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8개월, 트럼프 시대가 녹아든 영화 6편

 

by. 김옥돌

 

 

거대 자본이 투입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역사를 다루는 전기영화와 코미디까지 다양한 영화들은 시대와 상호작용하고 반응한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집권하지도 벌써 18개월이 흘렀다. 그사이 트럼프 정권이 미치는 영향은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에도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여러 영화와 드라마들은 트럼프 시대를 반영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작년과 올해 트럼프 시대를 연상시키며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 영화 6편을 소개한다.

 

 

 

1. 보스 베이비

 

이미지: CJ엔터테인먼트

 

[보스 베이비]는 드림웍스가 새롭고 야심차게 탄생시킨 애니메이션이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에 완벽한 슈트핏,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보스 베이비’의 정체는 베이비 주식회사의 보스이다. 보스 베이비는 비밀 임무를 수행하러 7살 소년 ‘팀’의 집에 온다. 귀여운 보스 베이비는 부모 앞에선 울고 떼쓰는 영락없는 아기의 모습이지만, 팀 앞에서는 거침없이 본색을 드러낸다. 보스 베이비는 순진한 아기의 얼굴을 하고 눈물 한 방울 흘릴 것 같지 않은 기업인처럼 행동하는데 표정이 꼭 트럼프와 닮았다.

 

보스 베이비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알렉 볼드윈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SNL에서 트럼프 역할을 맡아 상당한 싱크로율을 보여주었다. 이에 미국에서는 [보스 베이비]가 트럼프를 패러디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드림웍스 측에서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2. 블랙클랜스맨

 

이미지: 포커스 피처스

 

영화 [블랙클랜스맨]은 백인 우월주의자 집단 KKK(Ku Klux Klan)단에 잠입한 흑인 경찰의 이야기를 다룬다. 언뜻 지어낸 이야기 같지만, 영화는 ‘론 스톨워스’란 흑인 경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배우 덴젤 워싱턴의 아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실제 인물 ‘론 스톨워스’ 역할을 맡았고, 미국에서 가장 핫한 배우 중 한 명인 아담 드라이버가 론의 파트너 ‘플립’ 역을 소화했다.

 

재밌고 다소 격렬한 영화 [블랙클랜스맨]은 마치 스파이크 리 감독이 트럼프를 조롱하는 것처럼 보인다. 스파이크 리는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하는 이슈를 영화적 재미를 더해 포장하고, 현재와 맞서기 위해 과거로 손을 뻗었다. 실제로 2017년 8월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KKK단 집회 중 3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블랙클랜스맨]을 본 관객들은 ‘AMERICA FIRST’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초청받아 언론과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3.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에서 ‘퍼스트 오더’의 등장은 트럼프 정부의 등장에 비유되기도 한다. 공화국의 새로운 적 퍼스트 오더는 최강의 무기로 저항군을 전멸 직전까지 몰아붙이고, 저항군은 최악의 위기를 맞는다. 영화는 거대한 어둠을 전달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향한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켰다. 켈리 마리 트랜은 인스타그램 사진을 모두 삭제했는데, 인종차별 발언과 외모를 지적하는 몰상식한 팬들의 괴롭힘 때문이라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스타워즈 팬덤의 일부는 주연을 맡은 흑인 배우 존 보예가와 데이지 리들리를 조롱하며, 캐릭터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의 신화이자 종교로 비유되기도 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자국중심주의를 주장하며 반 이민정책을 강행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와 인권은 점차 확대되어왔다. 노예제도 폐지, 여성운동, 동성결혼 인정 등 자유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흐름은 ‘스타워즈’ 시리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패딩턴 2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이수C&E

 

[패딩턴 2]는 브라운 가족의 구성원이 된 ‘패딩턴’이 덮어쓴 누명을 벗기 위한 고군분투를 담았다. 재치 넘치고 귀엽지만, 한편으로는 영국 사회에 깔린 반 이민 정서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선하고 따뜻한 마음의 가치를 사랑스럽고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브렉시트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트럼프 정권이 퍼뜨리고 있는 이민자 배척 정서, 불신과 같은 그들의 주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패딩턴 2]는 사랑스럽고 동시에 정치적이다. 영화는 패딩턴을 통해 외부인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보여준다. 하지만 패딩턴의 선한 마음과 따뜻한 배려, 그리고 패딩턴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를 극복해나간다. 이는 반 이민 정서를 드러내는 영국 사회를 에둘러 비판하는 듯 보인다. 폴 킹 감독의 [패딩턴 2]는 친절이 그 자체로 변화의 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5. 더 포스트

 

이미지: CGV 아트하우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 사사건건 부딪혀왔다.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CNN 등이 가짜 뉴스를 생산한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는 과거 닉슨 시대의 언론 실화를 그려낸 영화다. 닉슨 대통령 재임 당시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는 닉슨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1971년, 뉴욕타임스의 ‘펜타곤 페이퍼’ 특종 보도로 미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알려지자 정부는 관련 보도를 금지시켰다.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톰 행크스)은 베트남 전쟁의 진실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 입수에 사활을 걸었다. 4천 장에 달하는 정부 기밀문서를 손에 쥔 벤은 미 정부가 개입하여 베트남 전쟁을 조작한 사건을 세상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회사와 자신, 모든 것을 걸고 세상을 바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영화 [더 포스트]는 닉슨 시대를 그리지만 지금과도 닮았다. 연출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2017년 미국 언론의 자유는 힘겹게 서있다. 닉슨 시대에도 예술과 언론의 자유가 사법 시스템에 의해 제한되었다. 지금과 심오한 유사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정치에서 도망칠 수 없다. 올해의 사회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말한 바 있다.

 

 

6. The King

 

이미지: Oscilloscope Laboratories

 

유진 자레키는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선댄스 영화제 대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전력이 있는 감독이다.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망 40주년을 맞아 다큐멘터리 [The King] 제작에 착수했다. 2017년 칸영화제와 2018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The King]은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바치는 영화다.

 

[The King]은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음악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기영화로 한 남자가 어떻게 ‘왕’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유진 자레키 감독은 엘비스가 타고 다녔던 롤스 로이스를 타고 엘비스가 흔적을 남긴 멤피스, 뉴욕,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LA를 순회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전반에 자신의 정치적 시각을 녹여냈다.

 

엘비스의 삶을 추적하는 과정을 트럼프 시대를 맞이한 미국 사회의 현실과 연결하며 미국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이야기한다. 다큐멘터리는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헌정하는 전기 다큐멘터리만은 아닌 셈이다. 영화는 아메리칸드림이 사라졌다고 주장하지 않지만, 여행을 통해 엘비스 시대와 지금을 비교하며 감독의 시선으로 트럼프 정권의 영향 아래에 놓인 미국을 비판한다. [The King]은 과장되고 지나치게 화려했던 미국의 쇠퇴하는 모습을 담은 초상화 같은 영화라 평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