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상반기 한국영화 다양성을 확보한 여성 캐릭터와 배우

 

by. Jacinta

 

 

국내 관객들의 선택은 달라지고 있는 걸까? 작년과 올해 한국영화 흥행 성적을 비교하면, 조금은 달라진 양상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이맘때까지만 해도 [공조], [더 킹], [프리즌]과 같은 남성 캐릭터 서사 위주의 작품이 대체로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곤지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틀 포레스트], 그리고 최근 개봉작 [마녀]처럼 남성 중심 서사에서 벗어난 영화가 관객의 선택을 받으며, 보다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7년의 밤], [버닝] 같은 기대했던 영화의 부진한 성적에서도 나타난다. 관객은 이제 다양성을 입은 캐릭터가 나서고, 또 뻔한 스토리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팬들이 마블 영화에 여성 히어로를 볼 수 있길 원하듯 한국영화 역시 보다 풍부한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 해답을 올해 사랑받은 한국영화 속 여성 캐릭터/배우에서 찾아봤다.

 

 

 

 

김태리

 

이미지: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김태리는 [아가씨]의 성공이 우연이 아님을 차기작을 통해 몸소 보여주고 있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함께 한 [1987]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마지막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뜨겁게 지피는 연기력을 보여주더니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영화를 주도했다. 동명 일본 만화와 영화가 먼저 나왔음에도 굳이 먼저 작품과 비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만의 청량한 영화를 완성했다. 소확행을 몸소 실천하며 고단한 청춘의 헛헛한 기운을 달래고, 고향의 일상 마냥 소탈하고 꾸밈없는 매력으로 은은한 미소를 번지게 했다. 김태리는 현재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강단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다음 차기작은 보다 넓은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김다미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괴물 같은 연기력의 김다미와 한국영화에서 전례 없는 여성 캐릭터가 만난 [마녀]는 그 두 가지로 영화의 단점을 상쇄한다. 김다미가 연기한 자윤은 특별하다. 그동안 상업영화에서 여성 원톱 영화를 내세워도 고질병처럼 따라붙었던 감정의 군더더기가 없으며, 구태의연한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 자윤은 태생부터 철저히 의도된 인물이지만, 운명처럼 주어진 체제를 전복하고 또 감정을 배제한 채 움직인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게다가 해맑은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연기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전하며, 자윤이란 캐릭터의 행동에 더욱 설득력과 몰입을 부여한다. 애초 3부작으로 기획했다는 자윤의 다음 이야기는 신선한 캐릭터와 탁월한 연기력이 시너지를 이루며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게 한다.

 

 

 

손예진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언제부턴가 남성 서사 위주의 영화가 쏟아지면서 로맨스/멜로 영화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멜로 감성이 바짝 마른 박스오피스에 촉촉한 단비와도 같았다. 원작 영화의 유명세도 있지만, 멜로 영화에서 한 번쯤은 보고 싶던 두 배우의 조합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모처럼 정통 멜로로 돌아온 손예진, 소지섭의 만남은 개봉 전부터 영화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실제 케미를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호흡은 수채화처럼 맑고 섬세한 감성에 빠져들게 했다. 특히 손예진은 [클래식], [첫사랑]과 또 다른 성숙한 매력으로 수아를 더욱 사랑스럽게 완성하며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정해인과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며, 새삼 멜로물에서 자신의 진가를 또 한 번 증명했다.

 

 

김희애

 

이미지: (주)NEW

 

[사라진 밤]은 분명 스릴러 장르에 부합하는 영화였으나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그중 하나는 생각보다 비중이 약했던 김희애의 존재감이 아니었을까. [사라진 밤]이 재밌긴 해도 김희애란 배우의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면, [허스토리]는 그녀의 연기 내공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허스토리]는 90년대 수년간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일본 법정에 맞선 관부 재판 실화를 담아낸 영화다. 김희애는 할머니들을 이끈 원고단장 문정숙을 맡아 그동안 주로 보여준 세련된 모습과 달리 거칠고 결단력 있는 모습으로 스크린을 지배한다. 오직 자신의 일에만 매달렸던 여성이 할머니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변화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안긴다. 김희애의 탁월한 연기는 선의와 공감, 연대를 전하는 영화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진서연

 

이미지: (주)NEW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한 [독전]에서 유독 시선을 끄는 배우가 있다. 남자 배우들 틈새에서 파격적인 캐릭터와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진서연이다. 진하림의 파트너 보령은 배우 본인조차도 걱정을 안고 시작했을 만큼 짧은 분량에도 독한 존재감을 내뿜는 캐릭터다. 단순히 진하림의 연인에 그치지 않으며, 보다 동등한 관계에서 파트너십을 이룬다는 점에서 기존 범죄 영화 속 여성 캐릭터와 차별성을 갖는다. 게다가 연기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안 가는 사실적인 연기는 압도될 수밖에 없는 강렬함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기존에 없던 강한 개성을 만들어낸 진서연이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이솜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소공녀]는 청춘에게 선택과 행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름부터 어딘가 비현실적인 미소의 여정을 통해 고단함을 차례로 비추며 씁쓸한 현실을 어루만진다. 도시를 유랑하는 자발적 홈리스 미소는 곤궁한 처지에도 냉소로 가라앉지 않으며 품위도 잃지 않는다. 치열하게 분투하는 청춘이 아니라고 해서 비난하고 외면하기에는 자존과 취향을 존중하는 나름의 뚜렷한 삶의 원칙이 있는 성실한 청춘이다. 미소는 현실에서 보기 드물 뿐 아니라 한국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유롭고 독립적인 캐릭터다. 이솜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미소에 사랑스러운 품격을 부여하며 퍽퍽한 청춘의 삶을 따뜻한 온기로 위로를 전한다. [소공녀]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미소의 여정을 응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