번 찍고, 최근까지 아쉬운 행보를 보이는 ‘망작 콜렉터 6人’을 소개한다.

 

 

 

1. 크리스찬 슬레이터

 

이미지: USA Network, 로튼토마토

 

크리스찬 슬레이터는 80년대 어린 나이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수십 년간 할리우드를 누비며 활동해 온 배우다. 다사다난했던 아역시절의 험난한 성장통을 이겨내고,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았지만 이름값에 비해 작품 보는 안목에는 정말 많은 의문이 든다. 토니 스콧이 연출을 맡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쓴 로맨스 멜로 [트루 로맨스]에서 큰 호평을 받은 이후, 슬레이터가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영화는 거의 줄줄이 망했다. [하드 캐쉬] 혹은 [Run For The Money]로도 알려진 범죄 영화를 시작으로 게임 원작을 끌어와 장렬히 망한 [어론 인 더 다크], 터무니없는 줄거리에 본 시리즈와 본드 시리즈를 어설프게 버무린 [소피아]까지, 그의 수많은 출연작 중 망작보다 볼만한 작품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수준이다. 그렇게 할리우드에서 서서히 잊히는가 싶더니, 2015년 TV 시리즈 [미스터 로봇]에 출연하며 간신히 재도약에 성공한다. 이 작품으로 주요 시상식인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 헤더 그레이엄

 

이미지: IFC Films, 로튼토마토

 

헤더 그레이엄은 아름답고, 카리스마 넘치며, 능력 있는 배우지만 그녀의 전반적인 필모 수준은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그녀는 80년대 초반부터 일을 시작해 꽤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대 후반의 나이에 [오스틴 파워]와 [부기 나이트]로 인지도를 단숨에 높였다. 부기 나이트 이후 1년에 두 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앞선 두 영화 속 ‘금발 미녀’의 스테레오 타입 이미지가 너무 굳어져 버린 탓인지 비슷한 역할만 전전하게 된다. 이후 2002년 [패왕별희]를 연출한 첸 카이거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킬링 미 소프트리]에 주연으로 발탁되며 반등의 기회를 노렸으나 막장 줄거리에 배우들의 어색한 케미가 환장 시너지를 일으키며 대차게 망했다. 지금은 성추행 스캔들로 역사 속에 사라졌지만 당시 최고의 연기파 배우였던 케빈 스페이시와 함께한 [발명의 아버지], 인디 코미디 [마이 데드 보이프렌드] 그리고 각본, 연출에 주연까지 맡은 [하프 매직] 전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망작 전문 배우로 거듭났다.

 

 

 

3. 제니퍼 러브 휴잇

 

이미지: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 로튼토마토

 

우리나라 다수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 [이프 온리]의 제니퍼 러브 휴잇이 이 리스트에 오른 것을 보고 사뭇 놀란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과장 조금 더 보태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이프 온리]를 제외하면 호평을 받은 작품은 제로에 가깝다. 사실 [이프 온리]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바로 DVD로 출시됐지만, 국내에서는 재개봉까지 하며 유독 많은 사랑을 받은 케이스다. 휴잇은 90년대 당시 10대를 중심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공포 영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에 연이어 출연하며 많은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나는 네가 지난~’의 속편인 [나는 아직도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를 찍으며 커리어가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한다. 코미디 [써버번], [달콤한 악마의 유혹]과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한 [오드리 햅번 이야기], 로맨스 멜로 [어바웃 러브] 등 찍기만 하면 비평, 흥행에서 모두 죽쒔다. 이 일의 여파로 미국에서 실행된 ‘최악의 영화에 가장 많이 나온 배우’ 여성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계에서 외면받은 휴잇은 슬레이터와 마찬가지로 2005년 TV 시리즈 [고스트 위스퍼러]를 찍으며 이미지 회복에 들어갔다. 이후 [클라이언트 리스트], [크리미널 마인드]로 TV 쪽에서 조금씩 입지를 넓혔고, 최근에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라이언 머피가 크리에이터를 맡은 FOX 방송국의 [9-1-1] 시즌 2에 레귤러로 캐스팅됐다.

 

 

4. 아담 샌들러

 

이미지: Columbia Pictures, 로튼토마토

 

아담 샌들러는 앞서 소개한 배우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의 필모를 가진 배우다. 그가 나오는 영화는 비평 측면에서는 거의 연이은 망작을 쏟아내고 있지만, 북미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 덕분에 박스오피스에서는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첫 키스만 50번째], [클릭], [베드타임 스토리], [그로운 업스] 등 그의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였던 과거 전성기에 비해 2010년 초, 중반부터 최근까지는 기세가 한풀 꺾이며 배우 생활까지 위협받는 중이다. 2012년에는 남자, 여자 1인 2역을 시도한 [잭 앤 질]로 골든 라즈베리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이변을 만들기도 했다. 2015년 이후 주로 넷플릭스 작품에 주로 출연 중인데, 그가 욕심을 부려 각본 혹은 제작에 손을 뻗은 작품은 모두 비평에서 뭇매를 맞았다. 그나마 [프란시스 하]의 노아 바움백 감독이 연출 & 각본을 맡은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제대로 고른 신작)]만이 유일하게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이 샌들러 주연의 여타 넷플릭스 영화들과 다른 점은 각본이나 제작에 개입하지 않고 오로지 ‘연기’만 했다는 것이다. 50대에 접어든 현재 본인이 주력인 코미디 영화 세 편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부디 좋은 작품을 만나 망작 콜렉터의 오명을 벗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5. 제라드 버틀러

 

이미지: Summit Entertainment, 로튼토마토

 

2004년 [오페라의 유령]에서 인기를 얻고 [300]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제라드 버틀러는 찍기만 하면 말아먹는 국밥 배우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필모를 자랑하는 배우다. 사실 [오페라의 유령] 전에도 나름 고예산 망작 영화를 줄줄이 찍으며 할리우드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가 앞서 말한 흥행작들로 다시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품운을 [300]에서 모두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의 퀄리티는 처참하기만 하다. 본인 특유의 마초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시도였는지 몰라도 [당신에게도 사랑이 다시 찾아올까요?], [락큰롤라]와 같은 가벼운 톤의 영화에 줄줄이 출연했지만 큰 성과는 내지 못했고, 제작에 참여한 작품 역시 줄줄이 망작 콜렉션 행을 밟았다. 매해 쉬지 않고 찍어내듯 B급 영화에 출연하는 터라 ‘아직도 로스쿨 학자금을 갚느라 B급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돌기도 한다. 늘 불호에 가까운 작품에 출연하지만, 가끔 [크리미널 스쿼드]와 같은 흥행작이 나오기도 한다. 앞으로 본인이 제작자 겸 주연으로 나선 다섯 편의 차기작 개봉이 예정돼 있으며, 그중 현상금 사냥꾼의 이야기를 다룬 [애프터번]은 [악녀]의 정병길 감독이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6. 제니퍼 로페즈

 

이미지: Universal Pictures, 로튼토마토

 

제니퍼 로페즈는 가수, 사업가, 배우까지 모든 방면에서 활동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슈퍼스타다. 1997년 그녀가 단독 주연을 맡은 [셀레나]의 큰 호평을 받고 동시기에 첫 앨범까지 빌보드에서 대박이 나며 팔방미인의 끼를 내뿜기 시작한다. 이어 매튜 맥커너히와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 [웨딩 플래너], [러브 인 맨하탄]에서 주가를 올리며 로코 여왕의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연인이었던 벤 에플렉과 함께 출연한 [갱스터 러버]가 5,4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제작비에 720만 달러라는 초라한 수익을 거두며 배우 커리어에 엄청난 치명타를 입었다. 이후 [퍼펙트 웨딩]부터 [플랜 B], [임신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엘 칸탄테]까지 주연 혹은 제작을 맡은 영화가 비평에서 호평을 받는 일이 단 차례도 없을 만큼 내리막을 걷는다. 로페즈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 총 10차례 후보로 올랐고, 심지어 2010년에 열린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역대 최악의 여배우’에도 이름이 거론되며 다시 한번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좋지 않은 여론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은 것인지 매년 한 편 이상의 작품을 찍고 있는데, 배우 ‘제니퍼 로페즈’에 대한 북미 관객들의 신뢰도는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